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클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씩 찝어 보는 겁니다]
오늘 괴물 6번째 보고 온 관람객입니다.
요즘 괴물 네티즌 평가를 안 읽어봤다가 영화 본 김에 들어와봤더니 이게 도대체 뭡니까?
괴물이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물론 영화가 재미있고 재미없는거는 자기 취향나름이겠죠. 하지만, 저가 화가 나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영화가 재미없다고 하는겁니다.
먼저 몇몇 기자들이 이 영화에 혹평을 날리는 이유에 대해 집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1. 대한민국 국민은 전부 웃긴다. 한 영화가 엄청나게 뜨면 그 영화를 안 보면 왕따취급을 당할 정도로 사람을 무시한다. 이전에 천만 돌파한 영화들도 전부 몰아주기식 관객동원 아니었는가?
->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고 있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같은 영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영화라면서 왜 1000만 관객 돌파하지 못했나요? 그리고 몰아주기식 관객동원이라구요? 태풍의 예를 보십시오. 제작비 200억 투자해도 관객이 재미없으면 알아서 영화 버립니다. 몰아주기식 관객동원이 있긴 해도 그것도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리고 전 좋은 영화 잘되는 꼴을 못보는 사람이 더 싫습니다. 꼭 천만 넘을때마다 그런 분들이 등장하죠. 실미도, 태극기, 왕남때두요. 지금 괴물이 딱 그 시기입니다. 사람들이 전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해야 자신을 옹호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시나보죠? 우리나라에서 관객 천 만명을 돌파한 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 지 잘 알게 해줍니다. 일본 인구가 1억 2천만명인데, 일본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400만 관객동원했습니다. 인구 3800만의 대한민국에서 관객 1천만을 넘은 영화가 이제 4편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정말 우리나라 관객분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천만 넘은 영화들은 결코 못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근데, 이 영화가 천 만 돌파하고 그러면 갑자기 비판하는 사람들 진짜 꼴불견입니다.
2. 무려 620개의 스크린을 독점. 봉준호 감독이 인디영화를 밀어준다고? 그럼 620개 스크린 독점은 뭔가?
-> 스크린 숫자는 감독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 배급사가 정하는 거지요. 쇼박스는 작년에 말아톤, 동막골, 가문의 영광. 작년 한국영화 흥행 NO.1,2,3위를 모두 배급했습니다. 그만큼 극장에서도 신뢰가 깊다는 말이겠죠. 그리고 배급사가 배급을 원해도, 극장에서 못걸겠다고 하면 못 겁니다. 근데 생각해 보십시오. 괴물 개봉때 3주차에 접어들었던 한반도의 스크린수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괴물의 스크린수를 늘리시겠습니까?
3. 영화가 비현실적이다?
-> 영화가 뭡니까? 픽션입니다. 애초부터 현실적인 영화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니깐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건 영화가 픽션이란 말을 증명하는 표현이죠. 거기다 이 영화 장르가 SF입니다. 모르시진 않겠죠? 안 그래도 비현실적인게 영화인데, 거기다 가장 현실과 거리가 먼 SF장르인 이 영화에서 현실적인 무언가를 찾으시려고 했다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이제 네티즌 여러분들이 올리신 혹평에 대해 집어보겠습니다.
1.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현서 혼자 하수구에서 살아남았을까? 너무 어이없다.
-> 현서만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괴물의 입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전부 살았습니다. 나중에 죽은거죠. 그리고 입에 넣었는데 나중에 하수구에서 죽은 사람들은 뭐냐구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외상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나중에 괴물 확장판 DVD가 나오면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서와 세주는 외상을 입진 않았죠.
2. 왜 정부에선 괴물을 잡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인가?
->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선 잘 아시겠죠? 수해 재해가 나도 구호 물자만 보내주고 뉴스에선 일기 예보가 아닌 일기 보도를 해주는 판국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자기가 선량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수해 복구 작업을 돕기도 하지만, 고위급 인사는 방문조차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나나 이 영화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괴물이 나타난 겁니다. 이게 만약 현실에 진짜 괴물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정부에선 뭘 할 수 있을까요? 인명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보상금정도?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괴물을 잡으려고 할 것 같습니까?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도 그렇습니다. 재해가 입으면 도와주는 사람은 정부라기 보단 오히려 민간 업체나, 국민들이 더 많이 도와주죠(성금 모금같은거도 하고 말입니다).
거기다 미군 병사가 괴물에 공격을 받았다면 실제 상황에서의 일은 더 커질겁니다. 미군이 아예 처음부터 괴물을 잡으려고 혈안이 될 겁니다.(헐리웃 영화를 보세요) 어쩌면 정부에서 괴물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애초부터 국민들이 그런 걸 기대나 하고 있겠습니까? 무슨 큰 일이 생기면 항상 발벗고 동참하는 건 국민들인데요.
3. 경찰, 의사들이 너무 악하게 나온 것 아닌가?
-> 일종의 풍자성이죠. 물론 영화에서처럼 경찰, 의사, 기자들이 다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괴물에선 이런 것이 어느정도 공감이 갑니다. 너무 악하게 나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맘도 이해갑니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지금 괴물의 습격을 받은 "실제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죠. 진짜 괴물이 한강을 습격한 이 바쁜 와중에 경찰, 의사들이 보잘 것 없는 소시민의 말을 듣기나 하겠습니까? 요즘 시대에도 안 듣는 판국인데 말이죠.
4. 영화가 지루하다.
->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킹콩이나 쥬라기 공원인 줄 아십니까. 무비스트 서대원 기자님이 관람불가에 "<괴물>을 헐리우드의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자!!"라고 관람불가에 딱 하나 적어놓으셨습니다. 이 영화는 결코 헐리우드 영화가 아닙니다. 때려뿌수고 부대 단위로 습격하는 괴수 영화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입니다.
거기다가, 제작비 100억이상 투입한 영화(태극기, 청연, 태풍, 실미도) 중에서 완급 조절이 이렇게 훌륭한 영화는 처음입니다. 태극기와 청연은 잘 만든 작품이나, 시종일관 드라마 장르 하나로 우직하게 나가죠. 또 태풍은 지나치게 비장합니다. 실미도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나 괴물은 아닙니다. 액션 장면은 화끈하게 보여주면서 드라마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거기다 코미디 코드까지 분명하구요. 드라마적 요소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그럴거라면 태극기 청연은 완전 초절정 지루함의 결정체입니다. 이 두 영화는 관객을 쉬게 끔 하는 코미디 코드가 전무한 영화이고, 그 대신 멋진 영상으로 제작비를 꽉꽉 채워 넣었기 때문이죠.
괴물이 지루하다는 말은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듭니다.
5. 괴물 마지막 CG는 뭔가?
-> 이에 대한 언급은 네티즌 여러분이 무수하게 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6.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설프다. 내용도 없고, 사회 비판적이라는 거 말고는 딱히 정치적 풍자도 없고, 호러라면 호러. 스릴러라면 스릴러. 코미디라면 코미디. 뭔가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 여러분. 우리나라에서 괴수 영화는 전무후무합니다. 그런데다가 헐리웃에선 굉장한 괴수영화들이 판을 치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헐리웃이랑 비슷하면 한국 관객들은 "헐리웃 괴수영화와 비교해서 별반 차이도 없네"라고 물어뜯고 할큅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이 부분을 가장 고심했을 겁니다. 보통 헐리웃 괴수영화라면 이럴겁니다.
괴물이 탄생 할 걸 알리는 징조들 출현 -> 괴수 영화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있고, 돈있고, 권력도 가질 수 있는 사람들. -> 괴수 출현 후 도시를 쓸어버리는 대규모의 액션신 -> 정부에서 군대를 동원하여 괴수를 막으려 함. 그러나 실패 -> 그 때 주인공이 아이디어를 내서 괴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다 -> 그 모습을 본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 흠모의 정을 느낀다 -> 괴수 퇴치 직전 위기에 빠지는 주인공. 그러나 사랑으로 극복한다 -> 주인공은 구출되고 괴수는 죽는다.
만약 괴물이 이런 내용이었으면 전국관객 300만도 못옵니다. 괴물은 이런 영화가 아닙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괴물 영화입니다. 괴물영화에서 훌륭한 스토리를 기대하시는 분도 있나요? 무언가 색다른 스토리를 원하시는 분도 있나요? 색다른 스토리라면 괴물 만큼 색다른 건 못봤습니다. 제가 괴수 영화를 좋아해 괴수 영화의 명작, 고전을 대부분 봤지만 괴물 만큼 색다른 소재의 괴수영화를 못봤습니다.(있다면 킹콩정도?)
사회비판적이라는 거 말곤 딱히 보여주지 못한다구요? 그나마 괴물은 사회 비판적이라는 걸 잘 보여주고, 정치적 풍자도 많은 편입니다. 그게 강하든 약하든요. 하지만 다른 괴수영화는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킹콩, 쥬라기공원, 에일리언, 프레데터, 죠스, 고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괴수 영화중에 사회비판적인 영화가 있나요?
그리고 장르 구분이 명확히 안된다구요? 한 네티즌 분이 이런 글을 올리셨더군요. "네이버 영화에 보면 괴물의 장르를 모험, 액션, 스릴러, SF, 드라마, 코미디로 분류했는데 여기서 3개만 확실하게 했어도 이러진 않았을건데......"라구요. 괴수영화라는 장르에 이렇게 많은 하위 장르가 있는 건 당연합니다. 킹콩만 살펴봐도 그렇죠. 킹콩엔 드라마, 코미디, 멜로, SF, 판타지, 액션, 시대극까지 총 7개의 장르가. 고질라엔 SF, 드라마, 코미디, 액션의 하위장르가 있죠. 괴수 영화에선 기본적으로 SF, 드라마, 액션의 하위장르가 있는 건 당연하구요.
지루하지 않기 위해 코미디 장르도 기본적으로 깝니다. 거기다 조금만 스릴 있으면 스릴러도 추가... 이렇게 되는겁니다. 괴물이 물론 한 가지 장르만 분명하게 파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온 장르영화 중 이렇게 많은 장르를 잘 농축해낸 영화도 보기 드물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로 시도되는 괴수 영화라는 겁니다. 헐리웃 영화랑 비교 자체를 불문해야합니다. 그 맥락 중 하나가 괴물이 작고 위협적이지 않다는거죠. 괴물이 고질라 급만 해보십시오 -_- 말 안해도 아시겠죠? 그리고 위협적이지 않다구요? 이것 역시 헐리웃 괴수 영화만 봐온 우리의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사람 중에서도 공격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온순한 사람이 있죠. "괴물"에서의 괴물도 괴수중에선 온순한 편이라고 생각하면 똑같은 거 아닐까요?
7, 상업성만 있지 작품성은 꽝이다.
-> 봉준호 감독이 무슨 영화제 작품상을 받기 위해 이 영화 만든 줄 아십니까? 이 영화가 무슨 살인의 추억처럼 그런 영화인 줄 아셨나보죠?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 영화는 줄거리 몰라도 다 볼 수 있다고. 그리고 12세 초등학생들도 보고 이해 할 수 있다고. 무슨 영화 볼 때 마다 작품성 운운합니까? 그럼 여름, 겨울마다 터져나오는 블럭버스터들은 다 작품성이 있어서 관객이 몰리고 재미있게 보시나보죠? 블럭버스터는 생각없이 봐도 되는 겁니다. 한국영화에 웰 메이드 열풍 부니까 영화가 다 작품성 있어야 되는 줄 아시나본데, 완전 착각입니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십시오. 평론가들은 작품성 있다고 하지만 상업성은 없는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이 감독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 영화연출의 가장 기본이자 출발점은 바로 "재미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괴물보고 작품성 따지는 사람들 정말 싫습니다.
* 마지막으로
제발 이 영화를 헐리웃 영화랑 비교 하지 마십시오.
헐리웃 영화=한국 영화 가 아닙니다.
그리고 괴물 900만 돌파한거. 언론 플레이에 넘어간거다라고들 말씀하시는데, 괴물이 대단한 영화가 아니면 언론도 이렇게 까지 안합니다. 거기다가 괴물은 언론플레이 그딴거 없이도 천만 넘을 수 있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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