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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당신 너무 멋진 거 아냐?
그 감독이 알고 싶다 | 2004년 7월 13일 화요일 | 토토 이메일

2003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못난이 분장으로 니콜 키드먼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거나 애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 베리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거나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의외로 화제가 되지 못했던 행사였다. 그 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이슈는 바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면서 던진 한마디 수상 소감이었다.

“부시, 당신이 부끄럽소!”

이 한마디는 전 세계에 생중계 되는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 특성상 단박에 지구촌 유행어가 되어 ‘부시 정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마이클 무어는 부시와 다정하게 손을 잡은 포스터를 가지고 다시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름아닌 이라크 전쟁의 엉뚱한 명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부시 정권의 어이없음을 통렬하게 비판한 <화씨 911>이라는 신작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 배급사에서 배급하기를 꺼려했을 만큼 현 정권에 대해 엄청난 욕설을 쏟아 부은 <화씨 911>은 미국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관객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최초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뿐 아니라 최고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필름이 모자라 확대상영을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올 칸느 영화제에서는 심사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올드보이>를 제치고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신 아들도 이라크에 파병하란 말이다!
당신 아들도 이라크에 파병하란 말이다!

● 나는 타고난 반골이다

마이클 무어의 외형은 정말이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평범하고 거기다 한국적인 표현에 따르자면 ‘후덕’하기까지 하다. 모범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뿔테 안경을 쓰고 싱글거리며 웃고 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악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친절 할 것 같고 무엇이든 이해해 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그는 타고난 반골이다

느글거리는 웃음 뒤에 비수를 숨기고 잇는 마이클 무어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만만한 학생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언론의 힘을 깨우치기 시작한 그는 교내 신문을 만들고 연극 대본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의 상황을 나름대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활동은 지극히 ‘반 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신문은 압수당했고 연극은 공연자체가 금지되는 등 실질적으로 빛을 보지는 못했다.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교 졸업 직전에는 지방 교육 위원회에 선출된 후 자기 학교 교장과 교감을 해고하면서 미시간주 최연소 공무원이 되기도 했다.

이 후 미시건 대학에 진학하지만 자퇴하고, 10년간 스스로 주간지를 발행해 자기 목소릴 높이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의 반골 기질은 정계의 추문을 폭로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마더 존스>라는 잡지에서도 감당하지 못하고 자칭 ‘사상적 이유’로 해고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마이클 무어 초기 작품들
마이클 무어 초기 작품들

● 최고의 매스미디어, 영화를 알게 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고향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GM이 일방적으로 직원들을 해고하고 공장을 철수하면서 겪게 된 마을을 혼란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1989년에 제작된 <로저와 나>라는 작품은 왜 고향에서 공장을 철수해야 했는지를 따져 묻기 위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GM대표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다. 과연 만나게 될까 아니면 실패하고 말까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한참을 감독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이게 과연 다큐멘터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어 <캐나다 베이컨>과 <빅 원>에선 정경유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며 시민의식의 각성을 요구했으며, <생방송 에드 TV>, <럭키 넘버>등에 등장해 왜곡된 미디어를 비판하는데도 그 목소리를 높였다.

● 진실을 알고 싶을 뿐!

지난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볼링 포 콜럼바인>은 보다 폭 넓은 사회 현상과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제도적인 사회 변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 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사건을 시작으로 부시 정권의 이유 없는 폭력행사와 총기소지문제 등 전반적인 사회 이슈들을 흥미롭게 전개하는 <볼링 포 콜럼바인>은 단순히 미국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외치는 작품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의 제작의도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사물함에서 ‘마를린 멘슨’의 음반이 나왔다는 이유로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던 언론과 권력자들이 정작 무기를 소지하고 팔아먹은 당사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과연 누의 잘못으로 비극이 시작되었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연 ‘멘슨’의 음악으로 아이들이 미쳐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네들에게 총을 쥐어준 다른 어른들의 문제란 말인가. 과연 힘있는 자들이 마녀사냥을 위해 선택한 ‘맨슨’이 진정 현명한 선택이었을까.(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멍청함을 도드라지게 하는 어이없는 선택이었다!)

이것이 그 문제의 화씨911 오리지날 3종 포스터
이것이 그 문제의 화씨911 오리지날 3종 포스터

● 화씨 911의 제작 목표는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게 만드는 것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 <화씨 911>은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하지 못했던 폭력으로 자심을 멍청함을 감추려는 부시의 모습을 더욱더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911 테러가 사실은 부시와 친밀함을 과시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소행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과연 그 배후에 다른 음모와 이해관계는 없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물론 얼마나 그 내용이 진실된 것인지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는지는 관객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서도 ‘부시’부자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품는다면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봐야 할 정도로 그 내용은 충격적이고 설득력이 있다.(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미국에서는 ‘부시’의 인기가 급락하는 등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화씨 911>은 단순히 911테러에 대한 진상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연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분쟁지역에 미군을 파병하고 주권을 마음대로 줬다 뺐었다 하는 등의 행위가 정당한가에 대해 성찰을 한다. 현재 이라크 파병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 작품은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라면, 기득권자들이라면 꼭 한번은 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분 좋았던 장면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상원 의원들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을 쫓아다니며 그네들의 아들을 이라크로 파견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쫓아다는 장면이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에게도 똑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게 치밀었다!)

● 마이클 무어, 멋진 반골...! 밉지 않은 반골...!

마이클 무어는 단순히 인기에 연연하거나 민중을 어설프게 선동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 철학을 영상과 문자로 옮기는데 일생을 모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유명세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크게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올바르게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것이 마이클 무어 감독이다. 때문에 현재의 가장 큰 이슈는 오로지 ‘부시의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며 그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은 모두 이 하나의 목적아래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영화 외에 <감량경영>, <멍청한 백인들> 등의 저서를 보면 미국인으로서 권력을 가진 자로서의 자성의 일관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맘에 와 닿을 수는 없다.

그는 적어도 미국인이고 미국을 끔찍히도 사랑하다 보니 결국에는 모두 미국 만세를 은근히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이 비교적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그런 불편함은 미국에 그런 인재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오는 질투심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마이클 무어와 같은 멋진 반골 문화 선동가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8 )
qsay11tem
좋아하는 감독이에여   
2007-11-27 12:17
kpop20
기사 잘 봤어요   
2007-05-18 11:22
khjhero
당신..정말...멋죠..   
2005-02-15 20:46
cat703
문제의 화씨911 오리지날 3종 포스터..ㅋㅋ 특히 부시랑 찍은거 정말 화제였죠   
2005-02-15 13:26
sweetybug
화씨 911빌려볼꺼에요..ㅋㅋ   
2005-02-11 13:31
imgold
우리나라는 그때 그사람들이란영화,,,블랙코메디 영화도 심의걸고 난린데..-_-ㅋ 우웩!!!!   
2005-02-07 17:54
imgold
으아~ 화씨911정말 쇼킹하게 봤어요.
나쁜놈도 나쁜놈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정말 반 인류적..-_-ㅋ 암튼 최악의 남우주연 조지부시강추!!!!   
2005-02-07 17:53
cko27
ㅎㅎ 솔직히 저렇게 나쁜점만 찾아다니면 비디오 한편정도로 안나올 사람 어딨을까..   
2005-02-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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