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나자, 나는 갑자기 외치고 싶어졌다.
"이 얘기는 모두 정말이라고요~ !"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보지 못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사회라는 이 울타리 속에서 자라난 나는...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언제부터인가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되뇌인다.
"아니야, 있어. 산타클로스는 있어. 있다구... 단지 내가 못 본 것 뿐이야."
지금도 믿고 있다. 산타클로스는 있을 것이다.
보지 못해서 믿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너무나 지극히 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려하기 때문이라고.
Big Fish를 보고 나서도...
나는 생각했다.
그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며, 정말 그러한 일들이 있었던 거라고...
그래, 마치 신앙처럼 나는 믿고 싶어졌다.
사실 그것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순히 믿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행복 안에서 그것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전혀 필요없는 일이니까...
역시 '팀 버튼'...... 이란 생각이 들 만큼...
그 만의 특유의 위트는 이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팀 버튼의 영화에는 웃음과 공포와 감동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러나
그 공포는 잔혹하거나 괴기스럽지 않고,
그 웃음은 가볍거나 허투른 얘기들이 아니며,
그 감동은 그저 눈물나게 하는 장면들은 아니다.
눈물이 없지만 감동적이고...
억지스런 웃음이 없고...
구역질 나는 공포가 없다.
그저 동화 속의 나라로 떠나는 '티켓' 한 장을 들고...
짧지만 긴 여행을 다녀오는 느낌을 보는 이에게 선사해 준다.
Big Fish의 '에드워드 블룸'이란 인물은 확실히 몽상가였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가 거짓말쟁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착한 거짓말이라던가, 좋은 거짓말 따위로 표현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믿으니까...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설령 팀버튼 감독이 얘기하는 진실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나는 에드워드를 믿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나도 그의 동행인이 되어... 그의 그 환상적인 여행을 함께 하고 돌아왔으니까...
에드워드에게 무언가 별명을 붙인다면...
나는 그에게...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팬이나...
별로 돌아가지 못한 어린왕자로 부르고 싶을 뿐이다.
아름답고... 가슴 따뜻하고...
보고 나면 가슴 가득 행복이 느껴지는 영화다...
P.S -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의 욕조씬을 보면서...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순간 머릿 속이 울릴 만큼 가슴이 찡했다고 해야 할까...
8개 주의 꽃을 모두 모아 그의 아내의 학교 교정에 심어놓고 고백을 하던...
모습보다도... 훨씬 더 내겐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오래오래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또 아름다운 일인지...
Big Fish는 로맨스 영화는 아니지만...
내게 있어서는 '사랑의 의미'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P.S 의 P.S - '물랑루즈'에서의 크리스티앙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개인적으로 이완 맥그리거에게 크리스티앙보다 더 잘 어울리는 역은
없다는 생각은 어째서 바뀌지 않는 걸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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