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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가을로> 흥행성 중박! 작품성 중박!
가을로 | 2006년 10월 17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는 단순히 멜로영화로 정의하기엔 너무 많은 기억들을 담고 있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11년째인 올해, 시간의 간격은 크지만 고통은 여전함을 깨닫는다. 현우(유지태)의 여행길에 우리가 쉽게 동행할 수 있는 이유도 통증 없는 그 고통스런 기억 때문일 것이다.

현우가 부조리한 일상에서 일탈을 결심하고 여행길에 오른 순간 관객은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주인공이 10년 전 입었던 그 상처를 치료하게 될 것임을. 결국 스토리만을 가지고 현우의 여행에 관객들을 끝까지 동행시키기에는 어렵다.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역사적 상처는 주인공의 길 위에서의 모든 체험에 영화적 흥미로 정의될 수 있는 필연성을 안겨준다. 때문에 현우의 여행에는 다른 로드무비와는 다르게 눈에 보이는 목표가 정해져 있다. 그 목표는 현우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 관객 또한 서성이게 만든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특정 누군가의 상처로 기억되지 않기에 말 그대로 참사다. 우리의 시간 속에서 또렷이 각인된 그날의 사고. 가까운 누군가가 그 일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어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허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무덤의 다른 이름이다. 우린 한번쯤 자신들의 죽음을 그 곳에 대입해 보았을 것이다. 민주(김지수)의 여행노트에 적힌 대로 길을 나선 현우와 같은 체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살아있는 세진(엄지원)의 만남은 그래서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가을로>가 특이한 것은 과거의 사람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두 남녀의 길을 미리 정해주었다는 데 있다. 현우와 세진이 발길이 머무는 곳은 여행지가 아니라 순례지에 가깝다. 끝나지 않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연인을 추억하기 위해 그들은 길 위에서 서성인다. 서성이는 발길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다. <가을로>는 한 남자의 여정이 과거와 맞닥뜨리는 시간의 마술을 보여줄 뿐이다. <가을로>는 그래서 <번지점프를 하다>와 포개어진다. 세진은 민주의 환생이며, 현우는 세진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준다.

플래시백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김대승 감독은, 시간에 갇혀 변하지 않게 된 인간의 진실한 감정을 쓸어 모은다. 현실에 겹쳐지는 과거의 고통은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통증을 잊어간다. 아픔이 잦아들면 변치 않는 사랑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영원한 사랑만이 남는다. 김대승 감독은 한 남녀의 아픔을 이처럼 불변의 낭만성으로 치유하려 든다. 실제에서부터 출발한 여행은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모호한 판타지로 끝맺는다. 인간이 만든 건물은 무너지고, 자연이 만든 천년된 전나무 숲은 그대로 존재하는 현실에서 감독은 현대인이 믿지 않는 사랑의 동화(童話)를 완성해 나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백화점이 무너진 사고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난 비극이다. 정면으로 직시하기에는 너무도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슬픔이라 그런지, 김대승 감독은 10여 년 전의 그때를 만지작거리는데서 그쳤다. 영화 <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를 아직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의 슬픈 외면이자 동화 같은 위로다.

글_ 2006년 10월 17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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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을 위로받고 싶다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가을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삼풍백화점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어찌 관람불가를 정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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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eeh
최기자님의 글은 다 좋은데 너무 늦게 올라온다는 단점이^^: 글에 좋다 싫다가 굉장히 직접적으로 나타나서 뭔가 잰체 한다는 느낌을 카바시켜주지만, 역시나 늦게 올라왔군여   
2006-10-18 13:46
ej19850905
r기대했었는데,
평가는 살짝, 기대이하군요.
하지만, 직접 보고 평가해야겠죠?^^   
2006-10-18 11:49
lee su in
항상 일반관객보다 영화를 먼저 보시는 영화기자님들의 앞선 리뷰를 기다립니다.
따라서 무비스트의 '최초평가'도 열심히 챙겨보는 편인데...밑에 분께서 말씀하신데로 무비스트는 기자시사회 후에 반응이 조금 늦는 편이네요.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들 가셔서 바쁘신가? ^^;

빠른 기사 부탁드립니다~ ^^   
2006-10-17 18:16
force7movie
그리고 왜 <삼거리 극장>에 대한 평가는 안 올라오나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하던 작품인데...
며칠전에 시사회를 했는데 아직도 안올라오다니...
평단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더군요
(동영상 보니 박찬욱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이후 최고의 충격이라고까지 말하는...)

얼른 <삼거리 극장>에 대한 평도 좀 올려 주세요~   
2006-10-17 17:54
force7movie
평가방식이 왜 이런실으로 바뀐건지....
영화를 겨우 5단계로 나누는 것보다는 전의 평가방식이 훨씬 좋았는데...

아, 그리고 무비스트 영화 시사회 관람후 이런 평이 올라오는 속도가
늦네요...

<가을로>시사회 어제 저녁에 한걸로 알고있는데 24시간 가량 지나서
나오다니...

  
2006-10-17 17:52
drjed
평가방식이 바뀌었군요..
김대승 감독이라면 볼만할 것 같은데요..   
2006-10-17 13:34
upwards
평가 방식이 바뀌었네요.^^ 예전의 직접적인 숫자 표현이 더 좋았는데..
 
<가을로> 기대하던 작품이라서 기자님 평이 궁금하던 참이었거든요.
중박이라... 보고 판단해야겠네요.^^   
2006-10-17 12:46
gracehpk
아.. 중박이라고 하셨지만 나름 좋게 보신 거 같아요.. 분석도 하셨지만 나름 감성적인 부분도 동하셨던 거 같은 글..^^ 에.. 김대승..이란 이름도 있고 (번지점프하고 그 잔인하지만 호평받았다는.. 모드라?;;) 부산영화제 개막작이라 그래서.. 왠만큼은 괜찮은가 보다, 좀 많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ㅋㅋ.. 나는 환타지 좋아하는데.. 현실에서 벗어난 동화.. 근데 그런게 좋아요. 현실도피증인가?^^ 글구 최초평가 점수방식 바뀌었네요;; 말들이 많았으니;; (쪼금;;) 에;; 너무 상처받거나 하지 않으셨길;;;;;;;;;쿨럭쿨럭쿨럭쿨럭....   
2006-10-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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