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큰일이다.
"형사"를 접하고 또 중독이 된 후..
다른 영화나 영상물(드라마 라든가)들이 시시해 보이기 시작했다..
형사를 보면서 난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집필한 밀란 쿤데라가 자신의 소설 작법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아마 "불멸"이란 소설에서 화자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 부분일텐데..)
그는 다이제스트, 즉 "요약판"으로 만들수 없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난 그의 번역소설을 모조리 읽었을만큼 쿤데라에 열광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흥미롭거나 재미있다 (혹은 짜임새있다)고 느낀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의 책은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도, 바로 몰입해볼 수 있는..
매장, 매 구절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되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정말이지 여러번 읽어야 하고,
그렇게 여러번 읽고 또 읽어봐도.. 읽을때마다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그의 작품에선 사실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 전개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그리고 그를 사랑한 독자가 즐겼던 부분도 그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형사..
스토리의 부실함 이라는 이유로 정말이지 수많은 악평이 쏟아져 나왔던..
근데 난 "형사"에게서 쿤데라를 읽었을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장면부터 시작해 보아도, 영화의 어느부분을 펼쳐놓고 보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보는 느낌..
그래서 어쩌면 서사적인 부분은 오히려 불필요할지 모른다.
어찌보면 정말 소수만을 위한 영화일수도 있지만..
난 이 작품의 흥행실패로 인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할까 두렵다.
정 말 이 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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