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2006-09-03 10:21]
'왕의 남자'의 1230만 명을 넘어 마침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른 영화 '괴물'(제작 청어람)의 감독 봉준호. '흥행의 제왕'에 오른 봉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영화에 대해 불거졌던 논란과 궁금증을 시원스럽게 풀었다.
-가장 많은 논란인데, 엔딩에서 현서(고아성)는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현서는 죽은 게 맞다. 시나리오 작성 초반부터 죽음을 상정했다. 때문에 죽는다는 결말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현서의 죽음은 영화적 주제와 맞닿아 있다. 약자가 약자를 돕는다는 것. 연약한 학생인 현서는 죽음으로써 부랑아 소년의 목숨을 구한다. 사실 이런 결말에 대해 처음엔 반대가 많았다. 일본의 할리우드계열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송강호가 희생해서 딸을 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란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송강호는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다"고.
-매점의 사진도 현서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은데.
▶이런 시각은 다소 의외다. 오히려 매점의 사진은 현서의 죽음을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부러 두 번이나 보여주면서 현서가 사진 속에만 남았다는 걸 강조하려고 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현서의 죽음이 안타까운 나머지 이를 달리 해석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현서를 죽인 내가 나쁜놈 같다.
-엔딩에서 괴물이 불에 타는 CG 장면은 완성도가 떨어져보이는데.
▶괴물 불신이 '허접하다, 구리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대략 4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시간적인 압박, 둘째는 부족한 제작비, 셋째는 박해일의 화염병 투척신과 괴물 CG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실제 불과 CG 사이에 뚜렷한 간격이 생긴 점, 그리고 넷째는 불타는 CG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는 점이었다. 가장 집중도가 높은 부분의 CG에서 더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여러모로 여건이 그렇지 못했다.
-'괴물'을 완성하기까지 어려움은.
▶'괴물'에는 괴물신이 120개 나온다. '주라기공원'의 180신에 비교된다. 그러나 괴물신이 많다는 건 그만큼의 돈을 의미한다. 애초 시나리오의 괴물신은 180신이었으나 비용상의 문제로 120로 줄였다. 혹시 빨래를 짜본 일이 있나? 괴물신을 줄여나가는 고통은 이와 비슷했다. 빨래는 처음 짤때는 물이 주르룩 흐르지만 나중에 마지막 한 방울을 짜내기 위해선 엄청난 힘과 고통이 따르는 것과 같다.
-괴물의 근거지는 왜 원효대교인가.
▶'괴물'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1년간 한강 둔치에서 살았다. 취재를 위해 한강다리를 헤맸다. 그러다가 원효대교 북단에서 대형 원형 하수구를 발견했을 때의 감격과 흥분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궁금하면 가 보시라. 원효대교 북단에 가면 진짜 괴물의 은신처 같은 곳이 있다.
-'괴물' 속편은.
▶속편을 연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괴물' 시리즈가 되면 좋을 것 같다. 할리우드의 '에이리언'처럼. 그럼 나는 그냥 '괴물' 시리즈의 창시자로 남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이제 3편을 만들었을 뿐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도 계속 배우고 있다. 죽기 전에 '걸작'을 만드는 게 감독으로서의 소망이다. < 김인구 기자 cl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