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강덕군 산촌 2리...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던 도중 빗길에 미끄러져 마을 논으로 추락한다. 바로 그 사람은 이 마을 이장이었다. 이장이 어처구니 없게 세상을 뜨자 마을 주민들은 새 이장을 뽑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춘삼은 마을 이장이 된다. 마을 이장은 동네방네 마이크를 대고 떠들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선거철 되면 벽보에 새 후보자들의 얼굴을 붙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후보 한 명, 한 명을 붙이던 도중 새우 눈(?)에 괴수의 얼굴(?)을 한 녀석을 발견한다. 그 사람은 춘삼의 동창이었던 대규... 군수 후보란다. 그 녀석이 뽑히면 마을 어르신에게 한 잔 쏜다더니만 그렇게 될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되었다! 대규는 군수가 되어 첫임무를 준비하고 춘삼은 '친구 좋다는게 뭐겠냐'며 친구에게 SOS 요청을 한다. 마을 도로 포장을 하기로 한 것.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성실한 이 군수를 가만히 둘 일이 없다. 군의 실세인 백사장와 부군수는 노 군수를 몰아내려고 하는데 바로 방폐장 건립 무조건 반대하기... 이들은 사이가 벌어진 춘삼을 설득해 방폐장 반대 위원장직을 맡는다. 역시 얼떨결에... 어제의 친구가 오늘 적이 되어 만난 이 상황... 과연 이장과 군수의 한 판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상하게 나는 장규성 감독의 두 작품을 보지 못했다. '선생 김봉두'와 '여선생 VS 여제자'였다. 장규성 감독의 데뷔작을 혹시 기억하는가? '재밌는 영화'라고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패러디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기 좋게 흥행에 실패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이유인 즉슨 한번도 국내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한국영화를 릴레이로 묶어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나 ZAZ 사단(감독인 제리 주커, 짐 에이브람스, 데이빗 주커+배우 레슬리 릴슨... 이들이 만든 패러디 영화를 만드는 집단들...)들의 영화는 재미있게 보면서 왜 한국 패러디 영화에는 왜 이리 불만이 많은가가 의문이었다.
그 후로 장규성 감독은 패러디 영화는 만들지 않았지만 여전히 코믹 영화를 고집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 그의 영화와 지금 그의 영화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패러디는 쏘~옥 빠지고 코미디의 분량도 늘어난 대신 사회문제에 대한 풍자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폭도 없으며, 거기에 가장 재미없을 수도 있는 소재인 농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는 다른 감독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물론 '마파도'나 '무도리', '집으로...' 등과 같은 코미디 혹은 휴먼 드라마는 많이 제작되었다.)
'선생 김봉두'에서 농촌학교에 부임한 비리 선생님의 개과천선을 다루었던 이 영화는 재미만큼이나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장과 군수' 역시 초반에는 코믹한 케릭터로 영화의 재미를 증대시키게 만들었다. 뒤 바뀌어야 마땅한 두 사람(차승원, 유해진)이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 등장했다는 점이 그것이며, 차승원은 여전히 코믹하지만 반대로 유해진은 그동안의 코믹함 대신 많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방폐장 건립 문제로 인한 대결 때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님비(NIMBY)주의라고 이야기 되는 혐오시설 중 하나인 방폐장이 이 영화에서는 큰 갈등의 부분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수는 매우 솔직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소심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간에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군수 노대규가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많은 언론에서 그런 추측을 하였다. 장규성 감독은 부인하였지만 시사적인 상황이 영화에 반영되었음을 볼 때 노대규와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정도는 비슷해 보이는 것 같다.
영화의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부분에 다다르면 방폐장 찬반투표를 벌이고 거기에 노대규는 백사장의 함정에 걸려 얼떨결에 돈다발이 든 굴비 상자를 받게 된다. (여기서 굴비상자는 작년 안상수 인천시장이 겪었던 사건과 비슷하다. 이 역시 장규성 감독이 시사 이슈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절정과 결말에 와서는 분명 위의 두 사건은 해결되어야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장규성 감독은 이 것 역시 관객들의 예상을 깨뜨리게 하고 말았다. 대규는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증거 불충분으로 불구속된 상태였다.) 방폐장 건립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영화는 기적을 간혹 만들지만 장규성 감독은 냉정한 현실을 결말로 채택한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코미디이지만 결코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분명 코미디 영화이지만 끝에서는 결국 역시 '친구는 하나다'라는 결론을 맺게 된다.
이는 차승원이 등장했던 또하나의 작품이었던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2001)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김상진 감독의 작품은 철저히 오락성으로 이야기되고 거기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그쳤으나 장규성 감독은 사회적 이슈와 거기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코미디로 보여줌으로써 그냥 코미디가 아닌 블랙 코미디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아마 그는 '웰메이드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이번 만남이 네번째이다. ('광복절 특사', '라이터를 켜라', '국경의 남쪽'...) 마치 이들은 '영화계의 태진아와 송대관'처럼 티격태격 싸우는 컨셉을 보여주지만 믿음이 없다면 이 두 사람이 연속해서 같은 작품을 출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참고로 같은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더라도 티격태격 잘싸우는(?) 또 한 커플의 배우로는 신현준과 정준호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그들은 대종상과 같은 시상식때 비방(?)을 할 뿐이다.)
군청 여직원으로 등장하는 최정원은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미칠이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칠이에게서 멀어졌다고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정원은 '마일드(순한) 미칠이'로 등장하면서 까칠함(?)은 그대로 두는 대신 코믹한 연기로 승부를 걸었다. 이외에도 감초연기로는 이제 빠지면 섭섭한 변희봉이라던가 배일집, 전원주, 김도향 등의 영화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들이 총출동하였다. 이 점 역시 이 영화의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점들 중 하나이다. (다만, 이 영화에는 염정아가 카메오로 출연하였으나 영화 본편에서는 편집되었다.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차승원이 카메오로 출연한 것처럼 일종의 '교환 카메오'가 된 셈이다.)
다시한번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이다. 하지만 많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는 욕심이 과했다는 것에 나 역시 동감한다. 그러나 조폭없이도 이런 무공해 코미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규성 감독의 욕심은 욕심이라기 보다는 꿈이 아닐까 싶다. 몇 년후에는 그가 만드는 웰메이드 코미디를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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