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감독중에 하나이다. 그는 2001년도 '친구'라는 영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동원을 한 영화의 감독인 것이다. '친구' 이후에 곽경택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무조건 돈을 대겠다는 투자가가 많았으니 말이다. 그는 다음해에 영화를 찍기위한 좋은 조건으로 유오성 주연의 참피언을 찍었다. 모든 언론과 세인들의 관심이 몰렸지만 참피언은 제작비를 건지지 못하고 영화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올해 곽경택 감독은 '똥개'라는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이전작들은 여름시즌에 개봉한 영화들이 없다. '억수탕', '닥터K', '친구', '챔피언'은 대박시즌이라고 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비껴간 영화들 이였다. 그러나 '똥개'는 대박시즌인 여름방학에 개봉을 한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반증일까?
내가 요근래 본 영화들과 같이 묶어서 소감을 피력한다면 '똥개'는 나에게 있어서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이전작들이 진지함과 네러티브를 강조한 영화였다면 '똥개'는 곽경택표 영화중에서 가장 유쾌한 영화일 것이다. 요즘 영화적인 시류가 코믹이라서 코믹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을지 모르지만 곽경택표 코믹은 지금 주류로 만들어지는 영화들과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의 영화에는 그 만이 예기하고 싶은 철학이 있고 그 속에서 배우들은 자유로움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정우성이다. 언제나 분위기를 잡아오고 눈에 힘이 들어간 연기는 곽경택 감독을 만나면서 무척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는다. 이전 영화중에 장동건의 파격적인 몸 값으로 출연한 해안선에서 그의 연기변신에서 느꼈던 감정이 정우성에게도 같은 감정이입이 된다. '똥개'에서 정우성은 백수의 전형적인 모습과 전혀 꾸미지 않는 그의 순수성을 연기해 낸다. 그것은 곽경택의 힘이리라..
여기에서 의외의 배우를 발견하게 된다. 엄지원이라는 배우는 "주연을 하기에는 조금 모자르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엄지원이 연기를 보면서 '똥개'에서 그녀의 연기는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만큼 그녀의 역량을 몰랐으리라.
'똥개'는 곽경택표 웃음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삶의 한 단면을 바라볼 수 있다. 오래간만에 좋은 영화를 본것 같아서 흐믓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