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의 닭머리 같은 기억력에 의지하자면 스무살 시절 아버지는 내게 김모 회장이 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책을 선물해 주셨거나... 아님 아버지가 보시려고 사둔 책을 변소에서 학문에 힘쓰며 ''삼십분''씩 보고는 휴지(?)로 썼거나 (그땐 변비가 좀 있었고 집안도 어려웠소이다. 그때 너무 힘을 쓴 때문인지 혹은 부드럽지 못했던 휴지때문인지 현재는 치질로 고생중이구려, 동아일보 "Health" 기사에 의하면 화장실에 십분이상 앉아있는 것은 학문으로 쏠리는 혈액의 양을 과다하게 만들어 치질의 원인이 되고 치질에 악영향을 미치며 흔히 사람들이 죽음의 전조 혹은 삶의 비루함의 극치, 또는 초극할수 없는 분노와 한의 절정으로 표현하는 "피똥을 싸다"의 원인이 될수 있다고 하오 짧고 굵게 싸시구려들) 아님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는 아는 척을 하는거거나...
어찌됐든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난 주체할수 없는 젊음의 혈기를 느꼈고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오 하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난 앞에서도 말했든지 닭머리인 관계로 금방 혈기도 가슴 두근거림도 잊어버리고 그냥그냥 그저그저 꾸질꾸질 빈둥빈둥 디룩디룩 뺄레뺄레 살아왔소이다 그러나 군대를 졸업하고 학교를 전역하고 살아오던 난 예의 그 김모 회장이 쓴 "세계는..." 씨리즈 제 2탄을 보고 어쩌면 내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소 할일 없이 살아온 내가 세계는 넓고 할일도 많다던 그보다는 다행히도 좀더 도덕적이고 나름대로 윤리적이었다는 자기 위한을 할 수 있었으니... 그 책의 제목은 "세계는 넓고 튈 곳은 많다" 였소이다 가련한 인생이오 김회장 지금쯤은 이름처럼 ''우중''충한 삶을 살고 있으려나 그럼 다행이지만... 베렐~~~ ...
사무실 유리에 새겨진 세계지도 너머로 혜주(요원)양의 증권사 아침 일과와 함께 "고양이를 부탁해" 라는 타이틀이 뜰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이었소이다
스물살이라... 그들의 앞에 펼쳐진 넓은 세상이 과연 그들에게 허락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다행히도 본인처럼(사실 내 삶은 최악이지만) 그럭저럭 인정하고 체념하고 살아갈수 있다면 다행이겠소만 그나이 그땐 자신도 사회도 또 어떤 고정된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시절이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물을 예감할 수 있었소이다 하지만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 하오 그럼 눈물은 사랑의 열매요? 그럼 뿌리요? 아님 줄기요? 아님 잎맥이요? 아님 진딋물이요? 풍농제약 ''마당쇠''를 뿌리시구려... 진듸 개미 떼떼 잡충 완전 박멸!! ...
이상 내 잃어버린 스물살 기억들을 아름답게 추억할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워 도둑 키스라도 해주고 싶은 영화를 보고도 아무것도 해대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 컴앞에 앉아 치질이 도저옴에도 불구하고 끄적끄적대다 보니 두서없던 글이 드디어는 인천포 지영이네 집 구들장 아래로 빠져들었다가는 할머니의 만두와 함께 짜부라져 만들어진 "고양이를 부탁해" 감상평이었소이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간결하고 압축적인 영상표현(요원이 부모님의 이혼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소이다)이며 가장 많은 로케이션 횟수에서 보여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공간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정조절과 화면 곳곳에서 묻어나는 디테일한 감정의 떨림...
여하튼 돈있으면 보시구려 혹시 돈이 없으시면 부모님 주머니든 친구 주머니든 안되면 동네 골목 어귀에서 모자하나 눌러쓰고 지나다니는 애들 코묻은 돈이라도 털어서 보시구려 그러고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너 때문에 목숨걸고 돈털어 봤는데 너무 화가나서 눈물이 날것 같다 하시면 계좌번호 불러 주시구려 내 7000원에다 10년치 이자까지 계산해서 값을 치러드리리다 (설마 내가 진짜 그러리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
내 스물살 시절이 궁금해 앨범을 뒤져보았지만 사진이 남아있지 않았소 추억을 가슴으로만 간직하다 보면 소중했던 것들도 잊어버리기 마련이오 내 오늘 이 한편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내 추억의 앨범대신 간직하려 한다오
좋은 하루 되시구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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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2001, Take Care of My Cat)
제작사 : 마술피리 / 배급사 : (주)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