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3D 콘서트 무비에서 맡은 역할을 알려 달라.
이환열 <2010 빅뱅 라이브 콘서트 빅쇼 3D>(이하 ‘빅뱅빅쇼 3D’)의 기획 단계부터, 카메라 포지션, 편집, 후반작업까지 모든 걸 총괄했다.
김인기 <슈퍼쇼3 3D>에서 스테레오그래퍼(Stereographer) 역할을 했다.
정성복 SK텔레콤이 추진하는 ‘라이브 in 3D’의 일환인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과 <2AM SHOW>를 공연 연출했다.
3D 콘서트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환열 이전에 비와 서태지 3D 콘서트를 제작하면서 SBS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3D 콘서트가 최근에야 생긴 줄 아는데, 우리나라 3D 콘서트의 효시는 비다. 최초로 극장 개봉을 한 건, 서태지고. 비와 서태지 3D 콘서트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빅뱅빅쇼 3D>와 연이 닿았다. 우리 회사가 3D 기술을 맡고, YG엔터테인먼트가 공연을, SBS가 에이전트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인기 우리도 SBS와 얘기를 하다가, <슈퍼쇼3 3D>에 참여하게 됐다. 방송권을 가지고 있는 SBS와 아이돌 가수가 있는 SM엔터테인먼트, 3D 기술을 지닌 우리 회사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성복 예전에 SK텔레콤과 <라이브세션>이라는 TV 음악 쇼프로그램을 제작 했었다. 그 인연으로 SK텔레콤으로부터 “내부에 3D프로젝트가 있으니 컨설팅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연출까지 담당하게 됐다. 패뷸러스는 이를 위해 설립한 3D 영상 전문 제작사다.
인기 <아바타> 이전에 미국 아이돌 마일리 사이러스와 인기 그룹 U2의 콘서트를 3D로 담은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이러스>와 <U2 3D>가 북미에서 흥행을 했다. 그걸 보면서, 국내에서도 3D 콘서트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또 인기 아이돌의 경우 자체적으로 지닌 팬이 어마어마하잖나. 예를 들어 ‘슈퍼주니어’ 팬이 30만 명이 넘는데, 그들 중 몇 프로만 봐도 몇 만 이상이 된다. 그런 것들이 고려되면서 3D 콘서트 무비가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성복 극장 측의 마케팅 전략과도 맞물렸다. 영화 매출이 자꾸 떨어지는 극장들이 그 해결책으로 ‘얼터너티브 콘텐츠(극영화 극장 상영물)’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CGV와, SK텔레콤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는데, 콘서트가 극장에서 가장 보고 싶은 콘텐츠로 뽑혔다. 실제로 3D 콘서트는 공연 실황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다가, 실제 공연에 비해 티켓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말씀처럼 미국의 경우 <U2 3D>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큰 반항을 일으켰다. 최근 <저스틴 비버: 네버 세이 네버> 3D 콘서트의 경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에 비해 국내 3D 콘서트 무비의 성과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흥행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3D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환열 제작 시스템을 미국이랑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U2 3D>는 11번의 테이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한 컷을 찍기 위해 11번 공연을 한 거지. 그에 비해 빅뱅은 단 2번의 공연으로 모든 걸 찍어야 했다.
인기 쉽게 말하면, 3D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 콘서트를 한 게 아니라, 콘서트를 하는 곳에 3D 카메라를 가져 간 거라고 보면 된다.
환열 그네들은 처음부터 3D 콘서트를 찍겠다는 기획을 두고 콘서트를 한 거다. 그에 비해 우리는 마땅히 기획이랄 게 없었다. 빅뱅의 경우도 촬영 3일 전에야 통보를 받았으니,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될 거다. 비 때는 더 심했던 게, 그때가 97년도였는데 촬영도중에 쫓겨났었다. 방송사와 사전 협의가 안 된 게 문제였다. 그만큼 3D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기획사와 제작사가 합의점에 도달하는 게 시급하다. SK텔레콤 같이 돈이 많은 곳이야 직접 투자해서 하면되지만, 우리같이 영세한 곳은 투자 자체가 모험이다. 제작사가 100%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흥행성에 대한 보증이 안 되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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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환경을 조금 더 말해 달라. 작업에 참여하는 회사는 많은데 비해, 총괄하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면, 결과물에 이질감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
환열 우리의 경우 그런 시행착오를 비와 서태지 때, 이미 겪었다. 그래서 <빅뱅빅쇼 3D> 때는 자체적으로 만든 3D리그를 15대 동원해서 통일시켰다. 카메라와 스태프들도 통일시켰는데, 덕분에 이질감은 많은 부분 개선이 됐다.
인기 많은 회사가 서로 다른 카메라를 가져와서 배치하다 보니, 네트워크상에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슈퍼쇼3 3D>의 경우 11세트의 카메라가 동원됐는데, 편집이나 영상 데이터를 최적화하는 후반 작업에서 호흡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말한 대로 기획자가 부재한 게 문제다. 3D 콘서트를 중간에서 조율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기획사는 기획사대로 따로 프로모션을 진행 하고,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카메라를 찍는다. 양질의 3D 콘서트를 위해서는 촬영 장비나 기술뿐 아니라 효율적인 제작 노하우나 수익 구조,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과 <2AM SHOW>는 사정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콘서트의 경우 SK텔레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3D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
성복 3D 촬영을 위해 무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슈퍼쇼3 3D>나 <빅뱅빅쇼 3D>보다는 수월한 부분이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3D 콘서트를 찍기 위해 너희들을 초대한 것”이라는 관객과의 합의가 전제돼 있었다. 덕분에, 콘서트 도중에도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찍을 수 있었다.
인기 접근 자체가 달랐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경우, 촬영 도중에 관객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다. 카메라 리그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영화는 컷 별로 짧게 찍으면서 가잖나. 중간에 촬영 한 부분을 확인도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찍기도 하고. 그런데 콘서트는 한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내리 3시간을 달린다. 그런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 3D 콘서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오늘 의도치 않게, 비관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환열 나는 상당히 비관적인 쪽이다. 문화적 환경 때문에 국내에서는 3D 콘서트가 힘들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는 ‘뮤직뱅크’와 같은 쇼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TV만 틀면 스타들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보니, 팬들이 “굳이 비싼 돈 주고 극장까지 갈 필요가 있나?”하는 인식을 갖는 것 같다. 3D 콘서트 무비가 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못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성복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국 시장만을 목표로 하면 어려움이 있지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3D의 장점 중 하나가, 2D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 때 전환된 2D의 화질이 일반 카메라로 찍은 것 못지않게 우수하기 때문에 DVD로 만들어서 해외에 판매하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실제로 <라이브 인 3D 휘성: 잇츠 리얼>과 <2AM SHOW>는 해외에 많이 팔려 나갔고, 지금도 팔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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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들의 희소성 문제도 결부된다. 요즘 가수들은 노래만 부르지 않는다. 가요 프로뿐 아니라, 오락프로그램 드라마까지 다 나와 버리니까 희소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상업성이 타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또 아이돌 가수가 스캔들이든 뭐든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영화 개봉 자체가 불투명해져 버리는 약점도 있다. 예를 들어 ‘동방신기’를 찍어놨는데 해체되고, ‘카라’를 찍어놨는데 해체되면 나중에 판로 자체가 불투명하게 된다. 음주운전 사고다 뭐다 하면서 뭐 하나가 터져 버리면, 몇 억을 들인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는 거고 말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환열 결국 3D 콘서트는 기획력 싸움이다. 거기에는 초반 계약도 포함되는데, 외국의 경우 이익의 50%가 제작사의 몫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국내는 기획사가 힘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익 분배에서 제작사가 불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빅뱅빅쇼 3D> 이후에 국내 쪽은 접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최근 최건이라는 중국 가수 3D 콘서트를 작업하고 있는데, 수익배분도 그렇고, 촬영 여건도 그렇고 국내보다 사정이 좋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양질의 3D가 나오려면 어떤 게 수반돼야 한다고 보나?
환열 먼저 대형 기획사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3D 콘서트 무비를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고, 이게 돈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 줘야 한다. 그런 마인드 없이 단순한 이벤트로만 바라보면 발전이 없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기획력이 필요하다. 3D 콘서트 무비가 킬러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갖추기에 좋은 아이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콘서트 그 이상의 감동을 줘야 관객들이 주머니를 열지, 단순 중계에만 그치면 외면 받기 십상이다.
성복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도 선결과제다.
지금은 3D 콘서트 무비를 볼 수 있는 곳이 한정됐는데, 3D TV 보급이 일반화 되면 어떻게 될까? 그 때는 3D 콘서트 무비의 경쟁력도 높아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인기 그전에, 3D TV 산업에 뛰어든 LG와 삼성이 국내 콘텐츠에 무한한 투자를 해 줬으면 좋겠다. 그들은 3D TV를 팔 때, 볼거리로 CD나 블루레이 디스크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쉬운 건, 그 때 제공되는 영화나 트레일러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한 거라는 거다. 심지어 3D TV 판촉에 사용된 ‘소녀시대’, ‘보아’ 등의 3D 뮤직비디오도 외국 기술력을 빌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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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열 번들 사업인데, 삼성이나 LG가 약간 사대주의 사상에 빠져 있다.(웃음) 역사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3D 산업이 꽤 오래 됐고, 열정이나 기술이 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외국 기술력이 최고야!”라고만 한다. 외국에 지원한 장비와 제작비를 우리에게 주고 찍으라고 하면, 충분히 그네들만큼의 퀄리티를 낼 거라고 본다.
음향은 어떤가. 3D 콘서트 무비는 콘서트에 기반을 둔 영상물이기 때문에 음향도 굉장히 중요할 텐데.
환열 중요하지. 개인적으로도 콘서트 무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게, 오디오라고 생각한다. 비디오가 사람 몸이라면, 오디오는 혼을 불어넣는 정신이다. 그런데 영상만 해 온 사람들은 오디오에 관련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쓴다. 대부분의 극장들이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행히 <빅뱅빅쇼 3D>를 찍으면서 그 부분은 괜찮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제작 실장이 빅뱅 콘서트 무비가 걸리는 극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사운드를 체크하더라고. 그 때는 프로다 싶었다.
만약, 완벽한 기획력을 가지고 3D 콘서트 무비를 찍게 된다고 하면, 어떤 가수를 세우고 싶나?
인기 멤버가 너무 많으면 복잡하고, 한두 명이면 심심하기 때문에 ‘카라’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계란형에 가까운 미인보다는 안젤리나 졸리처럼 볼륨감 있는 가수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 화면 입체감이 더 사니까.(웃음)
환열 앞에서도 말했지만, 국내에서는 3D 콘서트 무비를 할 생각이 없다.(웃음) 제작비를 대 주면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투자해서는 하고 싶지 않다. 대형 기획사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창작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쪽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성복 특별히 찍고 싶은 가수보다는, 의미가 있는 공연을 찍고 싶다. 그리고 아까 두 분이 아이돌 그룹이 해체해서 문제가 생기면 판로 자체가 어렵다고 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그런 경우 영상물이 금값이 될 수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동방신기’나 ‘카라’의 공연을 찍었는데, 판매 전에 해체가 됐다고 치자. 그러면 희소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SS501’이 재결합해서 공연을 해도 콘텐츠 자체의 파괴력은 있을 거고 말이다. ‘원 앤 온리’(One & Only) 콘텐츠 생산을 고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차후 계획을 알려달라.
환열 중국에서 3D 드라마와 영화를 준비 중이다. 중국 시장이 규모도 큰 만큼 기대도 많다. 드라마는 특촬물 위주로 가고 있다. 손오공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데, 조만간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인기 3D 뮤지컬을 기획하고 있고, 국내 무형문화제들을 3D로 특별 촬영 중이다.
성복 뮤지컬 뿐 아니라, 음악과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준비 중이다. <록 오페라 모차르트>의 경우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프랑스 파리 공연장에서 찍은 영상물로, 아마 세계 최초의 3D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1년 4월 13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4월 13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