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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부스] 현대인의 고해성사 폰부스
freewhale 2003-07-04 오전 5:23:51 1065   [1]
 
 자, 우리의 깻잎머리 여고생, 핸드폰을 집어들고 문자메세지를 날리기 시작합니다. 대단히 빠른속도로 이모티콘을 포함한 다양한 문자들을 누르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네 10초도 되지 않아 이미 전송을 마친 상태이군요. 놀랍습니다!!

 다음은 사무실 셀러리맨 아저씨의 순서입니다. 이쪽도 만만치 않군요. 재빠르게 메모를 동시에 하며 고객을 상담합니다. 아 위기인가요? 전화가 더 걸려 왔군요. 네 대단합니다. 3자 회담을 방불케 하는군요.

이어지는 방배동 아주머니, 집안 전화를 애용하신다고 하는군요. 네 한번에 2시간은 기본이라구요? 물론 통화중 대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겠죠. 드디어 기록이 갱신됩니다. 무려 4시간 40분입니다.

"현대인의 고해성사 - 폰 부스"

광활하고 넓은 우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시원한 오프닝과 상반되게 줄창 전화박스에 갇혀 꼼짝없이 살인자와 통화하게 되는 "폰 부스"는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폰부스가 쓰여진 건 무려 20년 동안이나 같은 소재를 붙들고 늘어진 시나리오 작가 래리 코헨의 노력입니다. 히치콕과도 이 소재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하죠. 하지만 상반되게도 시나리오는 불과 1주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완성되었고, 촬영기간 역시 크랭크인한 지 2주만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실제 영화 속의 시간 90분과 실제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인 90분이 같다는 것 사실은 더욱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되지요.

 하지만 정작 영화가 진행되면서 알 수 없는 이 테러범(키퍼 서덜랜드 분)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앞서 말한 독특한 소재를 충분 활용하면서도 소재에 함몰되기 쉬운 함정을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나레이터로서 계속해서 관객에게 속삭이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변조-그러니까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는 듯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생생하게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상당히 재미있는 효과를 우리에게 전달하게 해 주는데요. 마치 스튜(콜린 파렐 분)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스튜의 모노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뉴욕의 5개구에는 약 800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뉴욕에는 1200만의 사람이 있다. 거의 1000만개의 전화교환라인이 있고. 50개가 넘는 전화회사가 있다. 300만명의 뉴욕 시민이 휴대폰 사용자다. 예전에는 자기혼자 중얼대는 정신 이상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지위의 상징이고, 단축 번호는 동전 넣는걸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다. 휴대폰 사용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대략 450만명의 시민과 200만명의 방문객들은 아직도 보편적으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좁은 부스 안에서 테러범 혹은 또 다른 자신과 (친절하게도!)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삶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됩니다. 이 "전능한" 테러범의 무기는 고성능 저격총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과 비밀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공포일 것입니다. 특히나 전화기 뒤에 숨어 사람들에게 가식적인 면면을 보이며 살고 있는 주인공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도요. 결국 이 테러범 아내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부하직원을 속인 것에 대해 하나둘씩 이야기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군요. 고통스럽게 부스 밖에 사람들을 향해 고백하는 스튜의 모습은 흡사 공개적인 고해성사를 연상하게 됩니다. 결국 테러범과의 게임도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긴장감과 공포가 훨씬 증폭되어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스튜에 대해 자신을 이입하도록 만들게 됩니다.

폰 부스의 영리한 감독은 스튜의 추악한 내면을 끄집어내어 무차별적으로 고백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가식적인 벽을 뚫고 나오라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탓에 반경 1m도 안 되는 좁은 공간으로서의 폰 부스는 더욱 답답한 스튜 내면의 벽으로 보이게 되고 역설적으로 그가 고개를 내밀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 때에서야 폰 부스에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가 폰 부스를 빠져 나와 소리지르는 군요

" 나 때문이야. 날 데려가, 날 원하잖아, 나 때문이잖아"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빠른 교통과 전화네트워크 그리고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우리는 진보해왔습니다만 우리는 그에 더해 테크놀로지에 기대어,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법에 대해 많이 잃어버리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 주변에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면서 벽을 만들고 그 너머의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면을 쓰고 대하게 되었구요. 전화는 이러한 소통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타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인의 단면들을 좁은 전화박스 안에 쳐 넣고서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새 삶을 마지막까지 정직하게 살길 바래. 그렇지 않으면 내 전화를 받게 될테니까"


감독 : 조엘 슈마허
주연 : 라다 미첼, 론 엘다드, 케이티 홈즈, 콜린 패럴, 포레스트 휘태커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등급 : 12세 이상
상영시간 : 82분
제작년도 : 2002

copyright by 푸른고래 http://rz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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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부스(2002, Phone Booth)
제작사 : Fox 2000 Pictures, Zucker/Netter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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