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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 멋지게 귀환한 <우아한 세계> 박.지.영.
2007년 4월 11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어떻게 그간 아이들과 남편이 있는 베트남에 잠시라도 갔다 왔나?
음.....녹음까지 끝내고 들어갔다가 20여일 있다 기자시사 맞춰서 왔다. 그 뒤로는 일정 때문에 못 갔다. 4월 말 쯤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일정이라 함은 영화홍보?
당연하다.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겠다.
그렇긴 했는데 다행히 남편이 서울로 출장을 와서....(웃음)

남편분이 영화는 보셨나?
아직 못 봤다. 개봉하면 자기 혼자 아침에 조조로 들어가서 보겠다고 하더라!

기자시사 후 영화에 대한 반응을 봤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인터넷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큰 필요성도 못 느끼고.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가 올라오고 내려가는데 원래 진득한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자주 접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기자시사 때 입고 나온 란제리룩이 상당한 이슈였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시사 끝나고 바로 다른 데로 이동하는데....

사진 떴다고 하던가?
맞다! 정말 놀랐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요즘은 보면서 쓰고 쏜다고 하더라! 인터넷이 정말 무섭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구력이 없어 문제지!

일회적이고 소비적이라는 말씀!
그렇다. 그래서 크게 신경 안 썼다.

섹시하고 아찔하고 뭐 이런 표현이 신경에 안 쓰이던가?
당연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날 어떻게 보든 땡큐할 뿐이다. 그런 걸 노린 적도 없고 (웃음)

그래도 좀 낯설긴 했을 거다.
그렇긴 했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고, 요즘은 드라마도 제작보고회를 연다고 하던데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고, 나를 보려면 드라마를 봐야 되는 시절이었으니까 낯설고 어색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어딜 봐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질문이 날아올지도 모르겠고. 어지간히 정신없었다.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긴장한 건 아니다.

어째서?
오랜 시간 카메라와 익숙해져서 그런지 긴장되고 떨리고 뭐 그런 건 없었다. 기자시사와 같은 공식석상 자리에 서 본 경험이 없어서 낯설었을 뿐이지. 그나저나 단독으로 촬영할 땐 더 그랬다. “여기 봐주세요”, “저기 봐주세요” 하는데 정말 어색했다. 이것도 해본 사람이 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뭐 점점 나아지겠지... (웃음)

인터넷 반응은 그렇다 치고 주변 반응은 어땠나? 말들을 많이 해줬을 거 같은데.
좋다고, 영화가 좋다고. 첫 영화를 잘 선택한 거 같다고 다들 말하더라! 영화에서 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아니지만 영화가 좋으니 내 캐릭터 역시 좋게들 평가하더라. 근데, 막상 난 내 모습을 잘 못 봤다.

그게 무슨 말인가?
물론, 배우가 자신이 나오는 신을 보고 이것저것 체크하고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더라. 영화 전체를 보고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아~저기는 저렇게 했고, 여기는 이렇게 처리 했구나”하며 영화라는 매체가 촬영한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요목조목 보다보니...그나저나 영화 보셨나?

어떻게 영화를 안 보고 인터뷰를 하겠나? 당연 봤다.
이상하지 않던가?

전혀!
그럼 다행이다. (웃음)

이 상황에서 “맞아요! 이상했어요” 그렇게 말할 놈 없다.(웃음) 농담이고, 기자시사 때 참석하지 못해 어제 일반시사로 봤는데 영화도 너무 인상적이었고, 튀지 않으면서 이야기에 녹아드는 당신 연기도 정말 좋았다. 그나저나 박지영씨야말로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조율이 잘 된 거 같다. 다들 경험이 많다 보니 그게 다 우러나온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난 영화는 처음이지만 내 나름의 경험이 있으니 그걸 살리려고 했고. (송)강호 오빠는 물론이고 오달수라는 친구 그리고 모든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멋진 시나리오만큼이나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영화라는 게 특히, 요즘 추세가 자극적이고 극적인 무언가를 많이들 보여주는데 반해 우리 영화는 그런 게 없고 사실적이다. 때문에 여운이 더 강하게 남는 영화라 말하고 싶다.

맞는 말이다. 조폭을 빌려온 느와르기이긴 하지만 앞에 ‘생활’이라는 수식어가 붙다보니 강렬함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캐릭터가 영화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두드러진 인물로 분해 연기하는 게 나에겐 오히려 편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웃집 엄마처럼 보여야 하는 캐릭터더라! 일상적이라는 거! 참 난감하고 말처럼 쉽지 않았다. 절실하게 깨달았다.

박지영이라는 생활인과 영화 속 캐릭터 미령은 포개지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나이도 그러하고 애들도 둘이고 혹 도움이 되거나 공감 가는 측면은 없던가?
사실 난, 연기를 하면서 내 자신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대입시키거나 뽑아내지 않는다. 영화에 자리한 그 인물만을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굳이 찾는다면 찾겠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슬픔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그 인물 자체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구현하는 편이다. 보여 지지는 않지만 미령이라는 친구에 관련한 설정도 나 스스로 고심을 거듭하며 세운 거다.

어떤 설정?
그러니까 미령이는 인구(송강호)라는 사람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을 거고, 여고 때 이 남자가 미령을 막 쫓아다니다 그냥 한 번의 실수로 살게 된 경우였을 거다. 또 미령이 인구한테 이혼하자는 말도 100번도 더 했을 거고, 인구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거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그녀한테는 그리 충격적인 일로 와 닿지 않는 거다. 너무도 많이 경험했으니까. 안 그랬다면 진작에 이혼을 했겠지. 하지만 미령은 적극적인 여자가 아니다. 보기와 달리 나약한 여자다. 뭐 이런 식으로 혼자 설정을 두루두루 했다.

분명 고민스러운 부분이지만 나름 즐기기도 한 거 같다.
맞다! 되게 재밌었다. 알다시피 드라마는 정해져 있지 않나! 이 사람은 이런 성격에 이런 직업이 있다고 말이다. 근데 미령은 직업도 없고 특별한 캐릭터도 아니고 많은 걸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다. 사건이 나를 중심으로 따라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나만의 설정이 필요했다. 물론, 상당한 고민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혹 롤 모델이 된 영화나 캐릭터는 없었나?
딱히, 큰 도움이 받거나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영화는 없었다. 굳이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단 미령이 이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 설정한 건 메릴 스트립의 생각에서 착안한 거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이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저러한 생각을 비밀로 간직한 채 영화에 임했다는 사실을 어느 영화연출법이란 책에서 봤었다. 나 역시 그래서 스스로 뭔가를 설정하게 된 거다.

아쉬운 측면도 있었을 텐데.
내가 나오는 장면?

뭐 그럴 수도 있고, 영화 전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실례로 미령이 나오는 장면을 예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냈다거나 뭐 그런 거 말이다.
연기야 여러분이 보고 평가하는 게 제일 옳은 거 같고...
다른 게 있다면 음....이 영화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보니 미령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다는 거! 보여줄 수 있는 게 사실 많았는데 너무 죽이고 갔다. (웃음) 영화전체의 구성이 그렇긴 한데 개인적으로 또 연기자로서는 좀 아쉬웠다.

그래도 상당히 만족하는 거 같다.
당연하다. 이런 게 영화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고, 영화라는 게 감독의 예술이고 전체를 봐야 되니까. 어쨌든,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한다.

근데, 베트남에 적을 두고 있는 당신이 한국까지 날아와 작업에 참가하게 된 이유? 무엇이 그토록 당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가?
송강호!

농담 삼아 던진 송강호와 오달수가 머리가 커서 출연하게 됐다는 그 이유는 아닐 테고.
굉장히 자유로운 연기자라 생각한다. 정형화된 사람이 아니잖나. 멋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이랑 그러니까 좋은 연기자랑 호흡을 맞춰봐야 내 연기도 빛이 난다고 난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그 장면을 좋아하고. 결국, 나에게도 득이 된다고 봤다. 해서, 송강호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를 너무도 하고 싶었다. 물론,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많이 해왔지만 이젠 나이도 먹고 영화에서는 신인이다 보니 전에 비해 포지션이 아무래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좋은 배우와 함께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너무도 매력적이다. 선택의 폭은 더 줄었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다고 난 자부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작품 수는 적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배움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거라 본다. 옛날엔 주인공이면 좋아서 작품을 했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에게 어떤 정당성이 있어야 일을 시작하고 할 수 있다. 송강호라는 배우와 함께한다는 거! 그게 나에겐 이번 일을 하게끔, 내 의지를 다지게 한 주된 요인이다. 송강호와 20신 이상을 부딪치며 한 화면에서 움직인다는 건 나에겐 굉장한 메리트다. 그 사람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는 거 자체가 배우에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조연의 포지션임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정말 그거 하나다.

그만큼 부담도 많이 됐겠다.
물론이다. 기대도 컸지만 염려되는 부분도 갈수록 깊어졌다. 저 사람이 저렇게 잘 하는데 내가 망치지는 않을까. 워낙 자유롭게 연기하니까. 18년의 TV 노하우가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니까! 매체가 다르니까! 걱정이 많이 되긴 했다. 정형화된 숏에서 계산된 연기와 눈 위주로 연기를 하며 바스트를 신경 써야 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풀 숏 예술이다 보니 움직임이 너무 자유스럽더라! 촬영하면서 내가 너무 못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차차 적응해 갔지만 그런 낯설음이 존재하긴 했다.
베트남에 있으면서도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나보다.
거기 간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웃음)

아 그런가? 미안하다
간 지 2년 됐다. 햇수로는 3년째고. 여하간, 애들 방학 때에 맞춰 한국에 오기 때문에 강호오빠 영화는 다 봤다. <우아한 세계> 하면서 다시 한 번 다 봤고. 근데, 부딪혀보니 생각보다 재미없는 분이더라 (웃음)

그럴 줄 알았다.
진지하고 에너지가 많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나도 에너지 많다는 소리 좀 들었는데 순간적인 집중력이 엄청 뛰어나더라.

좀 친해졌나?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친해지긴 했다. 그렇다고 친구처럼 막 반가워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다. 편안한 사이가 됐다고 보면 된다.

음....한재림 감독이랑 오달수씨가 좀 섭섭하겠다.
아!(웃음) 물론, 영화도 맘에 들었고, 달수 친구와 함께 한 것도 넘 좋았다. 또 이 영화에 나 말고는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 그것도 은근슬쩍 마음을 잡아당긴 포인트다.(웃음)

그나저나 촬영 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느라 돈 많이 들었겠다. 교통비 지급은 안 됐을 텐데.
남는 거 하나도 없다.(웃음) 대략 15차례 왔다 갔다 한 거 같다. 한 2주정도 시간이 나면 베트남에 가곤 했다.

돈도 돈이지만 촬영 중 오가야만 하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오히려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여행자’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내가 여행자가 된 느낌이었다. 트렁크 하나 들고 갔다가 20일 있다고 오고. 꽤나 행복했다.

가면 뭐 하고 지내셨나?
거기 날씨가 늘상 여름이라 휴양지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애들이랑 수영도 하고, 여러 가지 놀이도 하고, 책도 보고, 맛나는 거 실컷 먹고 뭐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기 와서는 다시 일하고. 물론, 혼자 있고 물리적으로 가족과 헤어져 있어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익한 한 때였다. 진정한 행복함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어쨌든, 몸은 좀 고달팠지만 멋진 나날이었다. 정말 배우 같기도 하고..(웃음)

종종 보면 자신의 촬영분량이 없는 날에도 극에 몰입하고자 현장을 찾는 배우가 있다. 혹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나 본의 아니게 미안한 측면은 없었나?
다행히 그런 경우는 없었다. 많은 분들이 챙겨주신 덕이 아닌가 싶다. 영화라는 게 드라마와 달리 소속감이 생기던데 굉장히 고맙게도 배려를 잘 해줬다. 여러 모로 현장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강호 오빠가 워낙 술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자리도 부담 없이 마련해주고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송강호와 당신이 주고받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지금은 쌈질도 못하지...”, “야이 깡패새끼야!”는 더더욱 그랬다.
미령과 인구는 오랜 시간을 같이 해오지 않았나? 결국, 친구인 거다. 동갑일 수도 있고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편안한 존재라는 걸 말해주기도 하고. 그래서 가능했고, 살아있는 대사가 된 거지 싶다. 나 역시도 그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왕이면 자기 아이가 맞고 오는 것보다 때리고 오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닌가! 그런 심리, 안타까움이 묻어난 거 같다. 또 미령이 그만큼 지쳤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볼 수도 있고. <우아한 세계>는 정말이지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내실 있는 영화인 거 같다.

또 자는 모습도 묘한 울림을 주더라! 피로에 지쳐 병원에서 곯아떨어진 장면 그리고 아이와의 문제로 인구와 싸우다 등 돌리고 자는 모습!
몇 신 안 나오는 데 조목조목 기억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근데, 영화를 보면 영화 내내 머리를 말아 올린 스타일로 나온다. 아 단 한번 아니 경우가 있긴 하다. 머리 감을 때!. 일종의 아줌마스럽게 보이기 위한 장치였을 거다. 당신이 머리를 풀면 소시민적 유부녀가 아닌 커리어 우먼이나 아니면 세련된 여자로 비치니까!
물론이다. 화장도 기본만 했다. 화면이 커서 내 얼굴이 크게 보이긴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 오달수 같은 친구는 그렇게 악역을 했는데 누구도 나쁘게 안 보지 않나! 내가 봐도 오달수는 도끼 들고 설치도 되게 귀여울 거 같다. 그런데 TV는 아니다. 그 역할을 안 보고 걔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화는 불 꺼진 데서 돈을 주고 봐서 그런지 얼굴 머리 옷 같은 거 신경 쓰고 보지 않더라! 예쁘지 않아도 나를 못 생겼다 생각할 관객은 없을 거라 보고 별 걱정 안 했다. 또 내가 욕심이 많아서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이고자 의상도 평소 내가 입는 걸 가져와서 입기도 했다.

선입관이겠지만 박지영은 아줌마스럽게 하고 다닐 거 같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선입관이고 편견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평상시 잘 꾸미고 돌아다닐 일이 없다.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란제리도 난 이번에 처음 입어봤다.(웃음)

정작 본인 자신은 어떠한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나?
왜 그 장면 있지 않나! 윤제문 씨가 환자복에 붕대 감고 삽 들고 쫓아오는 강호오빠를 피해 막 도망가는 장면! 난 그 컷이 너무 좋다. 영화적인 메리트가 엄청난 장면이다. 제 3자가 보기엔 송강호가 정말 나쁜 사람으로 보일 텐데,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으니 묘한 아이러니가 담긴 신이라 볼 때마다 기억에 남는다.

이 장면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희순이가 조폭인 아빠를 싫어하는데 그 감정이 극대화돼 일기에다 섬뜩한 그림과 함께 “조폭들은 칼에 찔려 잘도 죽던데 우리 아빠도 칼 맞아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써놓은 장면! 나름 세다고 봤는데 배우이자 두 딸의 엄마로서 약간 불편하지 않았나?
글쎄, 그렇지 않았다. 난 오히려 그 신이 우리영화의 주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봤다.
봐서 알겠지만 희순 담임한테 소포가 하나 오는데 그때 “영수! 우리 담임 맞아!” 그런다. 누구누구 선생님 그렇게 부르는 학생 없잖나? 연애인도 마찬가지고. 더 심하면 심했지, 그게 요즘 아이들의 성향이라 본다. <우아한 세계>가 생활 느와르 아닌가! 예를 들어 “난 아빠가 미워!” 했으면 오히려 이 영화의 성격과 맞지 않았을 거다.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니 한재림 감독과는 이견이나 충돌이 별로 없었을 거 같다.
잘 봤다. 그런 거 없었다. 일단, 난 신인의 자세이기 때문에(웃음) 또 영화는 언급했듯 감독의 예술이기에 한재림 감독의 의견과 생각에 부합되게끔 연기를 했다. 좋은 연기자란 좋은 작품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연기와 표현이 있지만 이 정도의 포지션에서는 감독한테 전적으로 맡기고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저도 마음을 비어야 하기에 적잖이 힘들었지만 말이다.

데뷔 18년 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의도인가 우연인가?
우연이기도 하고 필연이기도 하다. 현실세계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데 우연이 뚝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본다. 영화를 하고 싶은 소망이 늘 있었고,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기회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언젠 가는 좋은 작품, 멋진 선수들과 만나 작업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늘 품고 있었다. 오히려 경력 18년 만에 영화를 찍으니 더 힘이 나는 거 같다. 앞으로 누가 나랑 새롭게 또 작업할지 되게 기대되기도 하고.

사실, 결혼한 건 알고 있었는데 베트남에 적을 두고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연기 생활 접은 줄 알었다..
CF에 때문에 들어오기도 했고, 단막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단막극은 이번 영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도 사실 그러하지만 한때 여배우 중 입술이 가장 섹시하다는 평을 받았다.
(웃음) 예전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없었나 보다. 아직까지 그렇게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어렸을 땐 어떤 이미지 하나로 규정되는 게 싫었다. 내가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 사람도 아니고, 나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나를 바라보며 자기가 갖고 있는 느낌이 나의 전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지금은 상관없다. 이렇게 봐줘도 땡큐하고, 저렇게 봐줘도 땡큐할 뿐이다. 배우가 매력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해서,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야한 장면이 하나도 안 나오지만 그 이국적 입술과 코 때문에 아찔한 섹시함이 계속 떠오르더라!
그럼 됐다. 아직까지 그렇게 봐주니 정말 땡큐하고(웃음). 여자건 남자건 배우는 매력 있는 게 최고인 거 같다. 매력이라는 게 사실 규정돼 있지 않고 상대적이지 않나! 앞으로도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또 그걸 유지하고 뿜어내려고 한다. 배우에게는 분명 숙제임 셈이다.

그 매력을 이런 장르를 통해 흩뿌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
어떤 거 말인가?

<우아한 세계>는 비틀었지만 어쨌건 누아르다. 가족이 팜므파탈이고, 당신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팜므파탈! 한 남자를 파멸로 내모는 치명적인 여자! 꼭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처럼 육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뭇 남성의 심장을 앗아갈 만큼 매혹적인 팜므파탈 캐릭터를 해보고 싶지 않나?
TV 때 보여줬던 ‘장녹수’ 이미지 때문인지 그런 모습을 많이들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내 모습도 사실 그와는 좀 동떨어져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예전엔 거부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내가 잘 할 수 있다면 어떤 인물이든 마주할 의향이 있다.

그래도 최소한의 단서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
기존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게 아닌 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사람! 똑같은 주부라도 어떤 감독이 연출하느냐에 따라 뽑아내는 게 다르잖나! 같이 고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싶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중에게는 어떻게 인식되고 싶나?
배우라면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각인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마니아가 있는 배우!

마니아라니?
무슨 말이냐면 내가 남보다 극적인 걸 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평범함보다는 독특한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다. 다수에게 환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어떤 일단의 사람들이 큰 호기심과 지지를 보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거 같다. 그리고 작품에서 박지영을 보지 못했으면 좋겠지 싶다. 그러니까 나를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말이다. 나도 내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거고. 그리고 끝까지 매력적인 배우로 남길 바란다. 외국영화를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매력이 있는데 우리는 좀 아닌 거 같다.

듣고 보니 개인적인 생활이 많이 드러나는 걸 꺼려하는 편인 거 같다.
고정되니까! 그러한 하나의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모습마저 덮어버리니까 지양하고 싶다. 배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다양한 매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나의 본 모습과 관계없이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를 상당히 많이 본다고 들었다.
맞다, 시간을 어떻게 내서라도 영화는 수시로 접하는 편이다.

영화광이라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근래에 본 작품은?
영화일 때문에 전보다 보는 편수가 좀 줄었지만 짬짬이 챙겨 보고 있다. 그 중에서 <타인의 삶>이 정말 만족스럽고 좋았다.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를 자주 애용하고 그것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선호한다. 그나저나 <리틀 칠드런>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보고 있다.

좋다는 얘기 들었는데 필자 역시 게을러서 아직 못 봤다.
내가 <리틀 칠드런>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을 너무나 좋아한다. 뚱뚱하면서도 지적으로 보이고, 이미지가 다양한 배우다. 배울 것이 참 많은 배우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삶은 영화의 제목처럼 우아한가?
우아하다. 내가 규정하는 우아한 삶이란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이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그러나 하고 싶었고 과정이나 결과가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큰 무엇을 얻지는 못할지라도 자기가 좋아하기에 멈추지 않고 붙잡고 가는 거! 이게 우아한 세계고 삶인 거 같다. 몇 평의 집과 큰 차, 이런 물리적인 경제력이 우아한 삶을 이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삶은 우아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 그리고 가정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싶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두 가지를 다 안 가지려고 한다. 큰 욕심을 부리면 어느 한쪽이 상처를 받게 되고 결국엔 그 중 하나를 잃게 되니까! 물론, 더디긴 하다. 그럼에도 우아한 삶을 꿈꾸고 향유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나라는 여자가 원래 이렇다.(웃음)

2007년 4월 11일 수요일 | 글: 서대원 기자
2007년 4월 11일 수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

30 )
ewann
오랜만   
2007-04-13 01:08
ldk209
정말 오랜만... 스크린에서 보니. 참 반갑더구만...   
2007-04-12 17:26
ewann
이쁘네   
2007-04-12 00:36
uto45
정말 간만이네요. 저 역시 연기 생활 은퇴하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름답네요. 영화는 이번 주말에 봐야 할듯.   
2007-04-11 21:26
kgbagency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연기는 잘 하시네요^^   
2007-04-11 16:27
justjpk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2007-04-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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