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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겁할 만한 영상혁명! <스피드 레이서> 개봉 기념! 워쇼스키 브라더스의 만화 읽는 법!
2008년 4월 29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감독을 맡은 작품리스트에 여덟 편의 제목을 올리고 있지만, 그 중 이 재능 넘치는 형제의 이름을 알린 〈매트릭스〉 시리즈가 여섯 편(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매트릭스 온라인〉〈매트릭스: 네오의 길〉 포함)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필모그래피 만으로 이 형제 감독의 전모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사실상 동일한 컨셉의 작품을 하나로 묶어버리면 12년간의 필모그래피가 4편으로 정리되어 버리는 마당에 어떻게 워쇼스키 형제를 단정지을 수 있을까. 형제 감독에 대한 작가적 분석에 목마른 평자는 한동안 코엔 형제에 더 집중할 일이다.

그러나 오타쿠 필터로 걸러본 워쇼스키 형제의 성향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에 걸친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세례를 받은 믹스 미디어의 아이들이라는 것. 비슷한 또래인 퀀틴 타란티노와 로베르트 로드니게즈의 강력한 아우라 때문에 헐리웃 40대 독립영화 기수들을 물들이고 있는 펄프픽션과 홍콩 느와르, 쇼 브라더스 고전 활극이나 마카로니 웨스턴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더 넓은 문화의 자장이 60년대 미국에 드리웠다는 점은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헐리웃 고전 장르물과 유럽 작가 영화의 전통에서 벗어난 60년대 미국의 문화적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더 다채로웠다.

매트릭스: 만화의 길
 만화였다면 더 진짜 같았을, 센티넬
만화였다면 더 진짜 같았을, 센티넬

애당초 만화 시나리오로 기획되었다는 워쇼스키 형제의 대 히트작 〈매트릭스〉가 그렇다. 단순한 슬리퍼 히트 수준을 넘어선 기괴한 SF 〈매트릭스〉는 만들어지기 전부터 헐리웃을 달궈 놓았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협〉을 물리치며 2000년 오스카 특수효과상, 편집상 등 네 개 부문을 가져갈 정도로 1999년을 수놓았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놓은 카메라 수십 대가 대체 뭣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이유로 제작자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던 아이디어 넘치는 촬영은 막상 〈매트릭스〉가 개봉한 다음에는 정지 모션의 주인공 주변을 순식간에 돌아가는 ‘불릿 모션’으로 당대의 유행이 되었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대자본과 세계 최고의 특수효과 팀을 짜서 야심차게 만든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이 1970년대에는 완벽하게 구현 불가능했던 상상력을 마저 영상화한 것이었다면 (그래서 이미 20년이 더 지나는 동안 익숙한 이미지가 되었다면) 영화를 생각하지 않고 기획했다가 결국 영화가 된 〈매트릭스〉는 1990년대 막바지에 새로 태어난 새 이미지였던 셈이다.

당시엔 B급 장르였던 SF를 70년대 이후 주류로 끌어올린 〈스타워즈〉의 괴력은, 웨스턴과 일본 사무라이 극과 거창한 데이빗 린 식 시대극, 버크 로저스 식 스페이스 오페라에 익숙했던 40년대 생 미국 소년들의 거침없는 상상력에 있었다. 이윽고 SF는 주류로 올라왔고 웨스턴을 밀어내며 블록버스터를 지배했다.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눈 앞에 화려하게 작렬했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이 그다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했던 것은 20년 전 끝내주게 환상적이었던 선배의 비전을 후배들이 계속해서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프리퀄은 현대 헐리웃 SF 블록버스터의 원작자가 그들 비전의 절정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음울한 디스토피아 만화와 일본 애니메이션, 홍콩 영화에 익숙한 세대가 SF에 도전했다. 그 결과는 〈공각기동대〉를 연상하게 하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이 극도의 디스토피아와 결합하고, 거창한 홍콩 무협식 안무(심지어 무술감독은 원화평 그 사람!)가 결정적인 액션을 구성하는 별난 이미지로 완성되었다. 홍콩 영화의 거창한 총격 액션이 오우삼을 타고 헐리웃에 안착했음은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에서 보여주었고, 일군의 저패니메이션이 헐리웃에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보태어 줬는지는 90년대 디즈니가 증명했으며,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펑크 비전이 〈블레이드 런너〉를 거쳐 일본에 닿은 후에 〈아키라〉〈공각기동대〉를 타고 헐리웃에 도착하여 결국 〈매트릭스〉의 새로운 이미지로 발화했다.

용감한 형제: 만화를 필름에 옮기다
 니뽄 필 가득한 스피드레이서
니뽄 필 가득한 스피드레이서

만화였음이 틀림없다는 증거는 〈매트릭스〉 삼부작 곳곳에서 발견된다. 만화였다면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졌을 장면이 제작비 6천만 달러짜리 안전한 블록버스터 〈매트릭스〉에서는 이음새를 가리지 못하고 선명하게 드러난다. 만화였다면 가상현실을 통해 쿵푸와 태권도를 익힌 네오와 모피어스의 격투 능력은 이소룡이나 이연걸을 상회했어야 옳았을 터, (주연급 배우들이 몇 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거친 노력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찌르기와 발차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는 어색한 동작은 홍콩 영화 전성시대 성룡과 홍금보, 원표와 이연걸에 이르는 액션 달인들의 동작을 보고 자라난 한국 관객에게 어설플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상황에서는 실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면이 전부 채워진 기계로봇(센티넬)과 탈출선 추격 장면처럼 가공 상황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이러니도 그 때문이다. 대신 홍콩 무술감독이 투입된 로비 총격 장면에서 정교한 와이어 액션을 통해 어색함과 과장의 미묘한 합의점을 찾은 〈매트릭스〉는 자신이 만든 스타일을 (제작비가 두 배 이상 점프한) 속편에서도 그대로 이용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속편에서도 여전히 네오의 천하무적 격투술은 이상하며, 컴퓨터 그래픽과 와이어 액션은 쉽사리 결합하지 못한다. 전편부터 익숙해진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장면 사이 이음새를 보정할 뿐이다.

감독으로는 변종 느와르 〈바운드〉로 데뷔했지만 시나리오 데뷔작 〈어쌔신즈〉 역시 만화 시나리오를 목표로 했다는 것은 유명하다. 하드보일드 만화로 손색이 없었을 〈어쌔신즈〉는 리처드 도너에 실베스터 스탤론, (당대 떠오르는 섹시남이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합류하며 미끈하지만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었지만 단순 명쾌한 대결 구도로 암살자를 표현하는 만화적 접근은 사라지지 않았다.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쓰고 제작한 〈브이 포 벤데타〉는 또 어떻고, 기괴한 수퍼히어로 물 〈브이 포 벤데타〉는 강렬한 이미지와 홍콩식 과장 액션에서 극단적인 행동과 신화적인 탄생까지 〈매트릭스〉에서 이어진 (물론 당대 최고의 만화 작가 중 하나인 원작자 앨런 무어의 아우라가 더 크기는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만화적 접근이 넘쳐난다. 형제의 새 작품은 수퍼스타 비가 조연으로 출연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스피드레이서〉로, 60년대 미국 가정에서도 방영되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영화화 한 것. 한국에서도 비디오 및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어 익숙한 이 작품을 워쇼스키 형제가 맡았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은 것은 그 간 형제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준 만화적 역량 덕분이다. 실제로는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가 20년 전 판권을 사들였다가 보류 중이었던 프로젝트가 워쇼스키 형제를 만나 영화화 된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으리라. 이전 감독 물망에 올랐다는 줄리언 템플, 고어 버빈스키 모두 영화를 잘 만들고 영상을 아는 감독이긴 하지만 올해 〈스피드레이서〉와 같은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는 화면을 뽑아내지는 못했을 테니까.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스피드와 레이싱에 목숨을 걸고, 음모 가득한 악당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경쾌한 액션 영화가 워쇼스키 형제의 손을 타고 은막에 돌아왔다. 만화를 아는 유능한 감독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은 큰 쾌감을 기대할 만한 일이다.

2008년 4월 29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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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by8318
기대가 좀 되긴 한다.   
2008-04-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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