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스파이> 이후 9년 만의 한국영화 주연작이다.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는 소감이 어떤가.
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 영화, 드라마 등 한국에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스케일 큰 영화로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한국에서 계속해서 절 찾아주시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항상 한국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한국과 미국을 오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한국 드라마의 경우 준비 과정에서만 3~4개월 걸리니까 스케줄 문제 때문에 영화보다 더 출연하기 어려운 거 같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하지 않나. 한국어로 연기하려면 연습이 따로 필요했을 거 같은데.
한국어를 잘하진 않지만 한국어를 하는 역할에 늘 욕심이 있다. (웃음) 그래서 평소에 틈틈이 한국어 연습을 한다. 거울을 보고 한국어로 혼잣말하면서 연습하는데, 아마 미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을 거다. (웃음) 또 반려견들이 한국 출신이라 강아지들에게도 한국어로 얘기한다. 한국어로 말하는 건 서툴지만 듣는 건 문제가 거의 없다. 일상 대화는 100% 이해하지만 아직 뉴스나 정치적 이야기는 조금 어렵다. (웃음) 한국어 대본은 보통 매니지먼트에서 번역해서 같이 연습하고, 함께 이해해가는 방식으로 준비해왔다.
한국어를 따로 공부하면서까지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개인적으로 문화적인 정체성에 대한 이슈가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서양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그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한국 쪽을 더 찾아나서게 되더라. 한국에 와서 저희 (매니지먼트) 팀과 일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형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게 신기하고 좋다. 이번 작품의 ‘잭’ 역시 비슷한 지점이 있다. ‘잭’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무뚝뚝하지만 점차 말랑말랑해지면서 본인을 오픈하는 게 마음에 들었고 공감이 갔다.
‘잭’을 연기하면서 어디에 주안을 뒀나.
1편인 <공조>가 다크한 분위기라서 속편에서는 밸런스를 맞춰주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잭’에게 코믹적인 요소가 많고, 액션도 잘하지 못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웃음) 때로는 쫄기도 하고 무서워도 해야 ‘철령’이 더 강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잭’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첫 번째로 한국어, 그 다음으로 액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평소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할 때와 한국어로 연기를 할 때의 느낌이 너무 다르다. 내 한국어를 계속 들어야 해서 어떨 땐 쥐 구멍으로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부끄럽고 어려웠다. (웃음)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감독님이 강하게 도와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
강하게?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내가 부족해도 오케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석훈 감독님은 나를 굉장히 푸시하셨다. (웃음) '한국어 발음 이상했던 것 같은데?'라고 해서 어려울 때가 많았다.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굉장히 수월한 한국어 대사가 나와서 오히려 좋았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함께 작업하고 싶다.
‘철령’ 역을 맡은 현빈과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7년 만인데.
현빈과 오랜만에 보는데 그 사이 더 성숙해졌더라. 액션뿐만 아니라 드라마 연기도 완벽해서 감동 받았다. (웃음) 현빈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행운아'라는 말을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찍을 때만 해도 신인이었던 우리가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계속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오랜만에 그와 호흡을 맞추니 어떻던가.
처음부터 케미가 완벽했다. 현빈이 정말 리더 역할을 잘 해줬다. 현빈은 연기할 때 에너지가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좋은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늘 주변에 괜찮은지 물어보고, 농담도 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민영‘ 역의 윤아와도 인연이 있지 않나.
2007년 내가 영화 <마이파더>를 찍고 있을 때, 윤아 씨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예능을 찍고 있었다. 그 때 윤아 씨가 받은 미션이 내게서 포옹을 받는 거였다. 그렇게 윤아 씨와 처음 만났고, 기획사와도 연이 있어서 멀리서 지켜봐왔다. 윤아 씨가 리액션을 잘 해줘서 연기하기 편안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나.
한국 분들은 항상 저를 환대해주셨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래서 우리가 헤니를 환대했지'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웃음)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작품에 임했고, 관객이 그 지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2019년 영화 <기생충>부터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전과 많이 달라졌는데.
그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전 세계에서 K-콘텐츠를 얘기하고 있어 정말 뿌듯하다. 2019년모든 사람들이 <기생충> 얘기를 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특히 <오징어 게임>은 내가 신인 시절에 찍었던 <마이 파더>의 황동혁 감독님 작품이다. 그래서 LA 사람들이 내게 ‘<오징어 게임>을 봤냐’고 물을 때마다 자랑스러웠다. 내가 한국 배우들과 친하고, 연기 커리어를 한국에서 시작한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규모는 작지만 콘텐츠의 스토리가 다양하고, 창의성뿐만 아니라 스킬도 갖춘 곳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조차도 퀄리티가 남다르다. 한국 사람들은 근면성실하고 열정도 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이 가능한 거 같다.
사진제공_에코글로벌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