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킬러에게 잔혹하게 죽음을 당한 자신의 딸과 그녀의 남편과 자식을 위해 복수에 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살인범을 쫓는 아버지 ‘코스텔로’와 마카오에서 만난 킬러 삼형제를 중심으로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기존의 형식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중년의 백인남자 캐릭터와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를 삽입했다. “2006년 프랑스에서 알랭 들롱을 만나면서부터 <복수>를 기획했다.” 알랭 들롱은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에 출연하면서 60~70년대 킬러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독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그를 기용해 그 때의 킬러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민 것이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언제나 남자들의 의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우정을 나눈 친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극중 캐릭터들은 언제부턴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잊혀져 가고 있다. 특히 남자들의 형제애와 의리를 포함한 전통적인 미덕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감독은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영화에서만이라도 그 미덕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감독이 직접 세운 밀키웨이 제작사에는 그를 도와주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 중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위가휘 감독은 제작사 설립 원 맴버로 두기봉 감독에겐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다. 또한 매 영화마다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에 재미를 주는 역할로 사랑 받는 임설은 두기봉 감독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연기자다. 영화사 말단 스탭으로 들어와 감독의 눈에 띈 후 <미션>부터 출연시킨지 10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그들의 모습들이 마치 극중에 나오는 형제들을 보는 듯 했다.
의외로 두기봉 감독은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 영화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인데, 어떻게 이창동에게 끌렸을까 했더니,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인간을 탐구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기 때문”이란다. 두기봉 감독은 주인공의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이창동 감독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영화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밀고 나가는 감독의 뚝심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