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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기 인생은 액션, 늘 나와 싸우는 중” <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 배우 박은빈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박은빈이 <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로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이후 10여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1997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벌써 26년 차 베테랑 배우로 자리잡은 박은빈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액션 영화에 비유하며 “연기를 하는 건 늘 도전이다. 늘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로는 자주 만나는데 스크린에선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마지막 영화가 <은밀하게 위대하게>더라.
드라마가 끊임없이 들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찍기 어렵더라. 시간과 타이밍이 작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타이밍이 안 맞으면 못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와 영화 번갈아 가며 하고 싶지만 드라마 제작 시간이 길어지고, 미리 약속된 작품이 있으면 영화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이번 작품은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연모> 사이에 촬영했다고.
바로 전 작품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29살,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는 차분한 음대생 캐릭터를 맡았었다. 그런데 <마녀2>의 ‘경희’는 살아남기 위해 악착 같이 발악하고, 욕도 많이 하는 캐릭터여서 색다른 쾌감이 있었다. (웃음)

‘박은빈’ 하면 단아한 이미지를 많이들 떠올리는데 이번엔 의외로 욕쟁이 캐릭터를 맡았다. 극중 ‘소녀’(신시아)와 동생 ‘대길’(성유빈)을 지키는 보호자 ‘경희’로 분했는데, 대사에 욕이 많아 낯설더라. (웃음)
나도 모르는 새 단아한 이미지가 견고해진 거 같다. 그래서인지 팬들이 내가 ‘경희’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희’에게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고 하던데 사실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다. (웃음) 이번 작품에선 나름대로 욕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욕을 더 많이 해서 특별히 내가 더 욕쟁이처럼 느껴지진 않더라. (웃음) ‘경희’가 ‘소녀’와 ‘대길’에 비해 나이가 많고 둘의 보호자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런 ‘경희’에게 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용두’(진구) 같은 건달로부터 스스로 지켜야하지 않나. 심성은 착한데 세보이기 위해 하는 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거 같다. 여담이지만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고 욕을 잘 하더라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이게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박훈정 감독이 왜 당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내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 같은데, 왜 나를 선택했냐고 감독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웃음)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경희’는 인간의 선악 사이에 균형이 될 수 있는 추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하셨다. 영화가 초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니 인간적인 부분을 담당할 캐릭터가 필요하고, ‘경희’는 ‘소녀’의 악한 본성을 누르고 선한 본성을 끌어올리는 인물인 동시에 영화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라는 거다. 중요한 역할인 만큼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나를 찾았다고 하셨다.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으로 본인 얼굴을 보니 어떻던가. (웃음)
극장을 가는 거 자체가 몇 년 만이었다. 사는 게 바빠 시간내기가 쉽지 않더라. (웃음) 드라마 일정 때문에 시사회엔 참석하지 못했고 개봉하고 나서 관객들과 함께 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 반응이 많이 신경 쓰이더라. 게다가 하필이면 촬영 당시 얼굴에 트러블이 났던 터라 그걸 보느라 정신이 팔리기도 했다. 그런 거친 질감도 ‘경희’의 일부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웃음)

1997년 데뷔해 연기한 지도 벌써 26년이다. 쉬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힘에 부칠 땐 없을까.
마음의 여유는 물리적, 신체적인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컨디션을 잘 조절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이걸 연기할 때 잘 쓰려면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한다. 일할 땐 놀지 않는다. 최근엔 쉴 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가장 친한 친구들도 3~4년간 못 봤다. 친구들이 연애하는지도 몰랐는데 결혼을 한다더라. (웃음) 여행을 안 간 지도 오래 돼서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다.

그럼 언제 쉬나.
바쁜 일상 중에 잠깐씩 멈춤의 시간을 갖는다. 대사를 외우다가, 다음날 일정을 확인하다가, 샤워를 하다가 잠시 생각을 비운다. 그 상태가 가장 행복한 거 같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 피곤하더라도 중간중간 휴식을 가지려 한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만 하다 보면 권태로운 순간이 올 텐데.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직업을 연기하게 되니 다른 일에 대한 욕심은 딱히 생기지 않는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한 작품을 할 땐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내가 연기한 것과 보이는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 내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하고 타성에 젖을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 한 인생(캐릭터)를 살아내면, 다른 인생이 들어오니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힘든 도전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웃음)

힘든 도전이라면?
사실 도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 안전에 대한 욕구도 굉장히 강하고, 내 통제를 벗어나는 일들에 대해 공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도전을 할 때마다 상황에 스스로를 적응시켜야 하고, 그 때마다 새롭게 맞이하는 두려움이 때때로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잘 이겨내면 성취감이 크더라. 그래서 연기자로서 내 인생의 장르는 액션이고 나는 항상 늘 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거 같다.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고충이 있는지 몰랐다.
최근 단단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사실 굉장히 무른 편이다. 그래도 그렇게 믿어주시는 자체가 참 감사하고 책임감이 생긴다.

그간 <청춘시대>의 ‘송지원’,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등 다양한 ‘인생 캐릭터’를 배출했는데.
항상 최선을 다해 연기했기 때문에 내가 해온 모든 작품과 캐릭터에 애착이 가고 각자의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인생캐릭터로 불리는 배역이라도 그게 내 인생캐의 끝은 아니었으면 한다. 이 일을 계속 하는 한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 시청자 분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모습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현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찍고 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캐릭터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가끔 내가 왜 이 작품을 골랐나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걸 선택할 당시 내가 남기고 싶었던 의미가 있었다면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작품은 내 개인사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무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려하면서 차기작을 고른다.

그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지금 내 나이대에서 가장 예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르는 아무래도 로맨스가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로맨틱 코미디 작품은 보여드린 적이 없어서 이른 시일 내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드릴까 계획 중이다.

최근 출연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을 보면 사람들이 내가 지닌 가능성을 높게 봐주시는 거 같다. 이미지나 역할이 정말 다양하더라. 예전엔 비슷한 결의 캐릭터가 들어왔다면 지금은 극과 극의 캐릭터들이 들어온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로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만 기르면 될 거 같다.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한편으론 시간상 그게 가능할까 하는 마음도 든다. (웃음).

사진제공_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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