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클로젯>(2020) 이후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섰다.
어떻게 하다 보니 2년 반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2005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 맞이하는 시간이었고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 있지만 내게는 길었던 시간이다. 많은 부분을 반성하고 깨달았다.
<수리남>이 복귀작인 셈인데,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
<수리남> 제작발표회가 마치 첫 제작발표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간의 시간이 리셋된 것처럼 모든 게 생경하고 낯설었다. 주변 지인들은 오랜만에 내 작품을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공개 직후 이렇게 연락이 많이 온 작품은 처음이다. (웃음) 응원의 느낌이 강했다.
보통 영화가 개봉하면 영진위 통합전산망에서 관객 수를 확인하는데 이건 개인이 시청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아직 공식 집계가 나오기 전이라, 댓글을 먼저 확인했다. 상처가 되는 댓글도 있었고 읽으면서 답답했던 댓글도 있고, 또 내 마음을 몰라주는 댓글도 있었다. (웃음) 댓글을 확인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윤종빈 감독에게 먼저 연출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윤종빈 감독은 자주 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영화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이건 2시간 반 안에는 담을 수 없다’면서 감독님이 거절했다. 그러더니 <공작>을 찍고 와서는 ‘시리즈물로 만들면 가능하겠다’고 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에 이어 이번이 윤 감독과 함께하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 촬영 현장은 너무너무 힘들다. (웃음) 정말 집요하다. 그래서 각오를 남달리 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시대물인 데다 밀림이 주 촬영 장소라 찍기 전부터 ‘엄청 고생하겠다’ 싶더라. (웃음) 제주도에서 정글 밀림 총격 신, 전요환 저택 신 등을 촬영했고, 루프톱 신은 전주 세트에서 찍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밀림에서도 촬영했는데 해외 로케이션 촬영은 특히나 생활 여건이 녹록하지 않았다. 도심에서 2~3시간 떨어진 거리였는데 도로 여건이 좋지 않아 가는 길이 어려웠다. 휴대 전화도 안 터지고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차를 타고 5분은 나가야 했다. (웃음)
오랜 시간 윤종빈 감독을 곁에서 봐왔지 않나. 윤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윤종빈 감독은 평상시 모든 걸 귀찮아하는데 촬영할 땐 본인이 생각한 걸 끝까지 이뤄낸다. (웃음) 그게 대단한 것 같다. 아무리 배우라도 똑같은 걸 계속 시키면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인지라 내가 대충 연기하면 더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았다. 그래서 윤 감독과 작업할 땐 다른 사람에게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준비를 더 꼼꼼히 하는 편이다.
극중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목사를 잡기 위한 언더커버로 활약하는 ‘강인구’로 분했는데.
‘강인구’ 캐릭터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큰 인물이다. 윤종빈 감독의 어렸을 적 이야기나 본인이 아버지가 되고 자식을 키워가면서 느낀 것들이 ‘인구’라는 캐릭터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자주 보고 생활하다 보니 윤 감독의 자라온 환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 그런 게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처럼 느껴졌다.
‘전요환’ 목사, ‘변기태’(조우진) 등 센 캐릭터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약해 보일까 걱정되지는 않았나.
1번 주연의 어려움인 것 같다. 1번 주연은 공격수 같지만, 수비수 같은 느낌이다. 주변 인물을 도와가면서 동시에 작품을 쭉 끌고 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웠지만 조금 더 새롭고 나은 방식이나 해석을 고민했다.
‘전요환’ 목사 역의 황정민과는 함께 작업하는 건 처음이지만 그 인연이 오래됐다고.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막 매니지먼트에 들어갔을 때 정민 선배는 이미 주연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말을 쉽게 붙이기 어려운 무서운 선배였다. 그런데 선배가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에 오셔서는 ‘잘 봤다’고 하시더라. 엄청난 영광이었다. (웃음) 이후 나와 윤종빈 감독이 영화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는 직접 레드카펫에 데리고 가서 우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챙겨줬다.
정민 형은 정말 에너제틱한 배우다. 수영하는 장면이 있다고 하면, 그날은 내내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시더라. (웃음) 그런 사소한 것까지 챙기면서 성실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작품에 임한다. 지방 촬영과 해외 로케이션이 많았는데, 같이 식사하고 산책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서 좋았다.
‘첸진’ 역으로 출연한 대만 배우 장첸은 어땠나.
윤종빈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이고 처음엔 에이전시를 통해 섭외 제안을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윤 감독이 직접 대만까지 갔다. 장첸 배우는 나와 영화 <숨>(2007)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더라.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와 편하게 연기를 주고 받았고, 작품에 임하는 그의 태도가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꼈다.
넷플릭스의 또다른 화제작 <오징어 게임>이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리 작품은 <오징어 게임>보다 로컬적이라 글로벌한 인기를 얻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외 시청자들이 사랑해주고 재미있게 봐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우리 팀에게도 (에미상 같은) 그런 기회가 오면 참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수리남>에서 함께한 박해수 배우가 아쉽게 남우조연상을 놓쳤다.
이렇게 계속 얼굴 비추다 보면 내년에 <수리남>으로 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웃음)
시즌2 제작 가능성이 있을까.
촬영하면서 후속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 뭐라도 나올 여지는 있지만 중요한 건 윤종빈 감독의 생각이다. 다른 감독이 이 소재를 갖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향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