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애써 현실을 지우고, 웃음만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이렇게 고개돌리고싶을정도로 막막한 우리들, 우리주변의 얘기를 하려고한다는것이..
스물한살.. 나는 이 영화를 다른 사람들처럼 관조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요원이 여태껏 힘들게 쌓아왔다생각했던 자부심 혹은 기대감은 상관의 한마디에 그대로 무너지고, 그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그토록 중요하게여겼던 자신의 자존심을 팽개치고 술주정을 부린다. 지영은 세상과 소통하기조차 포기하고 '갈곳이 없다'는 이유로 침묵하기시작한다. 배두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결국 자신을 지워버리고 그녀가 예전부터 동경해왔던 유랑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들이 마지막에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조차도 나에겐 가슴아프게 해석되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막막하기만했던 나는 이 영화에대한 다른글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걸 깨달았다. 감독은 그냥 우리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가고있는 우리들, 우리주변의 얘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주었고 우리들은 이 영화덕분에 그러한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관조적이든.. 영화를 보며 사람들마다 깨달은것이 다르고, 얘기를 나누면서 자신들이 깨달은것에대해 서로들 소통하는것.. 그냥 두시간 정신없이 웃게만 만들던 요즘 한국영화들에선 쉽게 얻지못했던것이었다..
오늘 조선일보에서 이동진기자의 글을 읽었다. 물론 '조폭마누라'같은 영화가 필요없다는것은 아니다. 우리들도 가끔은 현실을 지워버린 그런 영화들을 보며 웃고싶을때가 있는거니까... 단지 그러한 웃음뒤에.. 우리들이 외면하고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이런 영화들이 외면당한다는것이 약간 가슴아플뿐이다. 그래서 '킬러들의 수다'도 신선했고 재미있게봤지만, '고양이를 부탁해'만 특별히 칭찬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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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2001, Take Care of My Cat)
제작사 : 마술피리 / 배급사 : (주)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