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재미있게 봤다고 해야 할 것 같고,(웃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다. 술을 좀 자제하고 더 열심히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더라.(웃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송검사 캐릭터에 어떤 매력이 있었나?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일단 시나리오를 보면서 다른 건 다 놓쳐도 부장검사 찾아가서 난리치는 장면만 안 놓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까불고 놀고 마음대로 해도 내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니까. 술 먹으면서 정용기 감독한테도 이 장면만큼은 안 놓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부장검사를 만나 비리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현대판 홍길동을 보는 것도 같았다. 정의감이 넘치더라.
내 얼굴하고 정의감은 도저히 안 어울리는데.(웃음) 내가 검사역을 한다고 할 때부터 주변에서 다 코웃음을 치더라. 내가 일찍 붓을 꺾었으니까.(웃음) 공부를 잘해야 되는 게 검사잖나. 난 전교 꼴등도 해봤는데. 고등학교 동창 놈들이 시사회를 보고선 너같이 공부 꼴등하는 놈이 무슨 검사역을 하냐고.(웃음)
검사 역이긴 한데, 우리가 평소에 보던 캐릭터하곤 좀 다르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검사는 없다. 부인한테 기죽어사는 남편, 동료에게 재미있는 검사, 물론 독할 때는 독하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있는 역할이다.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무리 검사라도 마누라나 동생한테까지 검사노릇 하진 않을 테니까.
시나리오만 봤을 땐, 검사 역이 이렇게까지 코믹하진 않았는데.
글을 쓸 때는 전체적인 선을 긋는 거고, 어차피 캐릭터는 현장에서 배우가 잡는 거니까.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일반적인 검사역이면 딱딱하잖나. 그냥 사람 냄새 나는 검사를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앞머리도 일자로 자르고, 의상도 딱 두 벌로 갔다. 시나리오에는 평범하게 쓰여 있었지만, 나를 믿고 캐스팅한 부분이 있을 테니, 그걸 찾자 싶었다. 처음 술 한 잔 마시면서 걱정하지 말고 현장에서 찾자고 했다. 부장검사 장면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외 장면들은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 놈이 이번엔 또 뭔 짓을 할까?(웃음)
코믹한 연기나 캐릭터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캐릭터에 대해서는 사실 부담이 없다. 관객이 나를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찾거나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웃음에 대한 기대에도 부담은 없다. <국가대표>에서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이나 <홍길동의 후예>의 부장검사 만나는 장면이나 그런 장면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웃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는 힘을 준거다. 지루하지 않게.
힘을 줄 포인트를 확실히 하고 나머지 부분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영화를 찍을 때 전체 톤의 높낮이를 정한다. 위아래로 얼마의 파장을 둘 것이냐가 문젠데, 위아래로 30을 둘 것이냐, 50을 둘 것이냐, 정말 까불고 놀면 90까지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으니까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홍길동의 후예>에는 40정도 뒀다. 40은 살짝 위험한 수위인데 잘 넘나들었던 것 같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하는 것이 힘들다. 정용기 감독이랑도 재미있게 하려면 더 할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하자고 선을 잘 그었다. 더 오버하면 관객에 대한 배신이니까.(웃음)
시나리오를 보면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서 풀어야겠다는 전체 밑그림이 딱 나오나?
대본을 그런 식으로 잘 본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관객이 기억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매 장면 전부 열심히 하고,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뭔가 보여주고 싶고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한 것을 2시간으로 압축해보면 정극도 코미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힘을 줄 장면을 정하고 다른 장면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가는 거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힘준 장면도 더 잘 보인다. 영화 전체를 다 휘어잡으려고 하면 나중에 산만해진다. 전체적인 조율을 하는 나만의 계산법이 있다.
조율이 좋아서인가? 이제 완전히 흥행배우다. 출연하면 터지잖나?(웃음)
주변에서 망한 작품이 없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뭐 영화가 많아야지. 찍은 게 별로 없는데.(웃음)
그건 운이 좋아서 그렇다. <7인의 새벽>은 한 지도 모르잖나. 그때는 많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개봉한지 이틀인가 사흘 만에 막 내리고 단성사 공사 들어갔다.(웃음) 내 영화 커리어는 <미녀는 괴로워>부터라고 할 수 있지.
김용화, 정용기 두 감독하고 계속 하고 있다.
다른 데서도 얘기했지만 가운데 ‘용’자 들어가는 감독하고 잘 맞는다.(웃음) 두 감독하고 두 작품씩 했으니까. 농담으로 영화 네 편으로 2,000만 관객 모을 거라고 했다.(웃음) 김용화 감독이나 정용기 감독이 정확하게 나의 장단점을 알기 때문에 같이 하는 거다. 제작사나 지인 소개로 한 것도 아니니까. 사실 두 감독의 제작사들은 모두 날 싫어했다. 내가 안다.(웃음) 결과물이 없는 배우니 당연히 날 쉽게 쓰기가 어렵지. 다행히 두 감독이 내 색깔을 잘 봐줘서 같이 할 수 있었다.
두 감독의 스타일은 어떤가?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보이는데.
둘 다 영화에서 하고자하는 근본적인 컨셉은 비슷하다. 웃음 속에 메시지를 주는 형식. 뭘 가르치는 영화는 본인들이 싫어하니까. 또 연기 안 하는 배우랑은 하기 싫다더라. 물론 배우들이 연기를 다 하지만 폼만 잡는 그런 배우들이 싫다는 거지. 같이 부대껴서 술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자고 그런다. 둘 다 그런 편이다. 확연한 차이점은 김용화 감독은 처음부터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는 편이다. 뭐 아무래도 제작비 문제? 그래서 이번에 <홍길동의 후예>가 잘 돼야 된다. 정용기 감독도 큰 영화 만들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 역으로 둘의 확연한 공통점은 스릴러나 폭력적인 영화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심성 자체가 밝은 사람들이다. 재미있고, 밝고, 깨끗한 사람들.
드라마에 주로 나오다가 영화를 하게 됐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처음에는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안 좋은 추억도 많았고. 그래서 처음에 김용화 감독이 연극하는 후배랑 같이 왔는데 안 한다고 그랬다. 영화 안 해도 먹고 산다고. 근데 안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지.(웃음)
확실히 더 재미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애드리브를 해도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6번 나가니까, 한 회당 한 번씩만 해도 일주일에 6개를 준비해야 되잖나. 주말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하면 한 회에 60분이니까 3~4개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기대치라는 게 있으니까. 근데 영화는 2시간이니까, 애드리브를 해도 2~3개만 제대로 하면 내 역할은 끝이다. 게다가 돈을 내고 보니까 더 집중해서 본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부담도 덜면서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또 하루에 한 장면 찍으니까 하루 찍고 술 먹고, 끝나면 또 놀고.(웃음)
이범수, 김수로 등 다들 캐릭터가 있는 배우들이여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겠다.
범수도 연기에 욕심이 많아서 잘 맞았다. 나하고 호흡이 맞고 서로 호흡을 맞추려고 하는 배우들끼리는 트러블이 있을 수 없다. 자기만 살겠다고 남의 호흡 깎아 먹으면 싸움이 나는 거지. 근데 이번 영화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는데,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첫 술자리에서 감독 앞에 두고 배우들한테 무조건 리허설 많이 하자는 얘기를 한다. 감독한테 리허설 많이 시켜달라는 의미기도 하고. 그래서 10번, 20번 리허설을 하다보면 호흡이 맞게 된다. 그래서 진행도 빨리 됐다.
힘든 부분은 없었나? 촬영보다는 술을 많이 먹어서 힘들었을 것도 같다.(웃음)
그 고생은 너무 심했지. 매일 그랬으니까.(웃음) 오죽하면 밥차가 매일 나한테만 따로 해장국을 끓여줬겠나.(웃음)
로케이션이 많다보면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적겠다.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
솔직히 하루 24시간 중에 애들 생각하는 시간은 20~30분? 뭐 이렇게 있다가 갑자기 우리 막둥이 뭐할까? 하는 생각들 하루 종일 모아보면 그 정도 될 거다. 애들이 어려서 본 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웃음) 뭐 본 게 없으니까.(웃음) 그래서 현장에 가족들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모든 스탭들이 우리 가족들 다 안다. 애들이 귀여움을 많이 받았지. 근데 누구 하나 용돈을 안 주더라고? 아무도 안 줘. 만원 한 장 줄 만한데 아무도 안 주데?(웃음)
시사회 때, <러브 액츄얼리>를 패러디한 스케치북 넘기는 홍보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2> 찍고 있는 현장으로 와서 그걸 하라더라. 얼굴에 점도 찍고 구질구질한 인상이었는데. <마음이 2> 팀에서는 영화 별로 찍지도 않았는데 벌써 홍보하냐고 했다니까. 현장에서 세팅 끝나서 바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가져온 종이 그냥 훅훅 넘겼다. 급해서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받아서 넘겨줬는데 시사회 날 극장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웃음)
사투리가 배우한테는 좋은 장치다. 일상생활에서도 대통령이 사투리를 쓰면 정감이 가잖나. 검사도 마찬가지다. 언어에 대한 정서인데, <국가대표>에서는 일부러 안 썼고, <원스어폰어타임>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썼다. 전라도 반 충청도 반인 대천 쪽 사투리로. <홍길동의 후예>에서는 완전히 전라도 사투리를 썼고, 얼마 전에 끝난 SBS 드라마 <녹색마차>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웃음) 나도 어쩔 때는 헷갈려서 이쪽 촬영장가서 다른 사투리 쓰고 그런다니까.(웃음) 그럼 감독이 작품 좀 그만하라고 하지.(웃음) 배우 입장에서는 사투리를 알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장치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역할이 부담스럽다면 사투리를 써서 좀 유하게 만들 수도 있고.
사투리는 코믹한 연기를 하기에도 유리한 면이 있잖나.
사투리는 표준어와 다르게 호흡이 많다. 예를 들어 “어유~, 뭐하다가 왔어유~?” 이런 것도, 표준어는 딱 끊어지게 “뭐하다 왔어?”가 된다. 경상도로 하면 “봐라, 니 뭐하다가 왔노?” 느낌이 확 다르지. 전라도는 “아따, 뭐하다가 왔단가?” 이렇게 정서가 다르다. 배우한테는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도구다.
팔도 사투리 중에서 어디가 제일 편한가?
우린 돈만 주면 다 하지.(웃음) 외국어만 빼고.(웃음) 가끔은 진짜 헷갈린다니까. 연기하다가 그건 경상도 사투리잖아 여기서는 전라도 사투리 해야지 하는 소리도 듣는다.(웃음)
사투리 연기도 그렇고, 코믹한 캐릭터에도 능해서 감초조연이나 특화된 캐릭터에 한정되는 느낌도 있다.
어떤 방송국 PD가 제발 주인공 좀 그만 잡아먹으라더라.(웃음) 그게 좋게 들릴 수 있고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난 이제 가정이 있잖나. 이제 내 이름 걸고는 어떤 것도 안 한다. 책임지기 싫어.(웃음) 우리 애들 초롱초롱한 두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책임질 일 못하지.(웃음) 난 애들 대학 보내고 유학까지 보내야 되니까.(웃음) 실제로 누가 내 이름으로 토크쇼를 하자고 해서 그런 얘기 하지도 말라고 했다.(웃음) 지금 아침 토크쇼를 진행한지 5년 됐는데, 메인 MC 두 명은 4번 바뀌었는데 난 그대로다. 물론 나도 배운데 연기 욕심 없겠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도 해보고 그랬지만, 난 내 주제를 안다. 아직까지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 수는 있지만, 전체를 끌고 갈 힘은 없다. 또 내가 끌고 가면 재미가 없다. 즐기면서 돈도 벌고 해야 되는데.(웃음) 그래봐야 출연료 차이도 별로 안 난다.(웃음)
능수능란한 애드리브는 오락 프로그램에도 잘 맞는데, 예능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예능 한 2년 바짝 해서 빚 다 갚았다. <불량아빠>나 <골목의 제왕> <스타 골든벨> 이런 것들 2년 바짝 했지. 그리고 같은 주에 5개 프로그램 동시에 접었다. 그 뒤로 시작한 게 <미녀는 괴로워>다. 이후로 영화와 드라마에만 주력하고 있다.
<국가대표> 방코치 스타일로 계속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전형적인 검사로 갔으면 이미지는 바꿀 수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았다. 방코치 포맷 그대로 웃음도 주고 내가 하고자하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 또 끝에서 풀어주는 맛도 있어야 하니까. 후반부에 하이파이브도 안 해주는 새끼, 뭐 이런 대사도 앞뒤 상황을 계산해서 넣은 애드리브다. 갑자기 멋지게 총 쏘면 재수 없잖아. 그래서 앞에 설정을 좀 깔았다. 앞에서 하이파이브에 대한 애드리브 치고, 뒤에 그걸 받아서 마무리하는 거지. 산에서 기어 나오는 것도 살짝 풀어주는 뉘앙스다.
갑자기 엄청 빨리 기어 나오는 그 장면? 갑자기 빵 터졌다.(웃음)
마지막에 총 쏘는 장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올 때는 또 그런 식으로 풀어주고 싶었다. 힘 주는 장면도 있고, 풀어주는 장면도 있어야지.
영화를 쥐었다 놨다 하면서 능숙하게 조율한다.
영화의 호흡을 대충 아니까. 촬영하기 전에 현장을 5~10분 정도 혼자 왔다 갔다 한다. 여기서 어떻게 찍고, 동선은 어떻고, 앞 장면은 뭐고, 뒷 장면은 뭐고 이런 것들 계산하고 들어가니까. 하이파이브 같은 것도 뒤에 대구가 될 수 있도록 일부러 앞에서 애드리브로 한 거다. 그래야 뒤에 웃음으로 연결시킬 수 있으니까. 대본에 있는 거면 당연히 하겠지만, 대본에 없는 부분도 생각해서 앞뒤가 잘 맞게 배치해야 한다. 갑자기 멋있게 마무리하면 그 상황이 좀 머쓱하니까. 그래서 앞뒤 상황을 잘 계산해야 한다.
현장에서 편하게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치밀하게 다 계산해 놓은 거네?
그런 부분은 대본에 없으니까. 근데 그런 부분을 채워 넣는 게 또 배우의 역할이다. 누가 그러더라 대충대충 얼렁뚱땅 웃으면서 따먹을 거 다 따먹는다고.(웃음) 그래서 나 출연료 주는 게 제일 아깝대. 설렁설렁하고 술이나 먹고 다니는데 출연료 받아 간다고.(웃음)
개인적으로 코믹한 캐릭터가 연기하기 더 편한가?
코믹이 더 부담스럽긴 하다. 요즘 사람들은 피식 웃는 걸로는 성이 안 찬다. 그건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해줄 수 있으니까. 9,000원 내고 들어와서 피식 웃으면 답이 없잖나. <국가대표> 때도 처음에는 좀 루즈하게 가다가 내가 손가락 찧으면서부터 아 이제 뭔가 시작하는구나 하는 거지. 설명조로 가면 코미딘데, 연기적인 호흡으로 가야 되니까. 근데 난 호흡이 짧은 편이다. 짧게 툭툭 치고 들어가서 대사도 빨리 친다. 되게 빠르다. 의도적인 것도 있지만 신인 시절에 제일 많이 듣던 말이 “야! 대사 좀 빨리 쳐. 네가 주인공이야? 왜 이렇게 호흡이 길어?”였다. 그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되기도 했다. 또 애드리브를 하다 보니 호흡이 빨라야겠다 싶더라. 관객이 눈치 채기 전에 치고 빠져야하니까. 엄청 빨리 말해도 대사 전달은 정확히 된다.
우린 또 애들이 있으니까 위험한 건 절대 안 하지.(웃음) 이번에 찍을 때는 무술감독이랑 상의해서 사실적인 액션을 하자고 했다. 실제 검사들이 그렇게 멋지게 싸우진 않으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막싸움으로 가겠다고 했다. 큰 액션들을 해주면 작은 부분에선 사실적으로 했다. 허리 꺾이면 “허리, 허리” 이러면서 소리치고 그런 부분. 실제로 싸울 때 누가 그렇게 하겠냐고.(웃음) 마지막 액션에서도 희봉이한테 줄을 잘 서야지 하면서 때리는 거, 그거 하나면 되거든. 내가 공중돌기하면서 날아다니고 그런 건 말이 안 되니까.
조희봉과는 <원스어폰어타임> 때 너무 재미있어서 기대치가 높았는데, 다소 약하다는 느낌도 들더라.
희봉이는 집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오는 스타일이고, 나는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만드는 스타일이다. 희봉이는 웬만하면 현장에서 잘 안 바뀌는 편이라 리허설을 많이 해서 희봉이한테 맞추는 편이다. 영화 속에서 범수한테 훔치라고 전화하는 장면도 시나리오에서는 그냥 엿듣는 박형사 정도였는데, 원 신 원 컷으로 가자고 했다. 레일 깔고 카메라가 3번 왔다 갔다 하고 그 안에서 희봉이랑 연기를 맞췄다. 중간에 수로 찾아가는 장면도 원 신 원 컷이었는데, 우리 영화에 그런 부분이 많았다.
리허설은 많이 해야 되지만, 원 신 원 컷은 진행 자체를 빠르게 하기도 하니까.
범수랑 전화하는 장면의 경우는 감독이 날 단독으로 잡으려고 했었다. 근데 단독 가봐야 연기 더 못하니 투샷으로 하자고 했다. 중요한 부분에서는 내가 카메라 앞으로 가면 되니까. 리허설만 잘 되면 연기하기도 좋고, 찍기도 편하고 그렇지. 커트를 안 나누니 연기가 튀는 것도 없고 전체 속도도 빠르고. 내가 원 신 원 컷을 잘 소화하니까 스탭들이 나만 오면 빨리 찍는다고 좋아했다.(웃음)
원래 커트를 나누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감정을 이어가는 것에도 별로 안 좋다.
감독이 내 장점을 아는 거지. 성동일은 끊어서 단독으로 가면 호흡이 끊길 수 있으니까 그냥 알아서 노는 거 쭉 찍는 거지. 클로즈업 필요하면 내가 카메라로 다가가면서 앵글 찾아 먹으니까.(웃음)
개인적으로 <홍길동의 후예>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떤 것들인가?
아무래도 범수가 차를 따라서 건물을 뛰어다니는 장면. 그건 6일을 구두 신고 달려서 얻은 장면이다. 또 수로가 수퍼맨이나 조커 같은 캐릭터랑 겹치면서 보여주는 연기도 재미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수로가 비서랑 춤출 때 뒤에 떨거지 셋이서 지들끼리 춤추는 장면. 그거 정말 압권이야. 말 한 마디 없는 멀쩡한 놈들이 춤에 취해서 지들끼리 춤추잖아. 캐릭터들이 어떻게 살아왔나를 보여주는 거지. 압권이야, 압권.(웃음)
나는 영화를 많이 안했기 때문에 그냥 그랬는데, 주변에서 <국가대표> 다음 작품이라 부담되지 않냐고 많이 묻더라. 이미 출연료는 다 받아서 썼는데 뭘.(웃음) 내 손을 떠난 거니 지켜볼 밖에.
지금은 <마음이 2>를 촬영 중이라고?
<마음이 2>에서는 개 도둑놈이다. 또 KBS 미니시리즈 <추노>는 8월부터 계속 찍고 있다. 지방 다니는 거 미치겠다. 서울에서 해남 내려가서 한 두 장면 찍고 올라오는데 죽겠더라. 기름 값도 안 나오고.(웃음) <마음이 2>는 지금 40% 정도 진행됐다.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바로 고창으로 가야 한다.
촬영을 하면 주로 로케이션이 많은 것 같다.
내 소원이 대도시에서 작업하는 거다. 징그러 죽겠다. <국가대표>도 지방이고, <홍길동의 후예>도 계속 세트만 찍고, 심지어 <마음이 2>는 산으로 개 쫓으러 일주일 다녔다가 또 멧돼지한테 쫓겨서 또 일주일 도망 다니고 그런다. 죽겠다. 아주.
전국을 다니면서 영화랑 드라마랑 동시에 하려면 힘들기도 하겠다.
그래도 뭐 일 없었을 때를 생각하며 아주 즐겁게 하고 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떠올리면서?(웃음)
그렇지! 그 눈망울에 눈물 보이면 안 되니까. 눈 다래끼도 나면 안 된다.(웃음)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