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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음란서생
smire0701 2006-02-17 오전 4:45:52 1456   [10]

2006.02.13 용산 CGV 언론 시사회

2006.02.15 브로드웨이 시사회

 

 

<주>이 글은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십시오.

 

 

때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비난받곤 한다. '윤서'(한석규)는 그저 자신이 지금껏 수양해오며 느낀 신념에 따라 당파싸움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 것 뿐이지만, 세상은 그를 겁쟁이라고 부른다. 사실은 욕심이나 야망을 떠나 소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옳은 것이 항상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신념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싸움이다. 현실과의 타협은 살아가는데 편안할 수는 있으나, 자괴감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자신만의 싸움으로도 벅차건만, '가족'이라는 책임의 문제가 더해지면 더욱 힘들어진다. 역사에 남은 위인들의 가족들이 꼭 위인들의 신념에 지지만 보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훌륭한 사상가,예술가,지도자였지만 가족에게 있어서는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굳이 위인들처럼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개인의 신념을 그대로 지키자면 현실과는 항상 상충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누구도 쉽게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명망있는 가문이라는 것이 실은 허울좋은 격식과 권세다툼만 남았을뿐 신념과 진실이란 없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는 '윤서'(한석규)의 재능을 단지 당파싸움을 위한 상소를 쓰는것에 허비해야 한다.  이런 소위 '고급 사회, 고급 문화'의 염증에 시달리던 그가 자유로운 '저급 문화'의 자유로움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 솔직함의 매력은 당파가 서로 다른, 적대적인 두 집안의 '윤서'(한석규)와 '광헌'(이범수)가 경계없이 어울릴수 있는 지극히 보편적인 본능의 정서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고급문화의 사회를 저급문화의 시선으로 도마위에 올린다. 그들이 쓰는 난잡한 책은, 상류층 중의 상류층인 궁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함으로써 세간의 화제가 된다.  

 

작가주의 영화만이 인정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상업 영화의 감독들을 제 값을 인정받지 못했고, 저급하게 취급되었다. 언제부터인지 'B급 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무엇을 이야기하건, 그 형식이 어떠하건 잘 만들어진 영화는 어설픈 작가주의와 고상을 넘어서는 것임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은 굳이 영화에만 한정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아이들의 놀잇거리로 치부되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힙합,랩,로맨스 소설,일러스트 삽화 등 수많은 문화들이 이제는 '예술'로써의 인정을 받는다. 이러한 인정은 고급문화로 인식되던 클래식이나 오페라, 연극등의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Crossover)까지 탄생시켰다.

 

이러한 'B급 문화'들의 매력은, '고급 문화'의 정제되고 은유적인 매력과는 또다른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자유로움에 있을 것이다.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이 형식에 대한 이해 없이도 편안하고 접근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노골적이고 저질스럽게 다뤄지는 '점잖은 사회'에 대한 공격은, 인식하고 있지만 외면되어지는 현실에 대한 죄책감을 건드리며, 심지어 공격받은 사회의 구성원조차 자기 자신을 비웃는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일반적인 'B급 문화'를 넘어 아직까지도 문화로 인정받기 힘든 '난잡한 소설'을 이야기한다. 이 '난잡한 소설'이라는 것이 현대에도 야설, 포르노, A/V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소비되고 있지만, 아직도 문화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장르이다. (사실 장르라고도 불리워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러한 문화 역시 필요불가결이며, 숨겨놓은 본능의 배설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보다는 조금 자유로울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관습과 규범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이 '음란한 영화'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한번쯤은 누구나 남몰래 훔쳐보았을 인터넷 야설이나 빨간책들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추잡한 음담패설'의 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윤서'(한석규)와 '광헌'(이범수)가 난잡한 소설을 창작해내며 그 자유로움에 빠져들고, 책이 인기를 얻으며 뿌듯해 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공범이 된 듯한 은밀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들은 그 솔직함에 매료되어 점점 더 자극적인 상상력을 펼침에도, 사대부로써의 체면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음담패설과 저급문화를 소비하면서도 드러내고 밝히지는 못하는 관객의 모순된 감정또한 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이러한 이야기의 기본축을 중심으로 영화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며 다채로운 즐거움을 준다. 

유기전 주인 '황가'(오달수)와 필사장이(김기현),'모사장이'(우현)의 음란물 유통과정(?)은 청계천 비디오 리어카와 야시장 빨간책 장수를 연상시키며 웃음을 준다.  특히 '황가'역의 오달수는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력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삼인방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황당스러우면서도 재치넘치는 상상력은 이 영화의 강력한 매력이다. 조선시대를 빌어 던져놓은 현재의 모습은 치밀하게 선별된 촌철살인이다.  

 

'B급 문화'가 결국 제제당하는, 사회적인 규범의 상징인 궁의 인물들은 고상하고 우아하지만 모두 불행하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만, 부와 권력을 지닌 '정빈'(김민정)은 규범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능숙한 인물이다. 넘어야 할 선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나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그러나 그렇게 능숙한 그녀도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규칙을 어기고 만다. 규범이 정해놓은 공간에 철저히 적응해 살아가는 '내관'(김뢰하)과 그 규범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높은 자리의 왕(안내상) 역시 규범의 노예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가면을 벗지 못해 불행하다.

영화의 그늘진 감정을 끌어나가는 세 배우의 연기는 무게감있다.

특히 '정빈'역의 김민정은 미묘하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낸다. 내관역의 김뢰하와 왕 역의 안내상은 연기가 섬세했음에도 유머러스한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비중이 밀려난 듯 해서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색다른 솔직함에 호기심을 가진 '윤서'는 규범의 세계에서 밀려나고만다. ('광헌'의 경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그닥 다르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가 규범에 충실한 다른 이들처럼, 호기심을 호기심에서 멈추고 살아갔다면 그는 평안히 남은 생을 살았을 것이다. 아니, 호기심을 가지더라도 매료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의 힘이란 무서운 것이라 본능과 맞닿아 있는 솔직함은 강한 매력을 가진다. 어쩌면 선택은 두가지 뿐이다. 불행한 규범을 깨고 홀로 탈출하던가, 용기가 없거든 순응하여 살아가던가.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하지만 호기심을 잃어버린 고양이는 무료하고 불행하다. 

따듯한 집안 창가에서 낮잠자는 평안한 고양이로 살것인지, 싸늘하고 거친 골목길에서 쥐를 잡는 고양이로 살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반드시 골목에서 쥐를 잡는 고양이가 불행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and so on

 

1.군더더기 없는 영화의 진행은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들어있음에도 산만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쓸데없는 과정을 들어내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이 시나리오에 감독이 얼마만큼 공을 들였는지 와닿는다.

 

2.영화의 색감, 한복의 깊이있는 은은함은 <스캔들>을 넘어선다. 특히 밋밋하기 쉬운 남자캐릭터들의 한복 색상은 채도가 낯고 한 톤 가라앉았음에도 미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만, 이 영화를 디지털이 아닌 필름상영으로만 두번을 보았음에도 극장에 따라 색감의 차이가 심했다.

CGV에서 감상할 당시엔 손을 대고 싶어질만큼 매혹적이었던 색감이 브로드웨이 상영에선 밋밋하고 뿌옇게만 보여서 아쉬웠다.

 

 

written by suyeun

www.cyworld.com/nightflight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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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2006, 淫亂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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