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외에 이은주, 엄지원, 성현아 등 스포트라이트 비출 곳이 적지 않은 만큼, 엄청난 취재진들로 북적거린 가운데, LJ 필름 이승재 대표, 변혁 감독, 주연 배우 등이 무대인사를 위해 단상에 올랐다.
변혁 감독은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며, ‘배우들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에 어설픈 점이 눈에 띈다면, 배우 잘못이 아닌 자신 탓’이라는 겸손한 말로 무대인사를 꾸몄다. 이어 배우들의 무대인사는 객석에 자리한 팬들의 환호로, 유머러스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엄지원이 마이크를 들자 “언니가 제일 예뻐요~”라는 탄성 하나가 공중에 꽂혔고, 한석규에 이르자 “형이 제일 예뻐요”라는 코믹한 멘트가 터졌던 것.
엄지원은 “많지 않은 비중이지만, 치열하게 찍었다”며, “그 부분이 좋게 평가됐으면 좋겠다”는 무대인사를, 이은주는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많은 카메라는 처음”이라며, ‘몸과 마음을 다 건만큼,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관객들도 다 느꼈으면 좋겠다’는 인상깊은 무대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바톤을 받은 한석규는 ‘시사회에 오기 전, 극장 앞에서 장사를 하는 한 아주머니에게 왜 이렇게 안 보였냐, 잘 될 거라는 말을 들었던 게 남다른 에피소드로 남았다’며, 느리고 담담한 말투와 여유로운 표정으로 무대인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 역시 열띤 취재 경쟁이 이어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만큼, 배우들은 최소 한 번씩은 이미 영화를 봤던 상황.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석규는 ‘오늘로 세 번째 영화를 본 건데, 보면 볼수록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대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또, ‘힘들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한석규와 이은주 모두 ‘트렁크신’을 꼽았고, 성현아는 ‘남편 살해 장면’, 엄지원은 ‘생전 처음 만져본 첼로를 영화의 완성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죽기살기로 연습해서 찍었던 것’ 등을 언급해 흥미로움을 유발했다.
아니나다를까 쏟아진 ‘베드신’에 대한 질문에 한석규는 ‘자신과 이은주의 베드신이 아닌, 등장인물의 베드신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호소력있는 답변으로 받아치는 등 <주홍글씨> 기자간담회는 주연 배우들 모두,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 기분좋은 자신감이 엿보이는 시간으로 물들었다.
제작사 대표나 감독 등이 관객들을 위해 후반부 몇몇 반전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을 당부하기도 한 2004년 하반기 기대작 <주홍글씨>는 오는 10월 29일, 관객들을 쓸쓸하고 끈적하게 찾아온다.
▶ How about this movie?
극중 ‘가희’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살이 쭉쭉 빠질만큼 많은 고민을 했다는 이은주. 그래서일까 <주홍글씨>는 그녀의 색다른 매력이 뭣보다 강렬하게 다가선다. 이에 한석규와 이은주 모두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은 ‘트렁크씬’은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곱씹을 만한 남다른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불편하게 버석거리는 성근 장면 연결, 의외이긴 하지만 매력없게 노출되는 반전 등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기성 PD, 이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