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관객과 평단 모두 외면받았던 <마약왕> 우민호 감독의 설욕작 <남산의 부장들>이 그 내용을 공개했다.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가 1월 15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우민호 감독과 주연 배우 이병헌, 이희준, 곽도원 그리고 이성민이 함께했다.
<내부자들>(2015) 이후 우 감독과 이병헌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다룬 정치 드라마다. 김충식 기자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당시 남산에 위치했던 중앙정보국(KCIA)의 역대 수장들은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을 누렸다. 국민들은 이들 이인자를 일명 ‘남산의 부장들’이라 불렀다. 영화는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이병헌)이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밀도 높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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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절대 권력 ‘각하’가 부하에게 힘을 실어줄 때 주로 하는 대사다.
이에, ‘박통’역의 이성민은 “분장, 미술, 의상팀과 협력해 최대한 실제 모습과 흡사해 보이려 했다”고 전하면서 “두 부장(곽도원, 이병헌)과 실장(이희준) 세 인물과 벌이는 밀당을 어떻게 하면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들을 독려하고 품어주면서도 채근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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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사심 없이 오로지 ‘박통’을 향한 충심에 사로잡힌 경호 실장이라고 ‘곽상천’을 소개해 이희준은 이번 연기를 위해 25킬로를 증량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굳이 증량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몸집을 불려야 어울릴 것 같았다. 이렇게 죄책감 없이 먹은 게 처음인 것 같다”면서 “인물의 행동에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 공감하려 노력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사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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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의 한마디는 김규평의 마음에 의심의 불씨를 지핀다.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은 “이인자였다가 팽당한 인물”로 소개하면서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라고 꼽았다. “최고의 권력을 지녔다가 일순간에 뺏기고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의 심정을 연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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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기기 전 박통을 향한 김규평의 충언이다.
‘김규병’역의 이병헌은 “감독님께 받은 자료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많이 조사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휩쓸려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을 우려해 시나리오에 입각해 표현했다”고 연기 방향을 밝혔다.
극 중 유독 잦은 클로즈업에 대해 “아무래도 클로즈업을 촬영할 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그 감정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어떤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될 거로 믿고 임했다”고 말했다.
우 감독과의 재회에 대해 “서로 알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 없었기에 <내부자들> 때보다 훨씬 편하게 작업했다”면서 “우 감독님이 평소에 원체 열(정)이 많은 분인데 이번 작업 때는 매우 차분하셨다. 아마도 촬영 중 <마약왕>이 개봉해 냉혹한 평가를 받은 영향인 듯하다”고 우 감독의 아픈 곳을 찔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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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말을 전한 우 감독은 “취재기인 원작을 모두 담기에는 너무 방대해 마지막 40일을 집중 조명했다”면서 “우리 영화는 정치적 성격을 띠지도 실제 인물의 공과를 평가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상황에 부닥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10.26을 주도한 김재규의 재평가 관련해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라고 못 박았다.
<남산의 부장들>은 1월 22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 한마디
무식함을 온몸으로 뿜는 이희준, 의뭉스러운 곽도원, 정확한 가르마와 안경으로 엘리트다운 외양 갖추고 흔들리는 눈빛 안에 충심과 권력욕과 애국 사이 갈등 담은 이병헌 그리고 제스처와 말투 등 실제 박통과 높은 싱크로율 보인 이성민까지 영화는 명품 연기 종합 세트 같은 인상이다. 10.26 발생 전 40일의 시간을 따라간 밀도 높은 묘사는 이미 다 아는 사실임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흡인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촌철살인 찰진 대사 음미하는 맛이 일품! <마약왕>으로 깊은 내상 입은 우민호 감독의 확실한 설욕작이다
(오락성 8 작품성 8)
2020년 1월 16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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