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휴일 덕분에 곽경택 감독과 정우성의 신작 "똥개"를 개봉 첫날 첫회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기대, 그리고 이번 주말 가장 많은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는 맡아놓은 당상이다. 그리고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아 어쩌면 이번 여름방학 시즌 유수의 헐리웃 블럭버스터들을 제치고 무난히 최고 흥행작으로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똥개"는 적어도 한국 영화 시장 내에서는 "살인의 추억" 만큼이나 보기 드물게 좋은 영화의 구성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비평적인 측면에서는 가타부타 의견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일반 관객들 대부분은 곽경택 감독의 검증된 연출 역량에 정우성이라는 흥행 빅카드의 연기 변신이라는 부분만으로도 이미 영화에 대한 확실한 호감을 갖는다. 여기에 주인공 철민이와 여러 주변 인물들의 청국장 냄새 팍팍 나는 캐릭터 구성이 아주 뚜렷하고 가진 놈들에 대한 칠뜩이들의 똥개스러운 도전이라는 줄거리 또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똥개"에는 관람객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정서적 파장이 있다. 인생은 비록 못나고 제대로 되는 일 하나 없이 그냥그냥 살아가지만, 나를 낳느라 식물 인간이 되어 몇 년 살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야 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살벌한 유치장 맞짱 주먹싸움으로 피떡이 된 똥개 철민이의 실루엣과 겹쳐질 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모성에 대한 공감대가 극장 안을 가득 메우게 된다. 곽경택 감독이 똥개처럼 물고 늘어진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고 정우성도 콧물의 압박을 불사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똥개"가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미진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곽경택 감독 입장에서는 "친구"의 희극 버전이랄 수도 있고 정우성 입장에서는 "비트"의 어리숙 버전, 미성숙 버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뭐 아무리 망가진 연기를 했다고는 하지만 시골 장터에서 집어온 듯한 츄리닝이나 유치찬란한 옷들을 입혀 놓아도 여전히 정우성은 정우성인 것을 어쩌란 말이냐. 그럼에도 "똥개"는 몇가지 단점들을 상쇄할 만한 좋은 영화적 요소들이 아주 많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곽경택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색보정된 은은한 화면이 너무 보기 좋았고 효과음을 배제한 사실적인 유치장 격투씬 또한 오직 영화이기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만들고 또 감상도 가능했던 훌륭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 "똥개"가 극장 상영에서 롱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