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영화를 본 소감.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고 훌륭한 영화라 생각한다. ‘광주민주화운동’ 은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있다. 알려져야 하는 사실이고, 알려져야 할 때다.
스스로 만족도.
영화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내 연기에 대해 만족했냐고 묻는다면 부족하다고 느낀다. 사실 내 연기를 보는 게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내 연기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건 마치 자동 응답기에 남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 받는 느낌과 유사하다.
장훈 감독과의 호흡.
그와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았다. 전 세계 수많은 감독과 작업했고 그중에는 나의 페이버릿(favorite) 감독도 몇몇 있는데, 앞으로 자신 있게 그를 페이버릿 감독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한국 배우들과의 호흡.
한국 배우와 같이 일한 건 보람찬 경험이었다. 특히 송강호는 판타스틱한 배우다. 기쁘다가 놀라고 또 슬픔까지 그의 감정 전환은 매우 신속하고 놀라울 정도다.
위에서 언급한 페이버릿(favorite) 감독을 꼽는다면.
특정인을 거론한다면 거론 안한 다른 감독들이 서운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다만 <피아니스트>(2002)에서 함께 작업한 ‘로만 폴란스키’ 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이다. 그를 통해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5.18 광주민주황운동’에 대한 개인적 견해.
사전에는 전혀 몰랐고 이야기를 들은 후엔 상당히 놀랐다. 내가 가장 놀란 점은 아시아 외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전 준비 작업.
관련 사실을 좀 더 알고 싶어서 장훈 감독에게 물어봤고, 그가 많이 알려줬다. 그는 나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줬다. 관련 자료를 입수하려 노력했지만 많지는 않았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자료를 받았으나 실상 그렇게 많은 사실을 담고 있진 않았다.
평소 배역에 대한 준비.
평소 작품 준비 과정에 특별한 규칙이 있지는 않다. 어떤 경우는 리서치를 많이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하려 했다. 대본이 충분히 영화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훈 감독을 믿고 그의 눈빛을 따라가고자 했다.
연기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메소드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는 메소드 배우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세트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리허설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촬영 시 힘든 점.
일단 더위, 작년 촬영 당시 너무 더웠다. 어떻게 보면 촬영보다도 무더위 속에서 생존하는 게 급선무였다.(웃음) 또, 장훈 감독과 그 외 배우들이 영어를 사용 안 하기에 언어적 장벽으로 힘들었다. 촬영하면서 흐름이 중요한데 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거 같고,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브리핑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이로 인해 일정이 미뤄진 듯해 미안했다.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에 주위의 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기도 했다. 항상 물어봐야 하니 스스로가 마치 3살짜리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문제아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웃음)
상대역인 송강호, 장훈 감독과 소통 관련 에피소드.
언어와 국적이 달라도 눈빛으로 통한다고 하지 않나. 눈빛과 손짓, 발짓만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고, 90% 이상 의지했다. 장훈 감독과 의사소통하면서 기다림을 배웠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끝까지 듣고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송강호와는 말로는 대화하지 않았지만, 거의 소통되었다고 생각한다.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출연 결정 이유.
대본을 읽자마자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난 작품을 결정할 때 3가지 요소, 즉 대본, 감독, 배역을 위주로 본다. 그 외는 쉽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 때는 쉽게 해결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난 ‘외국인 전문 배우’이다. 그만큼 낯선 해외에서, 여러 촬영장에서 작업을 했는데 한국의 경우 더 힘들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의 체험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는데 결국 적응을 못했던 거 같다.
적응 못한 이유.
복합적이다. 아까 말한 언어 장벽을 비롯 음식 등등. 세트촬영보다 계속 이동하면서 촬영을 했는데 그 점이 가장 이국적이었다. 여행과 촬영이 계속되니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이국적 체험을 좋아하고 잘 적응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재도전 의사.
좋은 각본이 있다면, 물론이다.
‘위르겐 힌츠페터’에 대한 사전 지식.
이전에는 몰랐고 만나고 싶었는데, 영화 준비 과정에서 그가 돌아가셔서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그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얘기는 꺼려진다. 그 이유는 개인마다 받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지 그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 캐릭터에 대해 아쉬운 점.
지금 생각할 때,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다. 장훈 감독이 잘 만들었고,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 느껴진 부분은 같이 의논한 후 충분히 이해시켜줬기 때문이다. 각본과 감독의 비전, 그리고 배우의 아이디어가 합쳐져서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없고, 성공적인 영화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지만 내가 내 연기에 대만족한다는 말은 아니다! 자체적 평가는 포기한 지 오래됐고, 현장에서 만족하려 한다.(웃음)
배우의 아이디어 관련 구체적인 예.
지금 딱 예를 들긴 힘든데 보통 장훈 감독이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그러면 내가 거기에 반응하고 이런 식으로 방향성을 잡아 나갔다. 큰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다.
동독에서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배우가 된 계기.
수영과 배우가 된 건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있다면 내가 장거리 선수였는데 그 체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배우를 할 수 있었다는 정도? 원래는 건축설계사가 꿈이었는데 친구들이 ‘도대체 동독에서 뭘 설계할 수 있겠냐’ 하길래 배우가 됐다.
구형 자동차 ‘택시’를 탄 느낌.
내가 동독을 1983년에 탈출했는데 이번에 택시를 타면서 동독 시절 탔던 ‘트라반트’가 생각났다. 그건 거의 종이 상자 같은 최악의 차였다. 이번에 탄 ‘택시’에 대해선 송강호가 운전했기에 더 잘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등 올드패션 차를 운전하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뒤에 앉은 나로서는 지루하고 불편했다. 그리고! 송강호는 아주 운전을 잘한다.
극 중 내용과 달리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만섭’(송강호 분)이 재회했다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음... 솔직히, 모르겠다
한국 팬들과의 만남.
베를린에서 천둥으로 비행기를 놓쳐 출발부터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니 취재진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다. 처음에는 프로덕션이나 배급사에서 동원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팬이라고 해서 놀랍고 신기했다. 셀카 찍는 걸 보고 팬임을 실감했다.
촬영장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 캐릭터 연구의 일환인지.
캐릭터와 전혀 상관없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편이다. 어떨 때는 내가 사진 찍히는 장면을 직접 찍기도 한다.
현장에서 만남 박찬욱 감독과 나눈 대화.
그때도 좋은 사진 많이 찍었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인생에 관해 얘기도 하고 또 카메라 얘기.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가 ‘라이카Q’ 인데 그도 좋아한다고. 솔직히 그의 빅팬이다. <스토커>(2013)의 경우 화면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의 차기작에서 나를 쓰지 않을지 찔러보기도 했다. (웃음)
포토월 행사 & 개봉을 앞둔 심정.
한국의 포토월이 처음이라 긴장반, 기대반 상황이다. 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내가 출연한 영화 중 <택시운전사>와 비슷한 작품으로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1993)가 있다. 이를 본 관객들이 마지막 30분가량 우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경험이 있다. 관객들에게 임팩트 있고 유의미한 작품을 하는 것이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2017년 8월 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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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주)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