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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화산고>내용과 화면의 부조화가 아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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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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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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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06 오후 3:4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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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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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의 영화적 완성도는 조금 이야기거리가 될것 같다. 먼저 제작비 65억이란 큰 돈과, 와이어 액션이 주를 이루는 전혀다른 색다른 화면구성, 그리고 현실 교육을 야유하는 내용까지 말이다. 이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듯 싶다.
간단하게 화산고를 정리하면 이렇다.
108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평범한 이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무공의 고수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화산고에 어느 날, 학생 하나가 전학을 온다. 타고난 공력을 주체하지 못해 여덟번이나 퇴학을 맞은 김.경.수. 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졸업만은 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전교생이 고수인 화산고에서 녀석의 내공을 읽지 못할리가 만무하다. 전학 온 첫날부터 경수를 둘러싸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인터넷 영화사이트에 올라온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화산고는 <학원무협>이라는 독특하다면 독특한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남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다 읽어봤을 이야기를 전통 무협극의 뼈대를 갖춘채 무대만 학교로 옮겨 재현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에 의한 애초부터 만화같은 구성과 이야기전개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학원 무협이란 분명히 새로운 장르이다. 그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전 필름을 디지털로 스캐닝해서 색보정까지 이루어진 컴퓨터 그래픽도 많은 발전을 보여주었다. 5년이라는 제작기간 동안, 만화에서나 가능했던 많은 장면들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아내는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을 주고 싶다. 가끔씩 눈에 거슬리는 장면도 잠깐잠깐 지나가긴 했지만, <화면의 현실화>는 이루어 내는데는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화면의 구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와야 할 이야기가 배우들의 액션 연기이다. 자연스럽게 여배우들의 액션을 줄이고 남자 배우들(주인공인 김경수(장혁) 무정마도 장량(김수로) 학원진압전문 수학선생 마방진(허준호) 빙옥 유채이(신민아))등의 와이어 액션이 무리없이 진행되었고, 거기에 와이어를 정밀하게 지워내면서 함께 삽입된 컴퓨터 그래픽 도움으로 외국 영화에 비해 뒤지는 느낌없이 자연스러운 액션 연기가 보여진것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화산고도 여러가지 약점을 보여준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화적 이야기 진행방식이다. 이것은 이 영화내내 계속되었는데, 이 만화적 진행 방식에 대한 것은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지만,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먼저,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적 상상력을 기대하는 것이지 만화적 상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한두 장면에서 시작된 만화책을 넘기면서 나오는 그런 장면들이 영화 화면안에서 나온다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신선한 것들이 1시간 50분 가까운 시간내내 반복되다보니 신선한 것이 아니라, 지겨운 것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진지한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바뀌는 장난스런 장면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만화에서 봐왔던가. 특히 주인공 김경수(장혁)의 갑작스런 표정변화에서 한두번 웃기 시작하던 관객들은, 다음 장면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자 웃음이 아니라 허탈해 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도 짧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전개의 부조화이다. 이 부조화는 영화보는 내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것인데, 그것은, 이 영화를 재미만을 위한 영화로 보려고 했던 나의 의지를 꺾어버렸던 영화 시작의 배경 설정이었다.
이 영화는 화산 108년을 배경으로 한다. " 17년에 걸친 전교사화"를 거쳤다는 시대 상황과, 그 전교사화를 평정한 교장선생님의 "사미망록"을 얻는 자가 무림을 평정한다는 전설의 설정. 그 사미망록을 얻기 위한 교감과 불량학생의 결탁과 음모, 그리고 선생님들로 구성된 학원오인방(학원진압 '사파' 전문고수)의 출현과 그로인한 환란의 발생.
이런 모든 상황설정은 단순히 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위한 설정은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약하게 보아도, 현실 교육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내 주장은 '사미망록'때문에 독에 중독되는 교장을 "자유방임주의파"로, 교장에게서 사미망록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교감을 "암기주입식 교육파"로 설정한 것으로만 보아도 확실하다.
첫장면에서 '선생'이 학생에게 분필을 던지고, 그 분필에 오히려 당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우리 교육의 현실과 무엇이 다르랴? 자유방임학파로서 학생들에게 맞기면 잘 될것이라는 주장은 "암기주입식 교육"을 주장에 밀려 고개도 내밀지 못하는 설정이 지금 우리 교육환경과 무엇이 다른가?
조금만 잘못하면 "퇴학"을 시켜버리고, 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청소년들을 더 깊은 방황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는 우리의 교육이 이 영화에서 8번이나 퇴학당한 "김경수"를 만들어 내지 않았다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학원진압 전문 사파 고수들인 학원 오인방이 모두 "선생"들로 이루어진 것하며, 그로인해 생기는 공포, 억압, 인권유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선생들을 "사파"로 규정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런 선생들에 참다참다 대항해 싸워이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말함이겠는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의 기억을 지워버려 백지상태로 만들어버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는 "암기 주입식 교육파"와 "학원 진압 사파" 선생들은 그들의 선생이라는 자격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들에 의해 일어난 환란이 학생들의 승리로 인해 행복하게 끝난다는 것 또한 얼마나 황당한 설정인가? 그러나, 이미 현실에서는, 그런 영웅적인 주인공들에 의한 대 변화가 없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아주 냉소적인 야유가 이 영화에 가득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난후 본, 영화 팜플렛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다. 영화를 찍는데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 적용되었는지 그런 이야기만 장황하게 나와있을 뿐이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만들것 같다.
영화속의 이런 현실에 대한 조롱과 비판은, 오히려, 이 영화의 특수효과에 의해 가려져버리지 않았나 한다. 현란하게 진행되는 액션과 만화같은 이야기 전개가 오히려, 영화적 상상력과 이야기의 주제를 빼앗고 관객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버렸다. 그로인해, 영화를 보고 나온다음, 계속 반복되는 장면의 지루함이라든가 이야기의 단순함을 지적하게 하는 것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한다.
한마디로, 현란한 화면속에 너무 영화의 깊이 있는 주제가 가려져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그렇다.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날카롭고, 나름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잘 적용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너무 현란하고 기교있는 화면속에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정리는 이정도면 될 것 같다.
이 영화가 얼마나 흥행에 성공할지 판단하라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것이 기자를 제외한 첫 시사회였기 때문이다. 다음에 개봉할 해리포터와 어떤 흥행 대결을 펼칠지가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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