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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에 희열 느낀다 <승리호> 송중기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송중기는 판타지 로맨스 <늑대소년>(2012)에서 늑대로 변하는 야생 소년이자 따뜻한 사랑을 품은 ‘철수’ 역을 맡아 관객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청동기 즈음의 가상 대륙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시대극 <아스달 연대기>(2019)에서는 ‘은섬’과 ‘사야’라는 1인 2역을 맡아 독특한 장르에 녹아들며 주목받았다. 눈에 익지 않은 신선한 볼거리를 내세운 출연작의 특색 덕에 기기묘묘한 촬영 기법과 숱한 컴퓨터그래픽에 익숙해진 그의 신작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다.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타고 현란한 우주를 휘젓는 주인공 ‘태호’역을 맡은 그는 허리는 물론 양쪽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몸을 붕 띄워 촬영한 우주 유영 신을 ‘새로운 경험’으로 꼽는다. <승리호>는 “잘 될지 안 될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낯선 장르와 새로운 시도를 꺼리지 않아 온 그의 지난 걸음에 어울리는 필모그래피가 될 듯싶다.

<승리호>로 처음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볼 텐데.
정말 ‘승질’하고 안 맞는다.(웃음) 직접 뵙고 티키타카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 얼굴이 화면에 혼자 떠 있으니 많이 외롭다. 빨리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꼽는 사례가 <승리호>의 넷플릭스행이다. 다행히 넷플릭스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얼떨떨한 건 사실이다. 넷플릭스 순위에 <승리호>가 올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게 정말 우리 영화 얘기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덤덤한 편인데, 좋은 평가가 많이 나와 놀라고 있다.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늑대소년>으로 처음 만난 조성희 감독이 오래전부터 구상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처음 작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승리호>가 그리는 우주 세계가 잘 연상되지 않았을 법도 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SF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대본으로만 봤을 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것도 있었다. 시각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나노봇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우주 쓰레기 청소선에 대한 개념도 잘 안 잡혔던 상황이다. 왜냐면 우주에 쓰레기가 떠다닌다는 사실도 몰랐으니까.(웃음) 작품에 대한 불확실한 점은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막막하지는 않았다. 대본을 받아보고는 역시나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류에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
나는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시도에 끌리는 사람인 것 같다. 안 해봤던 작품을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을 좋아하는 편이다. <늑대소년> 때도 미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막연한 작품을 선택하냐고 말이다. 사실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거다. 미래를 모른다면 결국 내가 당시 느낀 감정이나 ‘촉’을 믿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두 작품을 경험해본 조성희 감독의 특징은.
<늑대소년> 때는 조성희 감독도 나도 ‘애기’였다. 그래서 서로 더 돈독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조성희 감독이 모든 장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섭렵한 천재 괴짜라고 생각했다. <승리호>로 두 번째 만나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그는 보이지 않게 엄청난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승리호> VFX 스태프가 말하길, 영화 감독님 중에 이렇게 VFX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러니까 ‘노력형’ 괴짜다. 어릴 때부터 빠져 있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나온 상상력에 노력이 맞물려 지금 조성희 감독의 독특한 세계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토속적인 느낌이 상당히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 그의 ‘유니크함’을 믿었다. 사람으로서의 진정성도 당연히 믿었고. 그런데 말하다 보니 감독님, 진짜 부담스럽겠네.(웃음)


<승리호>는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VFX 기술이 역대급으로 많이 사용된 작품일 텐데, 촬영 현장에서 경험한 새로운 기술이나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신과 함께>는 “대박”을 외치면서 본 영화다. 새로운 VFX 기술이 워낙 많아 충격적이었다. 그 뒤로 <유랑지구>라는 영화에 참여했던 친한 VFX 스태프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나라 VFX 기술력이 이미 너무나 대단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승리호>는 그 기술력을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옮긴 것뿐이다. 그중에서도 우주 유영 장면은 스태프도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더 집중해서 찍었다.

우주 유영 시퀀스 촬영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와이어 촬영이었다. 허리에 와이어를 차고 찍는 액션 신은 많이 해봤지만 다리 양쪽까지 묶고 나를 공중에 매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동작이 나와야 했다. 몸이 부우웅~ 떴다가 배우가 다 같이 착지 동작을 해야 했는데, 그 합이 맞지 않으면 다시 촬영해야 했다. 진선규 형이 우주에서 빙빙 도는 신은 형의 몸을 묶어놓고 돌린 뒤에 일부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한 거다. 여러 가지 기술과 후반 작업을 거쳐 나온 장면들이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시퀀스를 꼽아본다면.
제일 좋아하는 신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다른 멤버들을 믿고 나 혼자 지구 방향으로 급강하했다가 다시 수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실제 세트를 움직여가며 다양한 카메라 기법으로 촬영한 기억이 난다. 긴박한 장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 나왔다. <승리호>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초반의 우주 쓰레기 수거 장면과 ‘업동이’의 작살잡이 장면도 유쾌하다.


‘장선장’ 역으로 함께 연기한 김태리와의 만남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요즘 김태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앞으로는 아마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굉장히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다. 그가 ‘장선장’이라는 역할을 꽉 채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내가 “뭔 개소리야”라는 대사를 할 때 태리 씨가 입을 삐죽 내미는 표정이 있는데, 나는 왠지는 몰라도 그 표정이 좋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솔직하다는 것, 그리고 알맹이가 똘똘 뭉친 만큼 엄청난 자신감이 있는데 상대에 대한 배려도 크다는 것이다. 선규, 해진이 형이랑 “오빠들 세 명 사이에서 혼자 뻘쭘할 수도 있는데 참 잘 어울린다. 성격이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친화력도 좋다.

‘장선장’의 김태리뿐만 아니라 ‘타이거 박’, ‘업동이’를 연기한 진선규, 유해진과 함께 끌어나가는 작품이었다는 점도 당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을 듯싶다.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는 걸 예전에 비해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그 행복은 결국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너무 사랑스러운 선규, 해진이 형, 태리, 조성희 감독과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던 게 굉장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입에 발린 소리 같지만 진심이다. 그게 <승리호>가 내게 남긴 것이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그런 행복을 많이 느끼고 있다.

촬영 중단된 김성제 감독의 <보고타>의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보고타>는 저 멀리 30시간을 가야 하는 남미에서 촬영하다가 중도 귀국한 상황이라, 아직 끝을 맺지 못했다. 나 역시 누구보다 코로나19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감히 뭔가를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연배우로서 어떻게든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잘 마치겠다는 것이다. <승리호>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 것처럼 <보고타>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머리를 싸매고 회의해보려고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이틀 전이다. 5살, 7살 조카들이 <승리호> 캐릭터 그림을 그려서 나한테 보냈더라. 이제 막 스마트폰 메신저를 쓸 줄 알게 된 꼬마들이 내 직업의 개념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소소하지만 제일 크게 기쁜 순간 아니었나 싶다.

사진 제공_넷플릭스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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