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 기자(이하 '하') <바보>는 봤나?
강풀(이하 '강') 아니, 아직 못 봤다. 전문가들 말고 진짜 영화 좋아하는 관객들하고 보고 싶어서. 너무 긴장을 하고 있는데 궁금한 거 참느라고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이라도 보려고.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영화 개봉하는 첫 날 마지막회 보려고 했는데, 오늘 보련다.
하 그럼 영화 본 소감을 내가 먼저 얘기해줘야 하나?(웃음)
강 편집이 다 안 된 건 한 번 봤었다. 그때는 음악도 안 들어있는 DVD 판이었다. 그야말로 장면이니까. 지금 긴장하고 있다. 약간 정신 나간 거 같다. 하하하. 영화 봤나? 어땠나?
하 영화가 참 착하다. 원작도 그렇지만.
강 그런 거 말고, 재미있었나? 전체적으로 어떤가? 권할 만 한가?
하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후반부는 좀 너무 착해서. 물론, 강풀 팬이라면 확실하다.
강 강풀 팬이 아니라면 안 권하고?(웃음)
하 아니, 그런 건 아니다(웃음). 착하다는 말은 남자 관객들 같은 경우는 닭살 돋아 할 부분도 있다는 거다.
강 <아파트> 영화 개봉 할 때는 이렇게 긴장 안 했는데. 그때는 별 감흥도 없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영화 제작팀하고 친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현이도 그렇고, 희순형도 그렇고.
하 두근두근 하겠다, 개봉이 늦어져서. 속앓이도 같이 하고.
강 개봉이 늦어지거나 하는 사정을 잘 알고 있잖나. 계절 배급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 결국은 돈 문제더라. 다른 건 긴장 안 했는데 가장 우려됐던 건 마치 영화가 재미없어서 늦어지나 사람들이 묵은 영화로 볼 까봐 그게 좀 싫더라고. 아니라고 해명을 하기에도 개봉이 확정이 안 됐으니까 말도 못 하고.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영화가 촬영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후반작업, 믹싱, 음향 다 중요하더라고. 그것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은 거 같다.
하 <바보>같은 경우는 같이 영화 작업하는 기분이 들었겠다. 현장은 자주 갔어나?
강 자세하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런 기분이었지. 현장은 많이 갔다. <아파트>는 한 번도 안 갔는데(웃음). 그때는 또 마침 연재하고 있어서. 근데 또 그런 말을 못하는데 <바보>도 연재 중이었거든. 내일이 마감이어도 또 한 번 구경가야지, 하면서 가고. 교회신이니 학교신이니 바뀔 때 마다. 심지어는 구경하러 전주 현장까지 갔었다니까. 확실히 <바보> 팀이랑 각별한 사이다.
하 <바보> 개봉 기념 특집만화를 보니까 애정이 각별한 거 같던데.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최고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못해도 최고의 캐릭터로는 바보 승룡이를 꼽았고.
강 맞다. 몇 년 전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그렇게 얘기했거든. 승룡이라고 대답한 것도 극중에서 조금 슬프잖나.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도 들고. 연재 후반에 경계했던 것이 내가 내 이야기를 빠지지 말아야 했는데 결국은 안 되더라고. 승룡이를 굉장히 아끼거든. 처음에 태현이가 처음 캐스팅 됐을 때도 만나봤는데 너무 밝고 재미있더라고, 웃기고. 내 승룡이랑 어울릴까 생각도 솔직히 했었다. 근데 촬영 현장에 가 보니 진짜 바보 같더라고(웃음). 굉장히 잘 어울리고 열심히 했다. 살도 찌우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더라고. 기준에 대한 고민도. 잘못하면 장애로 보일지 모르니까. 마음에 든다. 근데 일단 영화를 봐야 할 거 같다(웃음). 지금까진 정말 마음에 든다.
하 차태현씨가 동안이잖나. 그런 얼굴이 순수한 승룡이랑 잘 매치가 되더라고.
강 난 웃음이 선한 사람이 승룡이를 맡길 바랐는데, 태현이가 웃는 모습이 선하고 예쁘다.
하 하지원씨는 굉장히 예쁘게 나왔더라.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강 좋았지. 예쁘니까(웃음).
하 그래서 촬영장도 자주 놀러가고?
강 지원씨 촬영 장은 자주 안 갔다(웃음). 태현이나 희순형 현장에 자주 갔고.
하 농담이다(웃음). 시나리오 완성되고 수정될 때는 기분이 어땠나?
강 시나리오 딱 받아 봤는데 아, 이 장면은 꼭 넣지, 그러면 ‘그럼 영화가 4시간이야’ 그러더라(웃음). 욕심은 어느 정도 버려야 될 때가 있고 받아들여야 될 때가 있더라고. 솔직히 영화판에 있진 않지만 요즘 시나리오를 많이 보게 된다. 어떤 건 읽다 보면 시나리오는 끝내줘도 완성되면 이상한 영화가 있더라. 요즘 영화사 대표님들이 시나리오를 코멘트를 해 달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다. 영화는 시나리오는 전부가 아니더라고. 크랭크업 하고 편집이 끝나야지 뭔가 된다는 느낌이 들더라. 시나리오가 나와 봐야 알겠더라고. <바보>도 이제 봐야지.
하 <바보>도 그렇고 강풀 만화는 등장인물도 여럿이고 나레이션도 각자 있어서 영화화할 때 애를 먹는 거겠지?
강 근데 박희순씨 말로는 그게 좋았다고 하던데? 연기 할 때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 자기 배역 속마음을 다 글로 썼기 때문에. 시나리오로 옮길 때는 어려움이 있었겠지. 아예 난 까발려서 얘 생각이 이렇고 저렇고 얘기를 하는데 관객들은 연기를 보고, 장면을 보고 느껴야 하니까.
하 모든 작품들이 영화적인 거 같다. 회상이랄지 장면도 반복해서 쓰고 흑백처리도 많이 하고.
강 맞다. 만화를 보며 장면 연상 작용이 빨리 되는 거 같아요. 예전에 컷 만화로 볼 때는 잘리던 느낌들이 장면 연상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고. 또 웹 만화가 횡 스크롤이니까. 나도 편집할 때 고걸 많이 신경 쓴다. 감정이 이어져 나갈 수 있게. 웹 만화의 하나의 장점인거 같다.
하 <바보>는 풍납동 동네 바보라고 예전부터 밝혀 오지 않았나.
강 아, 실존 인물은 아니고. 거기서 봤던 동네 바보 형을 생각했다. 지금도 동네 마다 대표 바보가 있을 거다. 근데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 바보들이 많이 사라지는 거 같다. 좋게 말하면 사회에서 잘 수용하는 걸 수 있지만. 나쁜 뜻이 아니라 예전에는 진짜 동네마다 바보들이 하나씩 있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가둬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보들이 갇혀 있고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 좀 전에 장애로 보이지 않길 원한다고 했는데, 그럼 관객들이 승룡이를 어떻게 바라보길 원하나?
강 만화 그릴 때도 그랬지만 흔히 말하는 장애, 바보가 아니길 바랐다. 사람들이 너무 착하면 바보라고 하는 거 있잖나, 친구들끼리 ‘너 바보냐’ 이런 거. 그런 사람이 좀 더 착해 보이는 거 있잖나. 착해서 바보처럼 보이는 아이가 좀 더 바보인거. 그 정도 수준에서 하려고 했다. 아마 영화에서는 고민이 더 많았을 거다. 만화는 콧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걸로 계보화 시킬 수 있는 건데 영화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런 기준을 정하는 일이 힘들었나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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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더 납득이 간다. 어떻게, 왜 그렇게 했나, 원작은 이런데 시나리오는 왜 그런가가. 최근에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원작이 훨씬 멋있고 좋거든.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구나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었고 다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내 만화를 영화화하는 걸 힘들어하는 이유가. 내 만화가 짧아 보여도 제대로 보면 4시간이 넘어 간다고 하더라. 결국은 축약의 문제가 어떤 부분을 부각시킬까 문제인데. 좀 짜임새 있게 쓰려다 보니까 어느 하나를 빼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나보다. 감독님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열심히 썼으니까 믿고 맡기는 거지.
하 확실히 이제 ‘영화인’으로 불러도 무방할 거 같다.
강 아이, 아직 싫다(웃음). 난 만화인이다. <괴물2> 시나리오 쓴 거는 뭐라고 해야 되나 그것도 직업이긴 한데. 모르겠다. 예전에는 반영화인 이러면 아니야, 그랬는데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에 발뺌하는 것도 웃기는 거고. 이제 받아들여야 되는데 어색한 것뿐이다. 맞는 말인 거 같다, 영화인이기도 하고.
하 영화지와 인터뷰도 많이 했더라.
강 예전에는 한 발 걸치고 빠져있는 거였는데 이제는 뭐 부정을 할 수 없게 됐으니까.
하 뭐가 가장 크게 달라졌을까? 이제 영화화되는 작품들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건가?
강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큰 건 <괴물2> 시나리오 쓴 일 때문이고요. 난 만화인이니까 내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나간 거잖나. <괴물2> 같은 경우 만화보다 영화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일단 분량도 있고. 이 아저씨들은 자기 생각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거고 난 그림으로 만드는 건데 생각해보니까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 <괴물2>는 서로 아이템이 잘 맞아서 이야기가 된 거고. 아직 전업 시나리오 작가가 될 생각은 없다. 빨리 다음 만화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다.
하 아, 그 미스테리물? 스토커를 소재로 한다고 들었는데.
강 호러물 하려고, 귀신 나오는 거 하고 싶어서. <스토커>라고 얘기했는데 잘 모르겠다(웃음). 스토커가 될지 조명가게가 될 지. 이야기는 써 놓은 게 몇 개 있는데 워낙 변덕이 심해서. 확실한 건 호러물을 하게 될 거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하면서 제가 너무 착해진 느낌이 들어서. 항상 번갈아 가면서 했거든, 순정 한 번 호러 한 번. 중간에 <26년>이 껴 있었던 거고.
하 <그대를 사랑합니다>보면서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떠올랐는데. <26년>도 그렇고 다른 자가들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거 같다.
강 그 영화는 진짜 제 취향은 아닌거 같다.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멜로도 했다가 호러도 했다가 시대물도 했다가 하니까 스펙트럼이 넓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하 그런 원천은 역시 개인적인 과거에서 찾아야 하나? 어린시절이라든지 대학시절이라든지.
강 아니, 그런 부분도 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원래 좀 잡생각이 많다. 공상을 많이 하는 타입이고.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후배들이, 만화가 지망생들이 어떻게 하면 만화를 잘 그리느냐고 물어보는데. 앉아서 막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거 보다는 영화보고 책 읽고 얘기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 생각이 깊진 않은데 얕게 방만한 스타일이다.(웃음).
하 국문과 다니면서 대학 때 사람들 만나고 술도 마시고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됐겠다.
강 술? 술은 졸업할 때까지 안 마셨다. 그런데 안 마셔도 제일 취한 거 같고 잘 놀았으니까.
하 후배들이 ‘강풀 선배님, 만화가는 어떻게 되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문학이랄지 책 많이 읽고, 그런 얘기 많이 해줬을 거 같은데.
강 그런 면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그런데 그런 얘기도 해야 되나?
하 (웃음) 아니, 아니. 그런 면에서 댓글들 보면 ‘만화 말고 시나리오나 소설 써도 성공 할 거 같아요’란 팬들도 많더라.
강 그건 좋게 봐주셔서 그런 거 같다. 반대로 말하면 그림을 못 그리니까(웃음). 그런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영화 시나리오 하나는 썼지만 제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그림 그리게 할 일은 없을 거다. 확실히, 100% 내 이야기는 내가 그리고 싶다.
하 만화에서 그림과 스토리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하나?
강 내 기준이지만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림도 중요하고 그렇지만 결국 그림은 그릇 같고 스토리는 그 안에 담긴 음식 같다고 생각한다. 만약 마감이 내일 닥쳤다면 그림보다는 차라리 스토리나 대사 한번을 더 바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걸 잘 구별하거든.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림은 참 약간(웃음). 너무 바쁘고 마감에 쫒길 때는 넘어갈 때도 있다(웃음).
하 <26년>때는 후배에게 배경을 맡겼다가 다시 그리느라 연재가 늦어졌다고 고백 한 적도 있었다.
강 내 그림, 내 만화 같지가 않은 거다, 너무 잘 그려서. 너무 잘 그린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주인공 얼굴이 바뀌었더라고. 그 때 3일 한걸 엎고 다시 하느라고 눈물이 다 낫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절대 내 이야기를 다른 만화가가 그릴 일은 없겠다 하는.
하 동료 만화가나 가족들 사진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던데.
강 그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모든 만화가들이 실제로 그런다. 오히려 만화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사전 취재를 많이 해야지. 물론 난 동작까지 따라 그린다는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일지 모르지만. 근데 선생님들이나 잘 하는 형님들 보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근데 거기에 비교하면 안 되는 게 난 손도 못 그려서 보고 그리니까(웃음). (앞으로) 많이 나아지겠지.
하 사진을 풍경이랄지 세세한 부분은 찍는 건 당연한 취재의 일환아닌가? 그런데 굉장히 코믹한 레슬링 장면도 올려놓았던데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인가?
강 실제로 보고 그린 거다. 그림을 잘 그리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 하하하하.
하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강 원고 쓸 때마다 모델들이 대부분 만화가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다. 친구들은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하는데 그 분들은 같은 업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열심히 해 주고 표정까지 다 연기해준다. 서로 아니까. 그래서 만화가 친구들이 포즈 취할 때 제일 잘 나온다. 팔은 어떻게 뻗을지 다 알거든. 의견도 내주고. 남들이 보면 낯 뜨거운데 우리끼리는 자연스럽다. 만화 모델은 주변인물들이다. 부모님이나 아내까지 다 나왔으니까.
하 현실성이 있어서 독자들이 당신 만화를 좋아하는 거 같다. 리얼리티와 장르적인 부분은 어떻게 수위를 조절하나.
강 (한참을 생각하다) 모르겠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걸 할 때 내가 납득을 해야지 넘어간다. ‘이게 말이 돼?’ 이러면 안 된다. 아무리 상상력이라고 하지만 납득이 안 되면 아예 전달이 안 되니까. 내가 보기에도 타당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시 쓴다. 정말이지 잘은 모르겠다.
하 순정만화나 바보 류의 작품을 보며 펑펑 울었다는 독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감성은 어디서 연유한 건가.
강 그건 아마 집안 환경인거 같다. 우리 집안이 정말 서로 사랑하거든. 부모님이 절 참 사랑해주고, 나도 그렇고. 집안 형편은 어려웠지만 정말 사랑받고 큰 아들이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 준다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이해를 하거든. 돈 있는 사람들은 500원 모자라서 버스 못타는 심정을 모르잖나. 난 안다. 모든 만화의 출발이 가족이나 부모님인 거 같다. 그런 경험이랄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간이 나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성선설, 성악설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못돼 쳐 먹은 놈이라도 기본적으로 예를 들어서 아이가 차길에 나가있으면 아무리 구해 주잖나.
하 그래서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가 ‘착함’, ‘올바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강 맞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는다. 이제 서른다섯 해를 살았지만 인간의 그런 부분을 믿는다. 생각이 다들 다를 뿐이거든. 세상에 틀린 생각은 없다, 다를 뿐이지. 내가 믿기 때문에 그런 만화가 나오는 거 같다.
하 <괴물2>는 흥행에 자신 있다고 했던데, 직접 한 말 맞나?
강 내가 무슨 흥행을 장담 하겠나, 감독님이 하는 건데(웃음). 내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 재미있게 썼고. 무슨 얘기를 하든 간에 재미있게 푸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니까.
하 인물도 많다고 들었다. 직접 시나리오로 써 보니 어떻던가?
강 대사 보다 지문이 길다. 그런데 영화사에서 마음대로, 쓰던 대로 쓰라고 하더라. 내가 어떤 생각으로 썼나가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
하 <26년>은 소재가 부담스러워서 3년이나 만화 작업을 미뤘다고 들었다. 그런데 영화까지 만들어지니 부담스럽지 않나?
강 아니,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 세상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만화가 나왔으니 영화도 나와야 좋은거지. 솔직히 만화는 혼자 하는 거잖나. 그래서 겁도 났는데 영화는 워낙 큰 매체고 여러 명이 작업하는 거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다.
하 이해영 감독과는 자주 보는 편인가?
강 해영이 하고는 자주 통화한다. 시나리오도 중간 중간 보면서 얘기도 나누고.
하 스릴러의 장르적 활력에 집중한다고?
강 이해영 감독하고 공통분모가 뭐였나면 ‘광주얘기지만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풀자’였다. 나도 만화 그릴 때 그랬고. 일반적으로 광주 얘기에 관심 있는 사람만 보는 경우가 많다. 난 그게 좀 아니라고 생각하고 좀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해영 감독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 일단 재미있어야 되고 재미가 없는데 의미를 전달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 거 같다. 이해영 감독님하고는 코드가 맞다,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 보면서도 이 감독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나올 거다.
하 만약 광주를 아는 관객에게 비판이 들어온다면?
강 있겠지. 근데 그것도 괜찮고 이슈화가 되면 좋을 거다. 차라리 비판이 전혀 없으면 더 문제가 될 거 아닌가. <화려한 휴가>는 반대급부의 이야기가 있었잖나. 무슨 생각을 했냐면 광주는 절대 대립과 대립의 관계가 아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였거든, 광주는. 그 부분이 약해서 비판을 받았던 거다. 그렇다면 <26년>은 그의 반대되는 표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무 피해자의 시점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더 광주에 대한 이야기가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액션이어도 좋고. 나 보다 어린 친구들이 광주를, 5.18과 8.15를 햇갈리는 건 그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전달을 잘 못 해 준거지. 어떻게 나오든간에 광주를 알리는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진짜 재미있는 영화가 나와야지. 사실 지금도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있다. <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수퍼맨이었던 사나이>도 있지 않나.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른 역사를 다룬 영화는 나왔는데 왜들 피해 가는지 모르겠다.
하 앞으로도 <26년> 같이 역사를 다룬 작품에도 관심을 둘 건가? 개인적으로는 그런 만화를 그렸으면 좋겠는데.
강 모르겠다, 워낙 변덕이 심해서. 어느 날 해야겠다 싶으면 또 하겠지. 그런데 지금 계획으로는 꼭 팩션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물론 또 하게 될 수도 있고.
하 요즘 ‘대중적인 만화가’란 표현을 자주 썼더라.
강 옛날부터 우라지게 했다(웃음). 왜냐하면 내가 만화를 그렸는데 사람들한테 안 읽히는 만화는 정말 불쌍하지 않나. 마니아, 오타쿠 필요 없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진짜. 그게 대중적인 거잖나. 그런 거 하고 싶다.
하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겠다?
강 지금까지는 만족한다. 앞으로도 더 만족하려고 노력해야지.
하 앞으로 <바보>를 볼 관객들에게 당부가 있다면?
강 만화를 본 분들이 만화와 비교하지 말고 봤으면 좋겠다. 만화는 강풀 꺼지만 영화 <바보>는 김정권 감독과 차태현, 하지원, 박희순의 영화니까. 만화는 이런데 영화는 이렇다고 보지 말고. 만화 속 승룡이 말고 영화 속 승룡이를 봐줬으면 좋겠다.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