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미라는 오랜만에 서울에 와 옛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화장실에 갔다 복도를 따라 문을 연 순간 미라는 즐거웠던, 멋있었던, 누군가는 ‘프랑스 여자’ 같다고 불렸던 그 시간에 서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서사와 인물들. <프랑스여자>는 아주 영화적인 영화다. 그 설계자 김희정 감독을 만났다.
<프랑스여자>는 여러모로 (좋은 쪽으로) 인상적이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런 소리를 종종 듣는다. 지금 나오고 있는 리뷰를 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개라는 의견도 있는데, 그건 연결 고리를 놓쳐서 그렇다. 영화가 좀 불친절한 점도 있을 수 있으나 텍스트를 잘 파악하지 못한 거지. 당신처럼 솔직하게 말하면 좋은데 멋을 부렸다는 시선도 있더라. 일부러 멋을 부린 것은 절대 아니다. 시사회에 온 지인들이 두 번, 세 번 보니 조각들이 다 맞춰졌다고 하더라. N차 관람이 필요한 이유다.(웃음)
격하게 동의한다! <설행: 눈길을 걷다>(2016) 당시 차기작으로 <프랑스여자>를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제목 그대로 다시 관객을 찾았다.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데 원 기획 그대로 실현한 것 아닌가. 한편으론 놀랍다.
<열 세살, 수아>(2007) 때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1)을, <청포도 사탕> 때는 <설행>을 준비한다고 말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 역시 배우는 일상을 보내면서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글을 쓰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게 루틴이고 생활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4년의 텀을 두고 있다. ‘루틴’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말했듯) 영화라는 게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두 이뤄지는 경우가 드문데 나는 감사하게도 다 이뤄졌다.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고, 모두 전국에 개봉했다. 이번 <프랑스여자>는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에서 수상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정말 지금까지 운 좋게도 좋은 배급사가 붙어줬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내 영화를 모르는 대중도 많고 평단에서 어떤 ‘출현’처럼 나를 받아준 적은 없지만, 사실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일희일비하는 편도 아닌 데다 어쨌건 다음 이야기를 또 만들 것이니 그렇다. 중요한 것은 다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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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두 개인데 하나는 한국 단편 소설 중 좋은 것을 발견해 각색 중이다. 소설 제목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또 하나는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 <프랑스여자>로 작년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야기했었다. 10대, 17세 정도의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아픈 홀어머니와 혼혈인 어린 동생을 데리고 어떻게 씩씩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기성세대를 감상적인 세대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그런 감상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인물이다. 한데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변할 것 같다.
이미지는 당신 이야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 이미지로 형상화해 보여주는 인상이다. 평소 글 쓰는 작업 방식은 어떤가.
친구 중 시나리오 전문 작가가 있다. 상업영화 쓰면서 잘나가는 친구인데 그가 나를 ‘가장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칭찬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많은 부분을 영화적으로 사고한다. 요즘 핸드폰이 있으니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그림으로 많이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줄 때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알맞은 이미지나 음악을 가져오라고 한다. 이렇게 과제 내주면 일단 안 써도 되고, 이미지만 찾으면 되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단 이미지를 사진보다 그림, 명화 중에서 찾아오라고 한다. 원래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고 이전 영화 모두 그림이 등장한다. <열세 살, 수아>는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청포도 사탕>은 프리드리히의 ‘해변의 수도승’ <설행>은 ‘검은 성모’ 그리고 <프랑스여자>는 전체가 그림이 된 경우다.
영화는 인트로부터 시선을 확 잡아끈다. 프랑스 어느 카페 안에서 프랑스 남성과 한국 여성이 언쟁하고 있고, 카메라는 밖에서 카페를 비춘다. 노랑 초록 빨강 등 조명 색의 변화가 창을 통해 전달되는데 아주 감각적이라고 느꼈다. 영화가 지닌 여러 층을 색으로 표현했다고 할까. 또 ‘미라’(김호정)가 과거와 현재로 넘어가는 매개가 되는 화장실과 그 복도가 매우 절묘했다.
촬영, 분장, 녹음, 미술 등 모두 이전부터 함께 작업해 온 멤버들이다. 박정훈 촬영 감독(<악녀><허스토리><도어락>등을 촬영)과는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통로, 즉 가는 길이 필요했는데 그가 복도를 섭외(?)해 왔다. 미라가 묵는 게스트하우스는 세트로 만들었으나, 술집은 예산 문제로 지을 수 없으니 로케이션해 찾아야 했다. 술집은 찾았는데 그 복도 공간은 못 찾은 상황에서 박 감독이 자기 사는 동네 상수동에서 찾아왔더라. 원체 감각이 좋다.
전작부터 지금까지 모두 같이한 김소연 분장 실장(드라마 <인간수업>등), 박종근 녹음기사(<스윙키즈><옥자> 등), 유정하 미술감독까지 척이면 척이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톤이나 무드를 다 파악하고 있어 미팅해도 정말 빨리 끝난다. ‘에이, 감독님 이런 건 안 좋아해’ 이런 식이다. ‘미라’가 호텔 방에서 창문을 열고 아래를 볼 때, ‘성우’(김영민)와 ‘영은’(김지영)이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그들 옆에 그림 하나가 걸려 있는데, 같은 세계를 꼴라주처럼 두 세계로 보여준다. 거의 우리 영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유심히 보길.
정말 N차 관람이 필요한 이유다. (웃음) 각분야 베테랑들을 모으는 힘은 무얼까.
일단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 영화일이 없어도 종종 만나 술 마시곤 한다. 이번에 ‘영은’을 연기한 김지영 배우와 처음으로 작업했는데 파리 촬영이 없는데도 와서 같이 즐겁게 보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로 바쁘게 활동하는 와중에도 내가 영화 들어간다고 하면 꼭 와준다. 항상 기다려 주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인간적인 친분도 크지만 아마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한다.
극 중 ‘미라’는 기억을 못 하거나 잘못 기억하거나, 친구들과 다른 기억을 지니고 있다. 묘하게 그의 기억만 왜곡돼 있다.
생활에서 기억의 오해나 왜곡은 사실 다반사다. 나도 가끔 함께 영화 본 친구에게 그 영화 봤냐고 물을 때가 있다. 같이 봐 놓고 말이지. 나이 먹을수록 더욱 심해진다. (웃음) ‘미라’는 자기가 좋은 쪽으로 기억하고 싶은 게 있다. 아마 누구나 대체로 자기가 좋은 쪽으로 기억하고 싶겠지. 그가 후배 ‘성우’에게 같이 잤냐고 물어보는데, 그때 감정은 전혀 기억 못 한 것이 아니었을 거다. 매우 아리까리하고 긴가민가한 상태? 술에 취했을 때 한 행동이 자세히 기억 안 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확인받고 싶은 감정도 있을 테다. 복잡한 여성의 심리, 기억 등에 집중하려 했다.
영화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지인 시사회 때 흥미로웠던 게 바로 그 점이다. “두 번째 보니까 진짜 좋아” 이러는 거다. 처음 볼 때 친하니까 좋다고 했지만, 사실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던 거지. 두 번 보니 훨씬 좋고, 세 번 보니 더 좋다고 하더라. 코로나 시대에 참 어려운 부탁이지만, 한 번은 더 봐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스포는 절대 안 된다! 영화적 장치가 많으니 따라가다 보면 다다를 거다.
‘미라’가 유학 가기 전 그 시기로 돌아간 이유는 뭘까. 영화를 잘 따라갈 수 있는 키가 있다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생각. 미라는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자신이 배우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나고 보니 꿈을 이룬다는 게 녹록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시절, 유학 가기 전으로 가는 거다.
며칠 전 이동진 평론가와 GV 진행할 때 미라가 돌아가는 시기가 왜 하필 ‘그때’ 냐는 질문에 정신없어서 얘기하지 못했는데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답한다. 젊음의 시간, 20대, 배우가 되리라 생각했던 때,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던 때, 멋있다고 ‘프랑스 여자’ 같다고 말해주던 때, (예전에는 ‘프랑스 여자’ 같다는 표현이 멋있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그런 인생의 좋은 시절로 돌아가는 거다.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상처를 준다는 것을 몰랐는데 그것에 대해 미안함도 지닌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그때로 이끈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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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
음, 낙천적이고 낙관적인 편인 데다 지금도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에 딱 언제로 특정해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없다. 아, 코로나 이전으로 가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이들어 아프기 전? 나이드니 허리나 척추 등이 자연스럽게 아프기 시작한다.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은 건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보기와 달리 예민해서 신체의 변화를 잘 감지한다. 아픈 것, 그런 데서 오는 짜증, 늙는다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언젠가는 늙음에 관한 영화를 찍을지도 모르겠다.
듣기로 적은 회차로 완성했다고 하던데 그간 굳건하게 다져진 팀웍 덕분인가 보다.
한국에서 12회차, 파리에서 2회차 촬영했다. 파리 촬영은 거의 스케치 정도라 드라마는 12회차로 끝냈다고 봐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다들 놀란다. 적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표준 근로시간을 다 지켰다. 심지어 일찍 끝내고 술 마시기도 했다.
꼭 한 번 촬영장에 불러 달라! ‘미라’의 후배인 영화 감독 ‘영은’을 연기한 김지영 배우가 감독님과 닮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환영이다! 직접 와서 보면 좀 좋다.(웃음) 덕수궁 내에 있던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영은’처럼 연출을 공부했다. 당시 월요일은 덕수궁이 휴관이라 아무도 없는 궁에 들어가 수업하곤 했는데 기억이 생생하다. 술 마시고 테이블에 올라가서 춤추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려졌다는 ‘영은’의 에피소드처럼 진짜 테이블 위에 올라간 적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곧 ‘영은’ 자체인 것은 아니다. 미라에게도 내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다.
극 중 연극 <하녀>와 <배신>이 인물들의 대화 속에 자주 언급된다.
글을 쓸 때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쓰진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에 들어오면 좋을 희곡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하녀>의 경우 주인공이 여자 세 명, 프랑스, 해석의 여지가 큰 작품이라 선택했다. <배신>은 삼각관계, 불륜, 엔딩부터 시작해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에 주목했다. 우리 영화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또 거론되는 영화 <쥴 앤 짐>(1961)은 여자 한 명에 남자 두 명, 우리 영화의 노르망디 촬영지가 실제로 <쥴 앤 짐>을 찍었던 곳이라는 점 등 이야기나 구조상 유사성이 있는 희곡과 영화들을 거론한 거다.
촬영하며 특별했던 장면이 있다면.
미라, 영은, 성우가 술 마시는데 이후 연극하는 후배 ‘지현아’가 합류하는 5분 테이크가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신이다. 리허설하듯 찍었는데 술 따르는 타이밍 등이 하나 같이 딱딱 들어맞는다. 누구 한 명이 틀리면 다시 해야 했는데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졌다. 정말 신이 내린 장면이다. 장면에 흐르는 기류도 인상적이다. 호의적이던 자리가 후배와 영은의 감정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긴장감이 조성된다. 영은은 후배에게 “내 영화 한 번도 본 적 없죠?”라고 꼬집기도 하는데 미라는 화장실에 가는 거로 그 자리를 피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감정과 언행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했다. 왜 종종 술자리에서 경험하는 상황 아닌가. 미라는 왜 그 자리를 떠났을까? 불편한 상황에 마주하는 게 싫어서?
아니, 그래서라기보다 미라는 그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사람은 현역에서 예술하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대립할 수도 있는 것인데 미라는 예술가가 아니지 않나. 미라만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기에 피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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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가 후배 ‘해란’(류아벨)과 꼭 닮은 사람을 파리에서 봤다고 하자 영은은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긴장감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그런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3년 전에 죽은 애가 어떻게 파리 한복판에 나타나겠나.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은’과 ‘성우’와 미라는 입장이 다르다. 직접 장례식까지 지킨 친구들과 달리 미라는 소식으로만 들었고, (장례식에 참여해) 애도도 못 했다. 죽었다는 사실에 실감을 못 하거나 실체감을 못 느낀 것일 수 있다. 또 무의식중에 ‘해란’에 대해 아직 풀지 못한 감정도 있었을 거다. 참, <프랑스 영화> 시사회 때 아는 기자를 만나 기분 좋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이길래?
그 기자가 말하길, 시사회 전날 잠을 못 자 영화보면서 잠시 졸았는데 미라가 화장실 갔다 와 20대로 바뀐 그때부터 잠이 확 깨면서 너무 재미있게 봤다는 거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을 들으며 아주 신났었다고 하더라. 이런 감상을 들을 때 기분이 참 좋다. 이런 의미, 저런 의미 따지며 좋아하는 것보다 그냥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 그런 게 좋다.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프랑스여자>는 미라를 연기한 김호정, 성우역의 김영민, 영은역의 김지영 등 나와 비슷한 연배인 중년의 배우들과 함께해서 특히 좋았다. 그들의 연기력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90년대 문화를 경험했던 4050세대가 우리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
좀 전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전, 후로 나뉜다는 게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여파가 지대하다. 어느 지점을 크게 인식하나.
많은데 몇 가지를 꼽자면 가장 취약층이 가장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표면화되지 않은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그것에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는 생각한다. 그간 너무 익숙하게 생각했던 관계와 만남의 형태 역시 바뀔 것이고, 만약 그렇다면 영화의 내용도 바뀌겠지. 영화를 보는 사람의 태도는 물론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코로나 시대 영화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텐데 이를 받아들이는 극장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시네마’(영화관) 자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여자>도 봐서 알겠지만, 영화는 TV 드라마나 연극 공연 등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적 경험이 중요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시네마인데 이 공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문제다. 며칠 전 시사 때 보니 한 줄씩 띄어 앉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반응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더라. 관객도 마찬가지인 게 옆 사람과 함께 반응하고 호흡해야 감흥이 높아지거든.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게 걱정이다.
영화를 주로 다루는 매체로서 깊이 공감한다. 코로나 이후 뉴노멀이 어떤 형태일지… 사실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그렇지. 영화도 그렇지만 더 타격이 큰 매체는 연극이다. 공연하던 배우는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흐를지 걱정이다. 영화와 연극이 언뜻 생각하면 별 상관없어 보일 수 있지만, 좋은 배우를 공유하고 좋은 작품에 서로 자극받는 긴밀한 관계 아닌가.
마지막 질문이다. 소소한 행복 거리가 있다면.
밤에 일과를 마친 후 누워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는 등 정말 여러 가지다. 술 마시는 걸 좋아하나 이젠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이건 꼭 말해야겠다. (웃음)
묻지 않을 수 없다. (웃음)
작년에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멘토 프로그램의 멘토가 돼 학생을 지도했는데 올해 그 결과물을 얻었다. 내가 멘토링한 두 학생이 모두 제작 지원을 받게 됐다. 한편은 부산영상위원회, 다른 한 편은 영화진흥위원회에 선정됐는데 너무 기쁘다. 영화 관련 공부를 계속해 온 학생들인데, (나 같은) 구체적인 멘토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 내가 제대로 영화를 공부했고, 현역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기자 주 김희정 감독은 폴란드 우치 국립영화학교에서 유학하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더불어 부산영화위원회가 운영하는 멘토 프로그램이 아주 잘 돼 있고, 일을 정말 잘한다. (꼭 얘기해달라!)
2020년 6월 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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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