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악인전>은 조폭(마동석)과 형사(김무열)가 한편 먹고 연쇄살인마(김성규)를 쫓는다는 설정이다. 아마도 이 색다른 설정이 당신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한다.
맞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좋았던 부분이다. 형사대 조폭 혹은 조폭대 연쇄살인마라는 양강구도보다 조폭과 형사가 손잡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설정만 좋고 이후 전개와 서사가 진부하지 않을지 고민했는데 나름의 트위스터가 있었다. 조폭인 ‘장동수’가 극악무도한 악당이지만 나중에 연쇄살인마를 잡고 응징할 때, 그가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통쾌했다.
캐릭터가 지닌 이중적인 면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가.
그가 지닌 양면적인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폭력 액션을 보여주는 한편 일반인에게 매우 관대하게 행동함으로써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 즉 자기 세계에서만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물로 설정하고 표현했다.
예컨대.. 이전에 볼 수 없던 폭력 액션이 어떤 것인지 대략 알 것 같긴 하다. (웃음)
스포일러이지만, 뭐.. ‘장동수’가 첫 등장에서 펀칭백을 치고 있다. 알다시피 그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데 그건 원래 없던 장면인데 감독님과 상의 후 추가한 거다. 인물이 지닌 잔혹함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일 것 같았거든. 이후 그가 등장할 때 괜히 긴장하고 쫄게 되지 않나. 구구절절 설명 없이도 임팩트 있게 빨리 극에 이입하게 만든다. 이빨 뽑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기 세계를 벗어나면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해도 그냥 보내주고 옆에 있는 소녀에게 우산을 건네는 등 지극히 평범하고 나아가 너그러운 모습을 보인다.
<악인전>이 칸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경쟁부문에 초정된 <기생충>도 그렇고 매우 반가운 일이다. (기자 주 <기생충> 수상 소식 전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연락을 주셨다고 들었다.
이전 <부산행>(2010)으로 초청받았을 때 촬영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었다. 슈트 입고 참석하는 공식적인 행사를 불편해하는 편이라 불참했어도 솔직히 그렇게 아쉽진 않았었거든.(웃음) 그런데 이번에 두 번째 부름에다 우리 영화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 같아 아주 영광이다. 특히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도 가서 더 그렇다.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칸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먼저 주셨더라. 개인적으로 잘 아는 건 아니고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친분이 생겼다.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오, 혹시 다음 작품은 같이? (웃음)
전혀! 그런 이야긴 없으셨다! (웃음) 헛소문 날라. 같이 작품 하게 되는 건 어떤 인연인 것 같다.
<범죄도시>(2017) 이후 다작과 비슷한 역할에 따른 이미지 소모에 관한 일간의 지적에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완전히 잘한 모습이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 독보적이었다.
그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악인전>을 보고 이전과 다른 얼굴이라서 좋았다는 분도 있는가 하면 이전 모습의 연장선으로 보는 분도 계실 거다. 내 나름대로 연기 톤과 템포를 달리해 다른 결을 만들어 봤다.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뺐다고 할까. 극강의 폭력성과 동시에 침착함을 지닌 여유로운 모습의 지략가로 보이고자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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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1가구 1마동석’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이런 악역을 했다!
명예 경찰로 선정되기도 했다.(웃음) 사실 이전에 악역을 많이 했었다.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70~80편 넘게 했는데 형사와 조폭 역할은 생각보다 적고 대부분 조연이었다. 형사와 조직의 보스로 주연을 맡은 건 <범죄도시>와 <악인전>이 처음이다. 이번 ‘동수’는 인물의 서사와 드라마를 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액션이 더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잠시 말했듯 나는 감독에게 필요한, 유용한 배우가 되고 싶다. 기존의 마동석을 요청하면 그대로, 좀 더 진화된 모습을 필요하다면 역시 그에 부응해서 말이다.
조폭, 형사, 살인마 세 캐릭터가 잘 구축돼 보였다. 3인방의 호흡은 어땠나.
이원태 감독님이 원체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쓰셨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 주셨다. 형사(김무열)가 다혈질로 굉장히 격렬하다면 살인마(김성규)는 차갑고 날카롭다. 조폭인 나는 그 중간에서 무게감과 서스펜스를 더하려고 했다.
먼저 캐스팅된 상태에서 (김) 무열 캐스팅 소식을 듣고 아주 반가웠다. 친분이 없었지만, 호감을 갖던 친구였거든. 예전에 옴니버스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분장을 한 상태로 상대의 맨 얼굴을 모르고 연기했었다. (기자 주 마동석과 김무열은 <인류멸망보고서>(2014) 중 seg. ‘멋진 신세계’에 함께 출연함) (김) 성규의 경우 감독님이 살인마 역에 캐스팅하면 어떨지 의견을 물어보셔서 당연히 좋다고 했다. <범죄도시>에서 함께 했기에 그의 연기에 믿음이 있었고 또 사이코패스 역할에 어울릴 것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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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펀칭백 장면을 제안했다고 했는데 이번 <악인전> 촬영하면서 새로운 액션 고안에 앞장섰나 보다.(웃음)
그게 내가 마치 깃발 들고 ‘액션의 모모’라고 앞장선 건 아니고..(웃음) 각자 잘하는 연기가 있듯이,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으니 남들보다 좀 더 알고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여러 시도를 해본다. 글을 잘 못 쓰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틈틈이 하니 좀 늘듯이 액션도 할수록 발전한다. 이것저것 해보니 콘셉트도 생기더라. 액션에서 중요한 건 연기와 드라마 그리고 캐릭터 구축이 우선이고 동작은 그 뒤에 따라오는 거다. 화려한 기술로 동작을 변화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캐릭터와 서사를 쌓아 놨어야 그 액션이 빛을 발한다. 차별화된 액션이 되는 거지.
이번 액션 연기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예전에 부상당한 게 있어서 신체적으로 전력 질주와 계단 내려가는 걸 잘 못 한다. 그건 스턴트맨이 대신해줬다. 여러 스턴트맨 덕분에 <악인전>이 완성될 수 있었다.
전담 스턴트맨이 있을 것 같다.
그간은 허명행 무술 감독이 내 액션 대역이었다. 이번엔 그 밑에 있는 친구가 몸무게를 늘려서 했는데 너무 잘해서 앞으로 작품마다 같이 하고 싶다.
당신이 뿜어내는 독보적인 포스에 체격도 크게 일조한다고 보는데, 이번에 더 키운 건지.
일부러 키우지 않았고 다만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다. 보통 액션 신을 찍는 경우 중간에 식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먹은 후 뛰고 움직이려면 몸이 둔하고 힘들거든. 그러다 보면 살이 빠지기 마련인데 의식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아마 (김) 무열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도 살을 갑자기 찌웠으니, 갑자기 불린 살은 그만큼 잘 빠지니까 유지하려고 했을 거다.
‘마동석’하면 떠오르는 대사들이 있다. 가령 <범죄도시>의 “싱글이야” 등등. 대부분 애드립이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어땠나.
<베테랑>(2015), <범죄도시>(2017)는 애드립이 맞지만, 연기를 잘하진 못해도 리얼한 것을 추구하는 편이라 애드립을 마구 남발하진 않는다. 상황과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하거든. (웃음) <악인전>의 경우 애드립처럼 들리는 대사라도 모두 시나리오에 있었던 거다. 처음에는 대사가 좀 문학적이라고 할까. 라이브함이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하려다 보니 오히려 애드립처럼 보였나 보다.
<악인전>이 칸영화제 초청 소식에 이어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결정됐다고.
확정됐고 프로듀싱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 정서를 미국 로컬화하는 과정에 필요하다고 배우는 물론 프로듀서를 겸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왔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언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되는 지점이 그곳 대표가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을 쓴 <시카리오>(2015), <로스트 인 더스트>(2016)의 프로듀서로 활동했었다. 좋은 제작진이 있으니 <악인전>을 좀 더 스케일 키워 좋은 작품으로 선보이고 싶다.
해외진출에 따른 포부가 있다면.
아시아 배우로 역할의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거기서 또 다른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또 언젠가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서 배급하고 싶다. 한국 배우 역시 소개하고 싶고. 노력해도 안 될 수 있지만, 어쨌든 포부는 그렇다.
마블시리즈 진출 이야기도 들리던데?
그건 나도 궁금하다. 누가 이야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
연기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매진?하는 모습이다.
배우로서 연기에 도움받기 위해 이야기 나누다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듯 글을 못 쓰지만 조금씩 써보니 점차 늘고 이런 작업이 연기에 역시 도움이 된다. 연기하면서 소모되는 느낌이 있는데 그 부분을 시나리오와 프로듀싱 작업하면서 채우는 거지. 그래서 앞으로 내가 출연하는 작품은 물론 출연하지 않는 작품이라도 계속하고 싶다. 지금 투자 단계에 있는 것도 기획 중인 작품도 있다. 단 내가 집중하는 건 대본과 액션 파트고 연출과 편집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느꼈는데 참 조곤조곤 이야기를 잘한다. 숨은 달변가다. (웃음) 마지막으로 차기작과 향후 활동 계획 소개를 부탁한다.
소리 높일 필요가 있나.(웃음) 잘 좀 써 달라. 차기작은 손용호 감독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곧 개봉할 것 같다. <범죄도시 2>는 시나리오는 대략 나온 상태로 아직 캐스팅 등 세부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촬영 중인 <백두산> 은 규모가 크고 후반 CG 작업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2019년 6월 4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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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키위미디어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