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지는.. 황당 억지 설정들도.... 속사포처럼 쏟아대는 말장난들도 이 영화에는 없었다.
음.. 그렇다면 그동안 이런 코미디 영화들이 흥행을 해왔으니.. 그런 류의 코미디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라면..뭐야..이럴 수도..
하지만 소모적인 웃음과 그 뒤의 허탈감을 주었던 코미디에 실증을 내고 있는 관객들이라면...이 영화의 새로운 시도에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영화 내용을 얘기하면 나중에 볼 사람들이 김 빠질 거고.. 이 영화는 예고편이나 영화 홍보 등에서 보여진... 마냥 웃기려고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파산 직전의 증권회사 직원에서 잘 나가는 골퍼가 되어 있는 딴 세상 속에 떨어져..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에서... 죽음으로도 화해하지 못한 아버지와의 갈등을 되돌아 보게 하고... 방탕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받은 그쪽 세상의 아내(^^)..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그런 가운데 싹뜨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들... 그런 것들이 주인공 승환의 좌충우돌 속에서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마음 한켠이 짠해오는 애뜻함을 관객에게 전달해준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래딧은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절대 자막 올라갈 때 그냥 나오지 말길... 갑자기 유명 골프 선수가 된 강승완 저편에... 파산 직전의 증권회사 직원의 상황에 놓인 진짜 골프 선수 강승완의 좌충우돌을 만날 수 있다...
두 세계에서 다르면서도 같은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강승완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조연들의 연기들도 맛깔스럽게 영화의 양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주변을 따듯하게 만드는 강승완의 인생역전기를 보면서...조마조마해하기도 하고..기분좋게 미소 짓기도 하고, 큭큭 소리 죽여 웃기도 하면서... 가슴 한켠이 따듯해져 왔다.
김승우, 하지원....안 어울릴거라 생각했느데... 이 영화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정말 둘..잘 어울린다.. 그리고..이 영화 속 김승우는 <라이터를 켜라>만큼이나 불쌍하게... 귀엽게..어리버리하게 나온다.. 그의 귀여운 어리버리 연기는 물이 오른거 같다..정말..
아쉬운 점이라면... 음악이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이... 요즘들어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던데.. 음악으로 인해 같은 장면도 관객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