박중훈, 전지현에 이어 최근에는 정지훈까지 헐리웃으로 진출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 영화계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헐리웃에서도 우리나라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 역시 미국, 나아가서는 세계의 영화시장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합작이자 더욱이 우리나라 배우와 감독까지 참여한 영화인 [두번째 사랑]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해서 연출하였고, 최근 색깔 있는 연기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하정우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나날이 새로운 시도와 개성으로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한미합작이라는 타이틀이 말해 주듯이 한국인과 한국적인 색깔이 세계의 문화와 조합을 이루고, 또한 그 조화된 모습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영화 [두번째 사랑]이 주는 의미는 각별한 것이다.
파격적인 소재, 위험한 스토리 속에 담긴 감성!!
유능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남편을 둔 소피는 자신의 가정과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불임으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편의 아이를 가질 수 없음에 항상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중 인공수정 할 정자를 사기 위해 찾아간 불임센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하’라는 한국인 남자를 찾게 되고, 둘은 위험하면서도 은밀한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 [두번째 사랑]은 소재와 줄거리부터가 매우 파격적이다. 가정을 둔 유부녀와 낯선 남자의 거래를 통한 성관계라는 설정은 몇몇 영화를 통해서 이미 익숙하게 봐 온 소재이지만 그것이 미국인 여자와 한국인 남자라는 설정에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보수적인 관객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다소 거북한 소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 [두번째 사랑]은 그러한 파격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소재를 섬세한 감정 표현과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전개로써 감성적으로 다가오도록 해준다. [두번째 사랑]의 주인공인 소피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편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 지하의 몸을 빌어 아이를 가지려 하고, 지하는 관계를 한번 가질 때마다 300달러씩,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면 3만달러를 받는 다는 조건으로 소피와 성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소피와 지하의 감정없는 섹스와 육체의 접촉 뿐인 만남을 가만히 보여주면서 뒤돌아 서서 느끼는 그들의 갈등과 혼란을 조심스럽게 살펴간다. 영화 속 소피의 표현대로 둘은 그야말로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을 지속하게 되고 점차적으로 서로의 육체는 물론 마음까지 이끌림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더욱 위험하고 은밀한 결말로 다가선다. 이처럼 영화 [두번째 사랑]은 단순히 파격적인 소재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드러 내놓기 보다는 두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갈등, 혼란을 통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감성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절제되고 세련된 영상!!
영화 [두번째 사랑]의 위험한 이야기가 결코 어둡고, 비호감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바로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절제된 영상 때문이다. 불륜이나 은밀한 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그 스토리나 전개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영상과 위험할 수도 있는 수위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페이스풀]이나 [은밀한 유혹]등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영상의 미를 보여 주었던 애드리안 라인 감독처럼 위험하고 은밀한 스토리이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절제된 영상의 매력이 영화 [두번째 사랑] 역시 유감없이 보여진다. 불임인 남편을 위해 다른 남자의 몸을 빌어 아이를 가지려는 소피와 그녀에게 돈을 받고 거래를 시작하는 지하의 육체적 접촉은 육감적이거나 끈적한 화면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는 딱딱하고 힘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카메라는 단순히 옷을 벗고 무표정하게 침대 위에 누운 소피의 모습이나 피곤함에 지치고, 아무 의욕 없는 지하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그들의 관계와 그 속에서 갈등하는 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비쳐 주는 것이다. 또한 감독은 행동과 대사 등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소피의 시선과 지하의 눈빛 등으로 두 인물의 감정변화와 관계의 변화를 느끼도록 해주는데 이 역시 영화 [두번째 사랑]에서 김진아 감독의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절제되어 진 영상과 표현으로서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서정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마이클 니만의 서정적인 음악!!
무엇보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이클 니만이 참여한 영화음악이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관객의 귀를 통해 들려주는 마이클 니만의 음악은 영화에 감성을 부여해 주며, 두 주인공의 감정에 대한 표현과 함께 감성적인 이미지를 더해 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영화 [두번째 사랑]은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 보다는 눈빛과 표정만으로 절제된 감정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감정표현을 더욱 부각 시켜주는 것이 바로 음악인 것이다. 영화 팬이라면 영화 [피아노]의 서정적이고 가슴 시린 영화음악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역시 제인 캠피온이라는 호주 여성 감독의 섬세하고 절제된 연출력과 함께 홀리 헌터의 깐느 및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연기, 그리고 마이클 니만의 서정적인 음악이 입혀져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었다. 영화 [두번째 사랑] 역시 음악을 통해 소피와 지하의 감정과 관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데, 특히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피아노 선율은 때론 잔잔하고 은은하게 흐르며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가 하면 때론 격정적이고 빠른 선율로 관객들의 흥분을 자극하기도 한다. 영화 [두번째 사랑]은 음악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감정을 자극하고, 영상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가를 마이클 니만의 영화음악으로써 말해 주는 것이다. 소피와 지하가 등장하는 각각의 장면마다 부드럽게 가미된 음악은 거래적인 관계에서 점차 서로의 흔들리는 마음에 갈등하는 둘의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해 줌으로써 영화의 감성을 더해준다.
절제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의 연기 앙상블!!
그리고 영화 [두번째 사랑]에서 단연 주목하게 되고,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이다. 미국인 여자와 한국인 남자의 위험한 거래, 그리고 사랑이라는 소재에서부터 두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미합작 영화라는 점에서 배우의 연기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 더욱 빛을 발할 수도, 혹은 많은 부담이 따를 수도 있는 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두 주인공을 연기한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는 영화 [두번째 사랑]을 더욱 빛나게 꾸며주었다. 먼저 사랑을 위해 위험하고 은밀한 거래를 시작하고, 점차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 속에 갈등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소피를 연기한 베라 파미가의 연기가 돋보인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소피의 감정과 그런 중에서도 절대 흔들림 없던 소피의 마음을 절제되면서도 섬세한 표정연기로써 표현한 베라 파미가는 매력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여주인공을 깔끔하게 연기하고 있다. 특히,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커다란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소피는 베라 파미가의 안정된 연기로써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하정우라고 할 수 있다. 김진아라는 우리나라 감독과 함께 하정우의 출연은 많은 기대를 모으게 했고, 영화 속에서 지하를 연기한 하정우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 시켜주었다. 하루하루를 힙겹게 살아가면서 소피로부터 위험한 거래를 제안 받는 지하라는 캐릭터를 통해 영어연기까지 보여준 하정우는 특유의 남성다운 눈빛연기와 개성으로 영화 [두번째 사랑]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소피를 연기한 베라 파미가와 함께 보여주는 하정우의 사라에 대한 절제된 감정연기는 [용서 받지 못한 자]나 [숨] 등에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하정우라는 배우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또 부드럽지만 차가운 이미지의 소피의 남편을 연기한 데이빗 맥기니스 역시 [컷 런스 딥]이나 곽경택 감독의 [태풍]을 알린 한국계 배우이기에 시선을 가도록 만들어 준다.
사실 나날이 활발해지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헐리웃 진출이 그리 성공적인 사례들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주목하게 하고, 기대하도록 하는 것은 그만큼 발전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두번째 사랑]은 그러한 한국영화의 발전과 개성을 다시금 확인 시켜주는 영화이다. 베라 파미가라는 헐리웃 여배우와 하정우라는 우리나라 남자배우의 매력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연기 앙상블이나 파격적이면서도 위험한 소재를 감성적이고 절제된 영상으로 세련되게 표현해 낸 김진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그리고 마이클 니만의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영화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속으로 한걸음씩 발전해 나가는 우리나라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두번째 사랑]을 통해 관객들 역시 그 가능성과 매력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