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센스]라는 영화 이후, 일종의 반전열풍 이라고 할 정도로 헐리웃 이나 우리나라 영화들이 반전에 중점을 둔 스릴러 영화들을 일제히 내놓기 시작했다.그렇게 [디 아워스][장화,홍련]등이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하여금 공포 스릴러 영화의 묘미를 보여 주었다.하지만 [식스 센스]의 강하게 뒤통수를 후리는 반전 탓인지 관객들에겐 언제나 그 보다 더 기상천외하고, 예상치 못하는 반전을 기대하게 되었다.매번 스릴러,공포 장르의 영화를 볼때면 은근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품고 가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그래서 최근 이런 류의 영화들이 그런 수준 높은 관객들의 구미를 확실하게 채워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그런 중에서 제임스 맨글드 감독의 [아이덴티티]는 오랜만에 만나는 헐리웃 스릴러 영화라는 점과 함께 동시에 지금까지 기대치를 충족 시키지 못한 스릴러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도록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비춘 존 쿠삭과 레이 리오타,알프레드 몰리나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한 출연진은 그 기대치를 더욱 높여주기도 한다.인상적인 포스터 만큼이나 관객들의 주목을 끌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아이덴티티] 인 것이다.
소름끼치도록 비가 퍼붓는 어느 날, 한 외딴 모텔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평범한 한 가족과 유명 여배우와 그 운전기사,신혼부부 와 한 창녀,죄수와 그를 호송하는 교도관,그리고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11명이 한 모텔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영화 [아이덴티티]는 주인공이 11명이라고 할 정도로 각각의 캐릭터가 고른 비중과 저마다의 뚜렷한 특징으로써 스토리를 상당히 조화롭고 깔끔하게 전개시키고 있다.어떤 한 주인공에만 비중을 두지 않고, 11명이란 적지 않은 수의 캐릭터를 관객들로 하여금 뚜렷하게 인식하게 하고, 그 많은 캐릭터들을 스토리 속에서 한치의 흐트러짐 이나 난잡함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 시키는 힘, 그것이 바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아이덴티티]를 깔끔하고 정돈된 스릴러 영화로 만든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너무도 논리적으로 배치된 스릴러적 요소와 잠시도 머리를 쉴 수 없도록 만들어 주는 자연스럽고 치밀한 스토리 이다.모텔에 모이게 되는 11명의 인물들은 결코 단순한 만남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다.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가족 중 아내를 치어버린 여배우의 운전기사는 황급히 그 가족들을 모텔에 옮겨 놓고,병원을 찾아 떠난다.그런 중에 도움을 요청하는 창녀를 만나게 되고,그런 와중에 신혼부부의 도움을 받게 된다.이렇게 11명의 캐릭터 사이에는 얽히고 설킨 관계도가 존재한다.그렇지만 결코 산만하거나 어설프지 않은 것이 바로 [아이덴티티]를 통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 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캅 랜드][처음 만나는 자유]로 이미 헐리웃에서는 인정 받는 감독 중에 하나이다.특히, 안젤리나 졸리에게 여배우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처음 만나는 자유]는 국내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바로 그 작품의 감독 제임스 맨골드의 특별한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는 저예산으로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등극할 정도로 다시 한번 감독의 역략은 확인 시켜 주었다.그만큼 [아이덴티티]는 스릴러 영화로서의 요소들을 확실하게 갖춘 "잘 된" 스릴러 영화인 것이다.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각각 뚜렷한 11명의 캐릭터와 함께 시종일관 관객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서들은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모텔에 감금시킨 죄수의 탈출과 함께 시작되는 죽음의 그림자는 그 안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공포에 몰아 넣는다.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사람들은 그들을 더욱 조여 온다.또 죽은 시체와 함께 발견되는 숫자가 적힌 방열쇠와 점차 서로를 의심하고, 오해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상한 태도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그들과 함께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여느 스릴러 영화들이 어느 정도 전개가 되면 늘어지고 지루한 전개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반감 시키는데 비하여, [아이덴티티]는 시종일관 빈틈없이 전개되는 치밀한 구성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반전을 가진 영화이다.물론 지나치게 기상천외하고 엽기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그저 그런 결말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덴티티]는 반전을 가진 스릴러 영화가 주는 긴장이나 공포 보다는 결말을 이끌어 내기까지의 알차고 치밀한 전개가 더욱 소름끼치고, 긴장하도록 만드는 영화인 것이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헐리웃 스릴러 영화라는 점은 [아이덴티티]를 조금 더 기대하도록 해 줄 것이다.그만큼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스릴러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런 점에서 영화 [아이덴티티]는 관객들의 구미를 적당히 맞춰주는 스릴러 영화이다.보는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어둡고 축축하게 비가 내리는 배경과 한 살인마의 심문장면과 교차되어 보여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저마다의 강한 개성을 지닌 11명의 캐릭터와 쉽새없이 관객들을 긴장 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치밀한 스토리와 스릴러적인 요소들,그리고 깔끔하게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게 하는 반전까지 [아이덴티티]가 가진 스릴러 영화로써의 요소들은 상당히 만족 스럽다.뿐만 아니라 레이 리요타와 존 쿠삭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깔끔한 연출력은 그를 더욱 돋보이도록 해준다.독특하게도 [아이덴티티]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또다른 영화인 [케이트 & 레오폴드]와 동시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상반된 두 장르를 통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기도 하다.[매트릭스3][반지의 제왕3]등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요즘 [아이덴티티] 같은 깔끔한 스릴러 영화 한편으로 그 기다림의 지루함을 덜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