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코믹영화를 보게 될 때마다 바라는 건 정말 별거 없다. 그저 힘깨나 쓰시는 그분들, 난무하는 욕설, 질낮은 성적농담, 이 세 가지가 좀 덜 나왔으면 하는 바램. 단지 그것뿐인데 왜, 왜, 한국의 코믹영화는 넓지도 깊지도 않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걸까.
주성치의 코미디가 그만의 독특한 세계로 인정받는 것처럼 이제 한국코믹은 이런 것이다, 라고 거의 한 부류처럼 고정되어 버린 거라면 난 정말 하나도 안 웃긴 코믹영화를 2시간 내내 본 것처럼 무척 슬퍼질 것 같다.
코믹/공포를 표방했다면 무서울 때 진짜 무섭게 나가다가 공포가 극에 달했을 그때! 한방 시원하게 코믹을 날려 극도로 커진 공포심이 전부 웃음으로 반전되는 그런 상황이 한번이라도 연출되었더라면 관객은 아마도 그 때 느낀 카타르시스로 영화 전체의 이미지를 한층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언제나 있어왔던 설정, 코믹코드, 순정적 사랑 요소를 이 영화는 버리지 않는다. 게다가 왠지 모든 이야기가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
제일 어이가 없었던 건 나도열의 애인이 그 높은 곳에서 팔 다리가 묶인 채로 떨어졌는데 그 모습을 본 나도열의 폭주 이후 그저 얼굴에 약간 피를 흘리며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녀. 말이 되냐구!! 그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죽지도 않은데다 그냥 얼굴 왼쪽에 피 조금 범벅이라니!! 관객은 바보가 아니라구요!!
영화는 이리 보았지만 배우로서의 김수로는 참 매력 있다. 그가 정통 멜로를 하는 모습을 나는 참 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드는 이 찜찜한 기분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축 늘어진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슬그머니 돌아서는 기분? 어쩌면 내가 영화 한 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순전히 ‘보는 사람’으로서의 기대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 만큼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리고 또 정성들여 본다는 것을.
이제는 그만 빨랫줄을 팽팽히 당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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