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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10답] 둥글둥글한 이야기, 가족용 오락 영화 <승리호> 조성희 감독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한국에서도 이런 우주 활극이 가능해? 호와 불호, 찬사와 혹평이 갈리는 <승리호>지만, 영화가 보여준 영상과 비주얼, 그 기술적 성과에는 이견 없이 칭찬의 목소리가 높다. 피 없는 액션과 욕설 없는 아기자기한 유머, 그리고 어린 소녀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모이고 지구를 구하기까지 <승리호>는 아이와 어른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기에 충분한 스토리와 정서를 따라간다. 조성희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둥글둥글한 이야기’다. 가족용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렇기에 넷플릭스로 공개돼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조 감독에게 물었다. <승리호> 로 이룬 성취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앞으로 작업 ‘량’에 있어서는 겁날 것 없을 같다는, 예상과 조금은 다른 대답을 내놓는 조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Q1. 한국형 첫 스페이스 오페라로 축포를 터뜨렸다. 공개 후 소감과 관객이 집중했으면 하는 포인트를 짚는다면. 또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오르는 등 반응이 뜨거운데 영화의 어떤 면이 SF 장르에 익숙한 해외 관객들에게 어필했다고 보는지.
영화를 공개하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이렇게 많은 시청자와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설레고 감사하다. <승리호>의 주인공은 삶에 있어 생활적인 면, 즉 먹고 사는 것을 고민하는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한국인이다. 그 점이 영화의 개성이다. 초능력자나 슈퍼 히어로가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니 그 점을 귀엽게 봐줬으면 한다. 해외 관객들은…아무래도 우주 추격전을 그린 아시아권 영화가 드물다 보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에서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승리호>를 통해 한국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해외에서) 느끼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Q2. 장편 데뷔작 <늑대소년>(2012) 때부터 구상했던 이야기라고 하던데 그 시작은. 또 독립영화를 만들 때는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인 측면을 부각했다면 <승리호>는 희망적이고 한편으론 동화적이기도 하다. 제작규모를 의식한 상업적인 고려일까, 아니면 그간 (당신의) 가치관 혹은 생각에 변화가 온 걸까.
친구가 우주 쓰레기가 총알같이 빠르고 위협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하는데 듣고서 흥미가 생겼다. 찾아보니 다른 작품에서도 꽤 다뤘던 소재라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용기와 확신이 들더라. 이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가 변한 것은 질문에서 언급한 두 가지 모두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학생 때 만들었던 작품은 당시 내가 매력을 느꼈던 정서가 반영된 것이고 나이가 들면서 관심이 옮겨 가기도 했다.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했으나 일순위로 한 것은 아니고, 많은 분이 공감하고 즐겁게 봤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극이 지닌 드라마에서도 상업적이기보다 아동과 어른 모두 모여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Q3. 피 없는 액션, 개그와 유머 있는 대사, 어린 소녀 ‘꽃님’을 중심으로 모인 어른들 등 의도대로 온 가족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스토리와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스토리와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메인 빌런에 대한 조명도 희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승리호>는 가족이 모여 두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가족용 오락영화다. 이를 위해 다양한 볼거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스토리 등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일부는 성취했고 또 일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부터 러닝타임에 제약이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편집과정에서 일부 삭제된 장면이 있고, 드라마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생겼다.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욕설과 폭력적인 묘사를 자제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좋게 말하자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부담 없고 둥글둥글하게 만들려 했다. 그 때문에 표현이 약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이 우리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기를 바랐기에 결과에 만족한다. 어떤 리뷰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가 영화를 본 후 또 틀어 달라’고 한다고 썼는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 기분 좋고 보람을 느꼈다.
 <승리호>
<승리호>

Q4. ‘승리호’ 우주선은 미래 첨단 과학의 속성을 드러내기보다 남루하고 어딘가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밴 모습이다. 디자인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몇 가지 모티브가 있다. 투박하면서도 거친, 상처도 많이 난 큰 트럭처럼 우주선도 육체노동의 고됨이 느껴졌으면 했다. 승리호의 구조를 자세히 보면, 앞머리에 부분에 조정실과 중앙간판 등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오밀조밀 몰려 있다. 우주선의 나머지 대부분은 짐칸이다. 짐칸이 크고 생활공간이 작다는 건 우주선이 안락한 비행물체라기보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우주선인 거지.

Q5. CG와 VFX 등 비주얼과 영상 관련해 영화가 이룬 기술적 성취에 칭찬의 목소리가 높다.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일궈낸 성과인데 제작하면서 어려운 점과 중점을 둔 점은.
어렵지 않았던 점이 없지만, (웃음)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지점은 풀CG 분량과 촬영분을 붙였을 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보일지였다. 어색하면 안 되거든. 또 우주 공간에 떠도는 물체를 어떻게 하면 이질감 없이 표현할지, 광질을 어떻게 조절할지도 관건이었다. 속도감도 빼놓을 수 없다. 후반부 우주 추격전 시퀀스에서 거칠고 박력이 넘치는 액션을 보이고 싶었고, 이를 위해 우주선과 그 외 물체들이 가벼워 튕기는 느낌이 아니라 묵직하게 그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Q6. 영화의 웃음을 담당한 ‘업동’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캐릭터다. 유해진 배우의 목소리로 그 인간미가 배가되지 않았나 싶다. 필터도 거의 거치지 않은 것 같던데 기계음 대신 육성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면. 또 유해진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업동’에 캐스팅했는지.
필터도 꽤 넣었고, 약간의 기계음도 섞었다. 본래의 목소리에 조금씩 믹싱해 가미했는데 그 정도가 약해 언뜻 육성 그대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가공을 강하게 하면 대사가 안 들릴 수가 있어 대사의 전달을 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필터링을 거친 거다. 캐스팅은, 서로가 의기투합한 결과라고 할까. 내가 캐스팅한 것도 맞지만 한편으론 배우가 ‘업동’을 선택한 것도 있다. 우린 업동의 이미지와 매력 등 캐릭터에 대해 원하는 방향에 의견이 일치했었다. 영화 속 업동은 유해진 배우의 아이디어가 정말 많이 반영된 모습이다. 그(유해진)가 살아 있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Q7. 전작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번 <승리호>도 그렇고 레트로라고 할지 80~90년대 정서와 풍경을 듬뿍 담고 있다. 그 시대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이번엔 ‘장 선장’(김태리)이 읽는 소설 ‘영웅문’이 눈에 들어오더라.
일부러 그 정서를 구현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그 시기에 청소년기를 지나온 한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것일 거다. 어릴 때 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즐겨 들었던 음악에서 받았던 정서와 영감을 다시 구현하게 된 것 같다. 영웅문을 읽는 것은 2092년이 미래지만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들고 읽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 소설을 택한 것은 종이책에 무협물이라는 점 등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장 선장’은 유일하게 UTS의 설립자이자 절대적인 지배자로 칭찬받는 ‘설리반’(리차드 아미티지)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감정)를 지닌 인물이다. 그래서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웅’이라는 단어가 상황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또 다른 대원들의 눈치를 보며 혼자 은밀하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캐릭터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Q8.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등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
지구와 육지에는 국경이 있고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어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우주공간은 무국적 공간이길 바랐다. 지구 위성궤도 위에 지어진 UTS를 비롯해 그 속에 형성된 사회가 한 민족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하나의 기업에서 파생된 공간이라 모든 언어와 인종이 뒤섞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가 섞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Q9. 전작도 그렇지만 아역배우의 활용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이번 ‘꽃님’과 ‘순이’의 캐스팅에 관련해 들려준다면. 그리고 작품마다 아이가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꽃님과 순이 모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꽃님은 밝으면서도 개구진 이미지를 중시했고 거기다 촬영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경험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했다. 둘 다 첫눈에 반한 지점이 있었다. 딱 그 아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웃음)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서 도덕적으로 무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영화에 아이가 등장하지 않으면 전부 못된 인간들만 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등장시키게 되는 것 같다. <승리호>를 통해 우리 모두 자기 자리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고 관객들에게 그렇게 읽히기를 바랐다. 이번에 아이들은 제일 현명하고 또한 주제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꽃님’이 아이라서, 단지 약하니까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그 아이를 저버리지 않아야, 즉 그를 구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화합하는 이야기로 나가고자 했다.

Q10. <승리호>를 통해 연출자로서 얻은 성취나 재정비할 부분을 짚는다면. 시기상조일 수도 있지만, 이번 한 편으로 안녕하기엔 캐릭터가 아깝다는 평도 있다. 혹시 추후 속편이나 관련 이야기로 확장할 여지가 있을까.
다음 이야기는… 나도 궁금한 부분이다.(웃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영화를 한 편 만들기까지 알다시피 무수히 많은 절차와 결정이 요구되지 않나. <승리호>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앞으로 <승리호> 2편이든 3편이든 다양한, 그러니까 아직까지 한국에서 시도하지 않은 장르의 영화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리호>는 지금까지 한 작업 중 가장 많은 스탭들과 가장 긴 시간 동안 소통한 작품이다. 그만큼 업무량도 가장 많았다. 완성한 후 영화 자체보다는 ‘작업량’에 대해선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나든지 ‘승리호도 했는데, 뭐’ 이런 생각으로 그 양에 대해선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연출자로서 재정비할 부분이라면 너무 많다.(웃음) 앞으로 시나리오, 연출, 후반작업까지 하나하나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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