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그리 많은 기대를 하고 본 영화는 아니다. 단지 <손톱> <올가미> 등을 흥미있게 보게 해주었던 김성홍 감독의 작품인데다가 헐리웃에서 <찰리의 진실>을 찍은 박중훈-우리에게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된-이 나쁜넘으로 나온다는 것..게다가 여주인공으로 추상미가 나온단 것 정도. 정말 주인공이랄 만한 남자주인공 김주혁은 신인이란 이름으로 제외된 채 내가 흘려들은 세이예스란 영화의 정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건 박중훈에 대한 배신감이 불끈 솟았다. 그건 감독에 대한 배신감이기도 했다. 아니 원론적으로 돌아가면 어설픈 시나리오의 문제일 것이다. 도대체 시나리오 손볼 사람이 그리도 없었는지... 극 초반 관객들은 박중훈을 보면 웃기에 급급했고 별로 웃기지 않는 장면이었음에도, 정말 음산하게 표현되었어야 할 부분임에도 그에게 각인된 이미지와 다른 연기의 어색함은 실소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회색눈을 한다고, 목소리를 깐다고 그가 무서운 사람이 되는건가.. 순간순간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음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전설의 고향을 비하하는 건 아니다. 난 어제밤에도 전설의 고향을 보고선 잠을 설쳤으니깐! 다만 음악적 느낌이 그랬을 뿐!- 벌컥 문소리와 전화벨소리로 사람 놀래키는거 짜증난다. 내가 두 번 놀란 부분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피가 흥건히 흘러넘치는 하드고어를 표방한다고 해서 영화가 완성되는 것일까.. 비극적 스릴러..비극적이긴 하다. 어리석은 부부가 그렇고..뭔지 모를 복수심에 불타는 박중훈이 그렇고 또 살아났음에도 M이 그들에게 했던 것처럼 다른 행복한 커플에게 복수를 시작하려는 남편이 그렇다. 정말 불쌍하단 생각밖에...
그런데 정말 M처럼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M같은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 남아날 인간은 하나도 없지 않을까...-세상 사람 전부가 행복하진 않더라도 때로는 행복에 겨워진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 처하면 글쎄....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도 나대신 죽여달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내 세치 혀를 깨물고 죽고 말리라...마지막에 살아남은 남편도 그래서 우습다. 정상적이라면 정말 그렇게 사랑하던 아내가 목만 댕강 잘린체 돌아왔다면..그래서 그를 죽일 힘이 솟아났다면.. 그러고도 살고 싶을까. M을 죽인 후에 자신도 죽었어야만 그나마 어설픈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그를 살려둔건...그리고 또다른M의 모습으로 나타난건..혹시 속편을 그린것일런지..푸훗...아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말할 것이다. 열렬한 박중훈의 팬이라도 여기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면 순간 그에게 가졌던 모든 환상을 다 깨게 될 터이라고. 그리고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물불가리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건 물도 불도 아닌 똥이라고. 또한 아무리 때려도, 삽으로 내리 찍거나 삼지창으로 찔러도 아무렇지 않은 듯 부활하는 박중훈을 보면 혹시 이건 좀비 영화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차차. 여주인공인 추상미 이야기를 빠뜨렸다. 난 정말 그녀가 홀딱 벗고 나올 줄은-저속한 표현인가요? 죄송-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여배우인 그녀가 왜 극 전개상 필요치도 않은 장면에서 그런 모습으로 나와야 했을까...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표현했어도 될 부분을...그리고 그녀의 연기는 예전과 하나도 다름없다. 그냥 그녀다. 극속의 주인공으로 몰입했더라면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그래도 난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역시 여주인공에게도 실망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남자 주인공인 김주혁...차라리 그의 연기가 안정적이었다. 극을 전체적으로 받치고 있는 것도 그이니까.. 혹 이글을 보고도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보라..내가 말한 것이 최악의 평은 아닐찌니까. 또한 모든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다가올테니깐! 하지만 진심은 말리고 싶다. 가까운 놀이공원을 가서 잠깐의 스릴을 맛보는 것이 백배 남는 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