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태양
잔혹한 계절, ‘청춘’으로 “나 돌아갈래!” | 2005년 6월 2일 목요일 | 협객 이메일


청춘과 성장을 이야기하기에 <태풍태양>은 정재은 감독의 전작 <고양이를 부탁해>의 ‘소년버전’으로 읽힌다. 그들의 젊음을 대신 상징해준 소녀들의 핸드폰 문자는 소년들의 인라인 스케이트로 소재 변화만 했을 뿐이다. 차가운 도시의 질감을 청춘의 발화점으로 이용하기 위해 색감과 컷은 낯익은 그것에 요술을 부려 전혀 다른 느낌의 풍경으로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도시의 전경만큼은 ‘다르게 보기’의 진수를 보여주듯 시각적 쾌락을 알싸하게 선사한다.

왕따도 아닌 애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혼자 탄다. 소요(천정명)는 수업시간에 대담하게 졸면서도 스케이트를 죽이게 타는 꿈을 꿀 정도로 인라인에 빠져있지만 막상 그것은 혼자만의 즐거움, 그 이상은 아니다. 개인적인 취미와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요의 스케이트는 그가 아직 세상과 소통하거나 자아를 깨고 밖으로 나아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그 불안정한 청춘의 소심함을 대신 말해준다.

모기(김강우)와 갑빠(이천희)는 그런 소요에게 부재하는 부모자리를 대신해 기대어 믿고 따라가고픈 영웅 또는 역할모델일 것이다. 모기와 갑빠가 스케이트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미래와 현재 사이에서 편차를 보일 때, 한주(조이진)는 불안정한 청춘에 ‘조화’를 추구한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인 한주는 솔직히 ‘조화’라는 덕목아래, 과도하게 힘들어가 느끼할 정도로, 사랑과 꿈에 대해 멋진 말들을 소요에게 흩뿌려 놓는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놀이 이상이 되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영화는 모기와 갑빠가 ‘놀이’-처음 두 사람에게 인라인은 그저 즐기고 싶은 놀이였다-를 가지고 각각 다른 선택을 한 상태에서 그들의 과거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 소요라는 인물을 통해 ‘선택’과 ‘책임’에 대해 묻는다. 이야기의 구조는 인라인 스케이팅이 자신의 젊음을 투자할 만한 (현실적인)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 혹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순간의 쾌락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짜여 있다.

도심 속에서 무한대로 육체의 속도를 몸소 즐기는 그들에게 백번 넘어져 한번 성공하는 인라인 어그레시브 스케이팅은 어른들이 저울질하는 성공과는 크게 다르다. 모기와 갑빠가 그런 것처럼 소요도 세상이 생각하는 ‘성공’에 인라인 스케이팅의 미래도 있지 않을까 희망하며 형들이 밟아보지 못한 그 길에 스케이트 날을 세운다. 마지막 소요의 모습에서 (영화적) 희망은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요의 선택이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인만큼 불안정하기는 매한가지다. 때문에 영화는 희망적으로 봉합되기 보다는 다분히 관객의 상상력과 의지에 맡겨 결말 내릴 수 있는 ‘열린구조’로 끝맺는다.

무모함이라고 걸핏하면 치부 받는 젊음에 대해 일관되면서도 애정 어린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품은 흔히 볼 수 없다(한국영화 최초라고 여겨도 무방할 듯). 그들이 도심 속에서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는 모습은 짜릿하다 못해 아찔할 정도다. 하지만 네 명의 남녀가 펼치는 선택과 희망 즉, 영화에서 그들이 웃고 싸우는 그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 말 그대로 스토리만 가지고서 <태풍태양>을 ‘청춘영화’라 규정지으며 섭섭하다.

영화의 장면, 장면은 감독의 뚝심이 만들어 낸 청춘, 그 자체다. 오직 젊은 육체만이 만들 수 있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은 영화의 주제, 이야기를 떠나 ‘영화형식’에서 미리 드러난다.

‘성장’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은 철학적인 물음과 묵직한 관념을 덧씌운다. 영화는 그런 우리의 기대를 무시하고 계절이 지나가듯 인생에서 빠르게 과거가 되는 청춘을 그들의 ‘육체성’에서 포착한다.

‘소요’, 천천히 거닐다. 주인공 소요가 자신의 이름 뜻을 말할 때, 필자 고백하건데 태풍은 아니더라도 태양같이 빛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잔혹한 계절, ‘청춘’ 그 때로 말이다.

(총 5명 참여)
juhee0987
영화나온지오래되었나봐요.전처음보는데..
  
2009-01-14 12:51
callyoungsin
철학적인 냄새가ㄷㄷㄷ   
2008-05-15 15:36
kyikyiyi
정말 왜만든거야!!   
2008-05-09 15:19
qsay11tem
많은 실망을 ..   
2007-11-23 12:04
kgbagency
정재은 감독 진짜 맘에 든다
이 영화도 재밌었기에...   
2007-05-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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