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승민과는 달리 엄태웅은 시종일관 낮은 어조로 차근차근 자신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안에는 책임감을 포함한 부담감과 만족스러움에 대한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그를 가장 돋보이게 했던 건, 상대배우와 감독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믿음을 드러냈던, 그의 겸손함이었다. 엄태웅의 <핸드폰>은 이제 관객들의 평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의 기대만큼을 채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나는 우리 영화가 좋다’고 말한 그의 진솔한 마음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엄태웅’이라는 이름에 자신감 있는 필모그래피를 써내려 갈 수 있는 배우가 되어주길 진정으로 바래본다.
좀 피곤해 보인다.
어제 감독님과 늦게까지 술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에는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 (웃음)
기대하겠다. (웃음) 영화 잘 봤다. 본인은 어땠나?
이런 저런 부분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좋았다.
사실 영화보기 전에 <핸드폰> 시나리오를 봤다. 그러고 나서 영화를 봤더니 시나리오랑 영화를 비교해 가면서 보게 되더라.
어땠는지 궁금하다.
승민은 생각했던 이미지랑 많이 비슷했는데, 스릴러의 느낌은 생각보다 좀 덜했던 것 같다. 지면에서의 느낌보다는 영상에서의 느낌이 더 증폭 될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실제 영화는 그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스릴러의 느낌이 강했었나?
그렇지 않았다. 근데 홍보 브로셔에는 ‘한국형 스릴러의 계보를 잇는다.’ 라고 되어있더라.
스릴러로 장르를 구분하니까 스릴러지, 원래 스릴러 영화는 아니다. 어쩌면 치정 멜로로 볼 수도 있고. 근데 어제 술 먹으면서 감독님과 우리들은 ‘쌍방향 스릴러’라고 결론을 내렸다.
‘쌍방향 스릴러’는 뭔가? (웃음)
우리 영화는 두 인물 중에 어떤 인물을 따라가도 감정의 이입이 될 수 있다. 근데 일반적으로는 그런 스릴러들이 별로 없지 않나.
보통은 선과 악의 대립이 분명하니까. 근데 <핸드폰>에서는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나쁜 거 같아도, 따지고 보면 두 사람 다 아픈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영화 중반부를 넘기면서는 누가 선이고 악인지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래서 그런지 <핸드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스릴러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 봤던 이규의 느낌보다 영화에서 보는 이규의 느낌이 훨씬 더 안타깝고 아프게 보인다. 그 점이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박용우 선배님이 만들어간 이미지인데, 정말 잘하셨기 때문에 그런 이규가 나왔던 거 같다. 영화를 기자 시사 때 처음 보고, 그 다음에 vip 시사회에서 보고 그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한 거 보느라 다른 부분을 잘 못 봤었다. 근데 어제 일반 시사회에 갔다가 편집이 좀 된 게 있다고 해서 그걸 보려고 영화를 다시 봤는데, 그때서야 다른 게 보이더라. 그러면서 박용우 선배님이 한 이규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마음이 좀 아팠다.
차분한 이규와는 달리 승민이라는 인물은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영화 내내 그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눈에 뚜렷이 보이더라. 사람들도 많이 때리고.
다 때린다.(웃음) 가끔 맞고.
하도 많이 때리니까 그것도 힘들었을 거 같다.
사실 맞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왠지 그건 아닐 거 같은데.
때리는 상대에게 나를 맞기면 되니까. 근데 맞는 것도 잘 맞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용우형이 굉장히 잘 맞는 거 같다. 리액션을 받는 게 정말 액션 배우처럼 느껴지니까. 그래서 실감나고 재밌게 나온 거 같다.
어쨌든 승민은 힘들었을 거 같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도 입이 쉬지를 않으니.
승민을 보면 항상 화를 내고 있다. 찍는 동안에도 너무 똑같은 화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도 됐었다.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을 굉장히 많이 믿었다. 얘기도 많이 했고. 결국 영화 나온 거 보니까 감독님이 알아서 잘 붙여주셨더라. (웃음) 하지만 많이 힘들긴 했던 거 같다. 씬 하나 끝내고 나면 힘이 쭉 빠지고, 그걸 또 계속 여러 번 해야 하니까.
박용우와의 호흡보다는 감독님과의 호흡이 훨씬 더 중요했다는 말로 들린다.
아무래도 박용우 선배님과는 마주치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 세 번 중에 한 번은 그냥 스쳐가고, 두 번은 격투씬이고. 그거 외에는 다 통화씬 이었다. 물론 박용우 선배님이 나와서 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승민의 올라간 감정에서 그대로 통화의 느낌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하고, 도움을 받았던 거 같다.
김한민 감독님은 현장에서 어떤가. <극락도 살인사건>이나 <핸드폰>을 보면 왠지 정말 치밀할 거 같다. (웃음)
그렇다. 치밀하고 디테일하다. 근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깊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김한민 감독이랑 하면 고생할 텐데’ 그래서 걱정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나랑은 잘 맞았던 거 같다.
보통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인물의 느낌이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더라. 승민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땠나. 어떤 점을 포인트로 잡았는지.
할 게 참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걱정도 됐고, 막상 나한테 영화를 하자고 했을 때는 ‘내가 이 얘기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더군다나 첫 주연 작품에 얘기도 크고, 감정도 크고 해서. 근데 한편으로는 승민이 굉장히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질펀하게 놀고, 접대를 하고, 거드름을 피우고 그러는 것들이 자기가 키우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성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아내 정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고생시키고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을 보상하고 싶으니까. 물론 제대로 된 소통을 못하고 승민 식의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을 하려고해서 문제가 되지만, 정말 안타깝고 안 된 사람인 건 분명하고, 그런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영화의 스토리 안에서 제일 궁금했던 게 아내 ‘정연’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 승민의 감정이나 행동이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승민은 극으로 몰린 거다. 사실 승민이 가장 감추고 싶었던 건 배우의 동영상이라기보다는 아내와 관련된 일이었을 거다. 어떤 누군가를 아내 모르게 떼어내고, 계속해서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건데, 모든 것이 휴대폰 하나 때문에 꼬인다. 일도 그렇고, 정작 지키려고 했던 아내마저도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고. 그러니, 말로는 ‘서로 용서하자. 용서하자’ 하면서도, 마지막 그 순간 아내의 진실은 승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버거운 심정이었다고 본다.
그 순간 정연을 보는 승민의 눈빛에는, 무언가를 인정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 모호함이 담겨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한 순간의 차이로 이성을 지키기도 하고, 못 지키기도 한다. 근데 그 순간은 승민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 순간이 아니다. 그 전까지 승민은 모든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승민의 그런 선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사실 승민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니다. (웃음) 그리고 폭발도 이규의 손인지, 승민의 손인지 분명하지 않다. 결국 승민은 자기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끝내고 싶었던 거 같다. 어차피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으니까. 아내도, 자신의 삶도.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그렇게 느껴지던가. 그런 상황에 대해 반문도 안 들고?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를 했는데, 사실 영화 찍은 후에 인터뷰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 거다. 그 전에는 사실 잘 생각을 못했다. 찍느라 정신없고, 승민을 잡아서 하루하루 타이트한 스케줄에 맞춰야 하고. 근데 홍보하면서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승민에 대해 ‘승민은 이런 사람이에요.’ 막 얘기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왜 이걸 진작 모르고 여기 와서 알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예전 감독님의 전작을 보면, 밀실이다 보니 한 곳으로 이야기가 응집되는 느낌이었는데, 핸드폰은 쫙 펼쳐진 느낌이더라. 그래서 그런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좀 힘들게 봤다. 지루했다는 말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들에, 이야기 전체에 감정의 소모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인지 안다. 영화 끝나고 나서 좋은 얘기만 들은 건 아니다. 시간이 너무 길다. 영화를 너무 많이 펼쳐놔서 산만하다. 영화 두 편을 붙여 놓은 거 같다. 할 얘기가 뭔지 모르겠다. 김한민 감독 전혀 극락도 이후에 발전이 없다. (웃음)
근데 우리 영화가 하려는 얘기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얘기들이 있어야 했다. 나는 우리 영화가 재밌다. 어제도 일반 시사회 가서 관객들의 반응을 봤는데 재밌어 하시더라. 정말 감사했다. (웃음)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건 개인의 생각이고, 아무리 잘 만든 영화여도 개인에 따라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는 분명 좋고 재미난 부분이 존재한다. 영화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싫다 그러면, 영화를 만들게 시켜야 한다.(웃음)
그래야 영화 한 편 만들어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테니까?
맞다. (웃음) 사실은 농담이지만, 바라 건데 즐겁고 좋은 면을 많이 찾아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보통 남녀 주인공일 때도 그렇지만, 남자 투톱으로 가는 영화들이 연기에 날을 세우는 경향이 짙은 거 같다. 보는 사람들도 그렇고, 실제 본인들도 그렇다 하고.
서로 부딪히지 않고 거의 통화를 하는 영화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들의 성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것 때문에 부담은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나는 승민 하기가 바빴고, 박용우 선배님은 이규하기가 바빴다. 두 사람이 뭔가를 협의 할 필요도 그리 없었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오승민을 잘 표현하면, 어울림은 감독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박용우 선배님이 정말 잘 하셨다. 정말로 영화가 살 수 있게 시나리오의 느낌보다도 더 캐릭터를 살려주었으니까. 내가 시종일관 분주하면, 이규는 침착하고 조용하고. 앞으로 개봉하면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 하실지 모르지만,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던 거 같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갔지만, 영화의 주연으로써 엄태웅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건 <핸드폰>이 첫 작품이다. 호흡이 큰 영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거 같다.
정말 많았다.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사실 마음이 더 힘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시사회 하기 전에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편집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는 걸 어쩌겠나. 근데 영화 보고나서는 흡족했다. 내가 한 거 보다 더 잘나온 거 같아서. (웃음) 어쨌든 첫 주연이고, 긴 이야기이고. 관객들은 승민을 통해서 이야기를 따라가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근데 이제는 그렇게 걱정했던 기자시사도 끝내고, 일반 시사도 끝내고.
기자 시사 때 정말 그렇게 떨리나. 배우들은 항상 그 말을 빼놓지 않고 하더라.
정말 떨린다. 그 전에 작품들은 내 영화가 아닌 건 아니지만, 나 혼자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끌고 가는 거였고, 잘 안 되도 꼭 내 책임인 것만은 아닌..(웃음) 근데 핸드폰은 박용우 선배님이랑 둘이고,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러다 보니 부담이 되더라. 꿈을 꿔도 영화를 별루라고 하는 꿈을 꾸고. 사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근데 그때까지는 참... 인제 19일 부터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게 될 텐데, 얼마나 보고, 또 얼마나 좋아해 주실지 모르겠다. 물론 일반 관객 분들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나~~’ 이런 관점으로 보는 거 보다, 그냥 얘기를 보러오는 거니까 좋아해 주실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쭉 힘 있게 몰입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전남 부안에서 진행되는 <인사동 스캔들> 촬영장을 다녀왔다. 엄정화씨도 열심히 찍고 계시더라.
시사회 하는데 <인사동 스캔들> 예고편이 나가고 영화가 시작되더라. 그때 박희순 선배님한테 문자가 왔다. ‘아주 남매가 다 해쳐먹는구나’ (웃음)
하하하 맞다. 엄정화씨는 뭐라던가.
재밌었다고, 잘했다고 하더라.
서로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하나.
사무실이 같으니까 그냥 어떤 작품이 들어왔다. 그 정도 말하고 듣는 거지, 시나리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거나 그런 건 안한다. 근데 시사회 때 가서 응원은 해준다.
예전에는 엄태웅이라는 이름 앞에 엄정화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근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둘 다 일을 하고 있고, 우리 같은 경우가 특이한 거 같다. 한명이 되게 우월하다고 하면 그런 생각이 들 텐데, 어쨌든 관심이 한 쪽으로만 쏠리지 않으니까. 근데 지금도 시골 같은데 가면 모르는 분들이 많다. ‘엄태웅입니다’ 그러면 ‘엄태웅이 누군데?’ (웃음) ‘저 엄정화 동생’ 그러면 ‘아~~’ (웃음) 이제는 벗어나고 그렇다기보다, 엄정화 동생이 배우고, 엄태웅 누나가 배우고 가수고. 그냥 우리 둘을 그렇게 봐 주시는 것 같다.
<핸드폰> 영화 전에 <인사동 스캔들> 예고편이 나왔을 때, 비로소 ‘아, 맞다. 엄정화씨가 누나지?’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
안 닮아서 그럴 수도 있다. (웃음) 근데 <핸드폰> 전에 나온 <인사동 스캔들> 예고편 마지막에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장면이 나와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뭔가 관련 있는 거 같고. (웃음)
그 동안에 드라마나 영화나, 카리스마적인 것들을 요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별명도 ‘엄포스’이지 않나. (웃음) 근데 캐릭터가 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양하다. 배역 선택의 포인트가 특별히 있나.
일부러 그런 건 없다. 물론 어떤 게 나한테 좋겠다, 라는 그런 계산은 한다. 하지만 나한테 안 오고 돌아다니는 것들을 선택할 수는 없는 거니까, 들어온 것 안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런 작품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그런 게 아니라, 나한테 들어온 작품 중에 매니저들이랑 얘기를 해서 베스트를 찾는 거다. 물론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이게 베스트가 될지 저게 베스트가 될지는 모른다. 근데 어쨌건 과정에서는 심혈을 기울이는 거다. 그렇게 해서 작품이 잘 되면 나의 새로운 이미지가 되는 거고. 이제까지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던 거 같다.
다음 작품이 <선덕여왕>이다. 첫 번째 사극인데, 그래서 수염도 기르는 건가.
이준익 감독님의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라는 영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가? 그건 언제 시작하나.
자세히는 모르겠다. 감독님 만나 뵙고 수염에 대해서 얘기를 했던 터라 그때부터 기르고 있었던 건데, 중간에 한 번 잘랐다. 너무 거지 같아가지고. (웃음)
그게 <선덕여왕> 전에 들어가는 건가.
들어가게 되면 그럴 거 같다.
참 빠듯하겠다. 이준익 감독님과는 <님은 먼 곳에>를 같이 했는데 그때 호흡이 좋았나보다.
호흡보다는 이준익 감독님이 너무 재밌고,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독특하시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던 거 같다.
그런 거 같다. 나도 김유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장군, 삼국 통일, 화랑. 그 정도만 알지 잘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앞으로 공부를 해야 할 거 같고, 작품하면서 배워갈 거 같다. 그래도 작품이 완전히 끝나야 조금 알게 되지 않을까.
무술 연습이나 검술 연습은 하고 있나.
지금 <핸드폰> 홍보 때문에 못하고 있다. 다른 배우들은 하고 있다는데, 나는 다음 주부터 하게 될 것 같다.
요즘에 영화 홍보 때문에 쇼 오락 프로에 나오던데. 어땠나?
재미없다. 재밌게 즐기면 재밌는 자리인데 그게 안 되니까 죽겠다. 하다보면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떻게 이걸 매주 몇 번씩 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어쨌든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인거 같다.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하고 그러는 것들을. 시간도 되게 오래 걸리고 힘들다. 얘기를 재밌게 잘 하고 그러면 좋은데 자꾸만 멍해지고 그러니까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더라.
사람들이 막 주변에서 떠들고 있고, 할 말 없는데 자꾸 말시키고.
아.. 죽겠다. 그런 거. (웃음)
인터뷰는 어떤가.
이렇게 1대 1로 얘기하는 인터뷰는 괜찮다. 차라리 쇼프로도 1대 1로 얘기하는 거면 괜찮을 거 같다.
<무릎 팍 도사> 같은 거?
아니다. <무릎 팍 도사>는 3대 1이지 않나.
원래 성격이 좀 내성적인 편이어서 그런가. 지금 보면 생각 외로 목소리가 너무 작다.
지쳐서 그렇다. 인터뷰가 아니라, 어제 사실은 맥주를 2잔만 먹기로 했지만... (웃음)
다행이 인터뷰가 끝나간다. (웃음) 근데 홍보라는 말이 나왔으니 이걸 묻고 가야겠다.
뭔가. 갑자기 긴장된다.
<핸드폰> 처음 홍보 때, 무삭제 동영상 예고편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주연배우인 박용우, 엄태웅을 가지고 홍보를 하지 않고, 실제 영화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동영상을 가지고 이슈를 만든다는 게 좀 상업적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우리 영화가 상업 영화이다 보니... (웃음)
물론 그게 정답이다. 근데 속된 말로 낚기 위한 장치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사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인 거 같다. 오죽했으면.. (웃음) 농담이다. 하지만 분명히 그 부분은 영화에서 중요한 내용 이었고 영화의 일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여 졌던 부분인데, 혹시라도 그 부분을 기대하고 왔다가, 영화의 다른 면을 보고 놀라고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적으로 영화를 보면 무삭제 동영상이라는 말이 그대로 쓰인다. 그것 때문에 승민이 핸드폰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온 군데를 다 뛰어다니는 거니까. (웃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상업영화라는 말을 언급했는데, 요즘 배우들이 많은 돈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들을 놓고 ‘안 가린다.’ 라는 말들을 한다. 아마도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일 텐데, 문제는 저예산 영화들의 경우 출연 개런티도 작아진다는데 있다.
그건 정말 서로 잘 맞춰서 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이제 좀 일을 많이 할 시기에 왜 이렇게 어려워 졌지?’ 이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맞춰서 서로 잘 조정해야 하는 것 같다.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상황도 올 테니까. 이게 내 직장인데 직장의 터가 좁아진다는 건 안 좋은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다.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다. 내가 출발을 상업영화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리> 같은 경우가 저예산 영화였는데, 그 작품도 어떻게 기회가 돼서 한 거지,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출발한 건 아니다.
<이리>가 호평을 받기도 했는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사실 하면서도 그리 알려질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웃음) 매니저한테 얘기 들었을 때도 이런 영화가 있는데, 보름이면 찍고 중국에 장 무슨 유명한 감독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장예모 감독인줄 알았다. (웃음) 근데 장률 감독님이더라. 그래서 만나 뵙고 얘기를 나누는데 정말 어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는 거에 대해서 ‘아.. 그렇구나’ 그렇게 고개가 끄덕일 만한 말씀들을 많이 해 주시고. 그 다음에 감독님의 전작들을 찾아 봤다. 근데 너무 지루하더라. (웃음) 분명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 보고 나면 뭔가 남는 게 분명히 있기는 한데, 보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근데 내가 실제로 <이리>를 찍으면서는 재밌었다. 하지만 역시 찍으면서도 보시는 분들이나 보지, 많은 분들이 보시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아까 <핸드폰>은 많은 분들이 봐주실 것 같다고 했는데, 사뭇 다른 감정이다. (웃음)
또 말하고 보니 그렇다. (웃음)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는지. 한마디 부탁한다.
많이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게 뭐지?’ 하는 물음표가 생기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몇 번을 봐도 계속 새로운 거를 생각 할 수 있을 거다.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 보고, 얘기도 나눠보시고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핸드폰>을 보고 딱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뭔가. 궁금하다.
절대 잃어버리지 말자. 그리고 주웠으면 착하게 돌려주자.
정답이다. 정말 잘 본거다.
관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기 바란다.
많이 노력했다. 좋은 영화로 봐 주시면 정말 기쁠 거 같다. 그리고 절대로 핸드폰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웃음)
2009년 2월 23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2009년 2월 23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