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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를 아나요 <서서 자는 나무> 송창의
서서 자는 나무 |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피곤해 보인다.
아, 그런가? 어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회 공연을 하고, 아침에 일찍 움직여서 피로감이 있다.

당신은 피곤하면 그게 눈에서 나타난다. 쏙 들어가거든.
아! 퀭해지는 게 있다. 지금 심한가?(웃음)

(웃음)요즘 기분 어떤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말 그대로 슬픔을 연기하고 있어서 다운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슬픈 뮤지컬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향을 미친다. 공연 끝나고 분장실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도 많고. 그래도 즐거운 요소들을 찾으려다 보니, 지금은 적응이 됐다. 사람들 만나서 술자리도 자주 갖고 그런다.

<서서 자는 나무> 개봉 소식 듣고 조금 놀랐다. 드라마랑 뮤지컬로 바쁠 텐데, 영화는 또 언제 찍었나 싶어서.
영화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들어가기 전에 찍었다. 드라마 찍는 동안 후반작업이 끝나서 지금 개봉하게 됐다.

원래 12월 개봉 예정이었나?
처음에는 12월 계획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내부적인 사정이 있었겠지.

어쨌든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생겼다. 후반 작업하는 동안, 당신이 <인생은 아름다워>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잖나.
아, 그러실 수 있겠네.(웃음)

<서서 자는 나무>의 주 배경은 삼척이지만, 제주도도 등장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주도 올로케였고. 어떻게, 제주와 인연이 많다.
그러게. 개인적으로 놀러 간 적은 있는데, 일로 이렇게 자주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는 3-4회차만 제주도에서 찍었는데, <인생은 아름다워>로는 무려 8개월을 있었다. 서울과 제주를 2주에 한 번씩 오가면서. 초반에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는데, 점점 적응이 되더라. 촬영이 없는 날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니까, 운동도 하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그랬다. 제주도가 조림이 맛있거든. 배낚시도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고기는 잘 잡히던가?
쉽던데? 잡은걸 바로 회로 먹기도 하고, 그걸 또 미끼로 써서 큰 고기도 낚고. 공기가 맑아서 특히 좋았는데, 그래도 이젠 당분간 안 가도 될 것 같다.(웃음)

<인생은 아름다워>의 태섭이 워낙 복잡한 인물이어서 그런지, 그에 비해 <서서 자는 나무>의 구상이 단선적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아, 영화는 어떻게 봤나? 솔직히!

음. 착한 영화라고 해야 할까. 형식이 파격적이랄지, 드라마틱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당신이 시나리오를 봤을 땐, 뭐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었을 텐데, 그게 뭐였을까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별로였나 보다.(웃음)

(웃음)전반적으로 평이한 느낌이었다. 등급도 전체관람가인데, 요즘 상업영화가 전체관람가라는 게 결코 장점은 아니잖나.
나는 소방관을 내세운 게 좋았다.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우리가 쉽게 부르는 게 119인데, 그런 소방관의 삶을 바라본다는 게 마음에 와 닿았거든. 동료가 불의의 사고로 운명했을 때, 유가족을 챙겨주는 사례도 뭉클했고. 볼거리 화려한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뭔가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구상은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하고 병(뇌종양)을 얻는데, 그 상황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설정이 좋았다. 보통 영화의 경우, 그런 인물은 한없이 비극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잖나.
애써 밝음이었다. 원래 대본에서는 어두운 면이 많은 친구였는데, 감독님께 너무 눌러서 가지 말자고 했다. 자신의 병을 이미 알고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자신의 병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구상의 행동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나? 구상은 그것을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인 거라고 본다. 남은 사람은 어떡하라고. 남은 사람에게도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굳이 남에게 알리진 않는. 하지만 구상 정도의 병이라면 말하겠지. 아까도 말했듯, 구상은 애써 밝음이었다. 구상이 가지고 가는 건, ‘그 행복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였다. 그래서 홀로 아픔을 안고 가려 한 거고.
개인적으로 구상과 아내 순영(서지혜)의 관계보다, 순영을 짝사랑하는 석우(여현수)와 그런 석우의 마음을 알아 챈 구상의 관계가 더 흥미로웠다.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의 삼각구도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웃음)그 말은 석우가 (약혼자가 있는 롯데에게 사랑에 빠진)‘베르테르’고, 순영이 ‘롯데’, 구상이 (롯데의 약혼자인)‘알바르토’라는 말인데. 구상이 이성주의자는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성격 말고. 구도로만 보면.
아, 구도 자체만 보면… 구도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겠다.

다른 게 있다면 베르테르는 고백을 하고 비극을 맞지만, 석우는 끝까지 지켜만 본다. 또 알베르토와 달리 구상은 두 사람을 오히려 이어주려고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순영)을, 내가 아끼는 또 다른 친구(석우)에게 부탁할 수 있다는 건, 복이기도 하지만, 슬픈 거다.
슬픈 거지. 답답한 거고.(웃음) 구상이 석우에게 갖는 감정은 사실 묘한 구석이 있다. 우정의 감정도 있고, 질투의 감정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래도 너라서 다행이다”, “너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맡기고 갈 수 있겠다”의 감정이 가장 강했던 것 같다. 정말 믿으니까 그럴 수 있었던 거고.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후 오랜만에 찍은 영화다. 또, <소년이 울지 않는다>가 2008년 개봉했지만, 2006년에 찍은 영화 아닌가. 횟수로는 5년만의 영화인데, 기분이 어땠나?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까, 영화 작업을 오래 못했다. 영화에 욕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드라마 대본이 흐름 속에 연속성이 있다면, 영화는 시나리오 한 권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찍으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처음에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방수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동성애자, <헤드윅>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연기했다. <황금 신부>에서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고, <박치기 2>에서는 일본 이민 1세대를 맡았다. 공통점이 다들 뭔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이라는 거다. 그런 역에 끌리는 건가.
이게 어려운 얘기는 아닌데,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시놉이 잘 읽힌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예로 들자면, 할아버지는 여러 명의 첩을 두고 있고, 재혼한 부부의 첫 아들은 동성애자다. 또 첫 딸은 그 아들과 배다른 형제고, 삼촌들은 다 노총각이다. 이렇게 대가족 3대가 평범하지는 않은데, 또 너무 화목하다. 김수현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그 인물 구성도가 한 사회를 나타낸다는 거였다. 그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라는 거지.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들여다보면 사실 다 똑같다는, 그런 메시지가 좋았다. 어떤 역으로 사회를 바꿔봐야지 하는 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메시지에 끌리는 것 같다.
이번 영화 전반에는 당신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내레이션이라는 게, 자칫하면 너무 쉬운 감정 전달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도 많이 썼을 것 같다.
여러 번 녹음을 했다. 톤과 느낌을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사실 내레이션이 더 있었는데, 함축적인 것만 남겨두고 많이 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내레이션의 흐름이 구상의 흘러가는 마음이어서 녹음할 때 그 느낌을 잡고자 신경을 많이 썼다. 내레이션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더라.

‘원한다고 모든 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라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에게도 그런 게 있었나? 간절히 원했는데, 이루지 못한 거.
글쎄. 영화 흥행을 원하지만, 원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웃음)

(웃음)<소년은 울지 않는다> 얘긴가? 아쉬움이 있나보다.
아쉬움은 모든 작품에 남기 마련인데, 그 작품은 처음 한 영화라 더 그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다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있고. 그때는 여러 가지 생각만 많이 가지고 있었지, 그걸 가지고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몰랐다. 구상 같은 경우는 그래서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고. 그렇다고 <소년은 울지 않는다>가 아쉬움만 남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내겐 노력을 많이 했던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럼 된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까 질문과 관련해서, 당신은 그래도 원하는 걸 어느 정도 이룬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연극과를 졸업한 후, 뮤지컬 하고, 영화 하고, 드라마 잘 되고. 내부적으로야 나름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겉에서 봤을 때는 순탄한 연기 생활을 하는 느낌도 든다는 거지. 연기가 간절히 원하는 거였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삶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인데?(웃음) 그 부분은 인정한다. 처음부터 연극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릴 때 우연히 <레미제라블>을 봤고, 그 뮤지컬이 깊게 각인이 된 상태에서 연극과를 진학했다. 그러니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뛰어든 건데, 꿈은 또 되게 넓었다. 탤런트도 하고 싶었고, 영화배우도 되고 싶었고, 연극 무대에서 서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쭉 왔는데, 어느 순간 보니 지금의 내가 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 하고 있네.
그렇네. 결과적으로 다 하고 있네. 이런 게 ‘배우 놀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디 끝이 있겠나. 그냥 열심히 부지런히 살았던 거지. 음… 순탄했던가? (혼잣말로)그랬던가? 그랬을 수도 있겠다. 작품을 쉬면서 다른 일을 찾아보지는 않았으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는 모양이다. 그게 궁금하기도 한데, 배우에게는 다양한 경험이 자산이잖나. 쉽게는 아르바이트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안 해 봤나?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었는데, 다 이쪽 계통에 관련된 아르바이트였다. 영화 스탭 같은. 그 외에는 특별히 없다. 내가 군대를 빨리 다녀 온 편이다. 복학하고 졸업 후, 바로 오디션을 보고 공연을 시작하니까 아르바이트 할 타이밍이 없었다. 그냥 공연하면서 번 돈으로 생활했지. 사실, 공연으로 받는 돈이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공연을 잠시 접고 일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하지만 나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작품을 쉬어 본 적은 없다. 그때는 그냥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가?”였던 것 같다. 굳이 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보다는,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공연 경험을 더 쌓자는 생각이 컸다.
단역도 많이 했겠다.
그건, 운이 좋아서…(웃음) 한 두 작품 단역하고, 바로 주인공역이 주어졌다. <송산야화>라는 뮤지컬이었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경험 없는 나를 믿어줬던 사람들과 단역에 불과한 나를 좋게 봐 준 선배들, 그 분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데뷔도 했고, 다름 작품으로 나가는 발판도 다졌다.

내가 알기로는 졸업 작품 때도, 교수님이 당신에게 기회를 준 걸로 알고 있다. 주변사람들이 먼저 알아 봐 주는 걸 보니, 굉장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졸업 작품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였다. 내 첫 뮤지컬. 연극과라 연극 위주로 공연을 했는데, 어느 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뮤지컬 오디션 공고가 났다. 다들 주인공 토니 역에 도전을 했다. 그 때 일취월장한 선배들, 후배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또 운이 좋았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있다. 학교에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토니를 하면, 밖에서 일이 잘 안 된다고.(웃음)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안재욱 선배님도 토니를 하셨다. 그런데 지금 잘 나가시잖나.(웃음)

어느 학교에나 있는 괴담 같은 거군.(웃음) 학교 다닐 때는 어땠나?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데, 개성 강한 친구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잖나. 그 곳에서의 당신도 궁금하다.
친구들과 많이 달랐다. 친구들은 굉장히 개성이 강했다. 물론 나도 내 안에 끼와 개성이 있었는데, 그게 조금 다른 거였다. 남달랐다. 내가 봐도.(웃음)

(웃음)아니, 도대체 어떤 게?
왜, ‘튄다’라는 느낌 있잖나. 스타일상. 학교에 그런 친구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런 것 보다 깔끔하게 다니는 스타일이었거든. 하하하.

안 그래도 지금도 상당히 깔끔해 보인다.(웃음)
하하, 사실 그런 것도 있었고. 학교가 여유가 좀 없었다. 다른 학교처럼 이론부터 하는 게 아니라, 입학하자마자 연극을 올려야 했다. 세트 만든다며 나무 캐오라 그러고, 직접 망치 들고, 톱질하고. 추리닝만 입고 다니면서 여자 동기들이 사 주는 밥도 많이 얻어먹었다. 한 달 동안 집에 못가고, 술만 마시는 생활을 하다 보니, 이건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유를 갖고 싶어서 휴학을 할까 하는 찰나에, 군대를 갔다. 동기들과 함께. 그렇게 98년도에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 하고. 바로 공연을 시작하게 된 거다.
그런데 아까 말한 당신만의 개성. 그게 단순히 보여 지는 개성과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감이 안 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연기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를 담으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학교 선배님들을 보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기타만 치셨다는 분도 있고, 기인처럼 다녔다는 분도 계신데, 나는 조금 학구…, 학구적인 스타일?(함께 폭소) 그렇다고 내가 모범생이라는 말은 아니다. 나도 학사경고도 받아보고 할 건 다 했다. 다만 작품에 들어갔을 때 차분한 이미지를 가지려고 했고, 실제로 그런 이미지 때문에 나에게 여러 옷을 입혀보려는 교수님들이 계셨다. 덕분에 지금도 여러 가지 역을 할 수 있는 것 같고. 트랜스젠더도 해 봤다가, 남자다운 역도 해 봤다가, 부잣집 도련님도 해 봤다가 가난한 집 고시생도 해 봤다가. 내가 외적으로 개성이 강했다면. 그랬다면,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가지고 연기를 했을 거다.

다양한 옷은 뮤지컬 무대에서 조금 더 자주 갈아입는 것 같다. 그만큼 뮤지컬은 일탈하는 느낌도 더 클 것 같은데.
확실히 무대에서는 더 많은 끼를 발산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재충전도 되고. <인생은 아름다워> 들어가기 전에 <헤드윅> 공연을 4년 만에 했었다. 되게 즐거웠다. 예전에 했을 때의 느낌도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오른 무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좋더라. 관객들의 호응에 가슴이 벅찼다고 할까. 그때 받은 힘을 바탕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찍었던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당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관심이 커졌음을 느끼나?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느낀다.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고맙지.

어떤가, 그런 기분. 한 없이 좋기만 한가? 한편으로는 이 사랑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은 없나?
그건 없는 것 같다. 항상 내가 하는 작품을 사랑해주면야 좋겠지만,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잖나. 그냥 <인생은 아름다워>의 태섭을 사랑해 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태섭에게 애정을 느낀 것처럼.

사실. 고백하자면, 인터뷰 오기 전에 당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송창의는 모범적인 답을 한다’, ‘교과서적이다’라고 하는 기자들의 코멘트를 의외로 많이 발견했거든. 우려를 살짝 했는데, 만나고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묻는데, 당신은 일부 기자들의 그런 평가에 얼마나 동의하나.
뭐,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게 난데, 뭐. 만약에 내가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인터뷰를 안 했겠지. 부정하지 않는다.
교과서적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런가?
교과서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해 왔고, 교과서대로 연극의 3대 요소를 배우고, 누구나 다 교과서적으로 살지 않나? 그런데 사람들은, 교과서적인 걸 싫어한다. 그건, 웃긴 것 같다. 교과서적인 걸 싫어한다고 해서, 교수님이 요구하는 리포트대로 안 한 학생이 있었나? 아침 몇 시까지 학교에 가야하고, 몇 시에 촬영을 하고. 다들 교과서적으로 움직이고 있잖나.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때, “왜 교과서적으로 인터뷰를 하세요?” 그러면 반대로 “교과서적으로 해서 기자가 되신 건 아니에요?” 라고 묻고 싶다. 물론 일탈들은 해 보겠지. 방황하는 시간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게 삶의 전부는 아니잖나. 그러면 또 묻고 싶은 게, “그렇게 일탈하는 인터뷰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걸 말하길 원하시나요?” 사실 자연스러운 건, 교과서적인거에 더 가깝잖나.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 약속을 잡고, 이 시간에 온 것도 다 교과서적인 거잖나. 교과서적으로 차를 마시면서 말이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도대체 어떤? 오히려 그게 가식 아닐까? “(폼 잡는 제스처 취하고, 목소리에 힘 주며)에험, 저는 뭐~”(함께 폭소) 이런 게 가식인거지. 제때 밥 먹고, 제때 학교가고, 제때 일 했던 사람들이, 굳이 배우가 됐다고 해서 온갖 개성을 만들고 하는 건 웃긴 것 같다. 마치 카메라 속 인물이 된 것 마냥! 그게 있어 보이는 것 마냥! 나는 그게 성격적으로 안 맞는다!

최근 들어 본 답변 중에, 가장 시원한 답이었던 것 같다.(웃음)
맞잖나. 평소에 욕만 하고 사나?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잠시 뿐이다. 타인을 만나면 교과서적으로 예의를 지키잖나. 나는 굳이 모범적인 인터뷰를 한 건 아닌데, 그냥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한 건데, 그걸 그렇게 보고, 또 그걸 이상하게 얘기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 그게 정석인데.

또, 처음 보는 기자 앞에서 뭘 믿고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한번쯤은 바닥까지 가고 싶은 욕구가 들 법도 한데.
그건 캐릭터 안에서만. 실제적으로 내가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상당히 확고하네?
아니, 왜 사람이 바닥을 살지? 나는 그게 궁금한 건데. 이런 거다. 나는 동성애자역도 했고, 트랜스젠더도 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려고 한 거지, 그게 정말 나는 아니잖나. 물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 여러 가지 관찰도 하고, 개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내 모습을 부정하면서까지 변하고 싶지는 않다. 스무 살 때부터 그 안에서 계속 고민을 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닌가. 그 덕분에 지금 관객들과 교감이 되는 부분도 생긴 거고.

<서서 자는 나무>에서 처음으로 애 아빠 역을 했다. 구상은 굉장히 일찍 가정을 꾸린 남자인데, 실제의 당신은 어떤가? 이제, 서른 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인간은 불안한 요소다. 그 부족한 걸 뭔가로 채워가며 사는데, 결혼이 그 과정 중 하나라고 본다. 그래서 그 시기가 언제 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봤을 때,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일과 가정이다. 그게 안 되면 실패한 인생이다. 일과 가정이 제대로 안 되면 뭐가 남지? 야망? 아니면 꿈? 꿈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다. 자기가 정말 하고자 하는 걸 꾸준히 해 나가는 게 꿈이라면, 나에게는 그게 가정이고 일이다.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깝게는 1, 2년 안? 개인적으로 가정은 꾸려야 하는 거라고 본다. 그 때, 그 때. 아, 이거야 말로 너무 모범적인가?(웃음)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0 )
inkless
으아.사진 너무 너무 이뻐요^^
기자님의 다양하고 심층적인 질문도, 창의씨의 조목조목 자기 생각이 확고한 대답도 모두 좋았어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ㅎㅎ   
2010-12-10 19:09
kimmh0716
영화에서 정구상이라는 캐릭터가 어둡게 표현안하고 담백하게 표현하게 저도 좋았어요.   
2010-12-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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