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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하고 클래식하나 내레티브는 약한 (오락성 6 작품성 7)
하얼빈 |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우민호
배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장르: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3분
개봉: 12월 24일

간단평
꽁꽁 얼어붙은 강 위를 홀로 걷는 안중근, 그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것은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과 추위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동지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죄책감과 후회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꼿꼿하게 일으켜 세우는 건 비명에 간 동지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나라를 찾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충정이다.

일제 강점기 속 민족의 정기를 표상하는 상징적인 인물 안중근 의사가 관객을 찾는다. 뮤지컬 ‘영웅’과 이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로도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데, <하얼빈>은 태생부터 그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이는 영화 타이틀에서부터 명백하다. 이 영화는 안중근이라는 영웅이 아닌, 그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기까지의 발자취와 그 과정에서 산화한 기억되지 못한 수많은 독립군을 향한 헌사라 하겠다. 때문에 나약하고 고뇌하는 안중근, 형형한 눈빛으로 사지임을 알면서 뚜벅뚜벅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안중근, 그리고 동지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 인간 안중근을 만날 수 있다. 이야기적으로는 초반 밀정의 존재로 의심의 씨를 심어 추리적 요소와 더불어 긴장감을 부여했다. 하지만 장르적인 면면을 지양한 모양새로 스릴이 일어서다 주저 앉은 인상. 영화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 같은 현대사의 일면을 굵직한 서사로 풀어냈던 우민호 감독이 이번에는 그 장기를 의도적으로 자제한 듯하다. 묵직한 분위기와 시종일관 어둡고 정적인 화면 구성에 집중한 나머지 구성진 스토리텔링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하겠다.

감독이 밝혔듯이 숭고하고 클래식하게 담고 싶었다는 의도는 충분히 인지되나, ‘숭고하게’의 의미가 곧 덤덤함과 버석함과 동의어는 아닐 터. 전반적으로 밀도 낮은 내러티브와 단조로운 영화의 톤앤매너는 루즈함으로 이어져서 그 의도가 어떻든 아쉬운 지점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홍경표 촬영 감독이 참여해 눈 쌓인 설원, 얼어붙은 호수, 황량한 사막 등 CG의 도움이 전혀 없이 100%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를 감싸는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선율도 <하얼빈>을 극장,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할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현빈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 들었다. 본 얼굴이 보이지 않았을 만큼 그 시대 독립군의 표상을 잘 표현했다. 다만, 특별출연이 등장하는 씬은 과하게 이질적이라 극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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