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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가장 21세기다운 호랑이 설화 (오락성 7 작품성7)
대호 |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감독: 박훈정
배우: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 성유빈, 정석원, 오스기 렌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9분
개봉: 12월 16일

시놉시스

1925년 일제강점기,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는 호랑이 사냥에 열을 올린다. 조선 호랑이 대부분을 사냥한 그는 지리산 ‘대호’ 한 마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호랑이 중의 호랑이, 조선 호랑이의 왕이라 불리는 대호는 쉽사리 잡히지 않고, 결국 ‘마에조노’가 직접 지리산에 행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지리산을 꿰고 있다는 도포수 ‘구경’(정만식)의 포수대도 번번이 대호를 놓치고, 아무리 많은 병력을 내보내도 대호는 그들을 다 물어 죽이곤 함정을 유유히 벗어난다. 약이 오른 ‘마에조노’의 부하 ‘류’(정석원)는 한때 조선 최소의 명포수였던 ‘천만덕’(최민식)에게 호랑이가 있는 곳을 대라 을러대지만 그는 “어느 산이든 산군(山君)은 잡는 게 아니오”하며 풀뿌리 캐는 데만 열중한다. ‘천만덕’의 유일한 가족 아들 ‘석이’(성유빈)는 그런 아버지를 답답해하고, 결국 ‘류’에게로 가 호랑이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며 포수대에 끼길 자청한다.

간단평

감히 짐승의 몸으로 '임금'의 칭호를 받은 동물이 있다. 바로 호랑이다. 조상들은 호랑이가 임금의 자질, 즉 덕과 용맹함을 갖춘 동물이라 여겨 '산군'이라 불렀다. <대호>는 조상의 시선이 담긴 호랑이 영화다. 호랑이 중 왕이라 불리는 지리산 '대호'는 은혜를 알고 부성애를 지닌 동물로 형상화된다. 또한 제아무리 총포를 쏘아대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동물로서, 공포와 존경의 대상으로 군림한다. 다시 말해 '대호'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물이자 일제에 정복되지 않는 민족의 자부심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최민식이 분한 '천만덕'은 '대호'와 교감해 호랑이의 신비감을 증폭시키며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이러한 영화의 설정은 <명량>같은 항일정신보다는 한국 호랑이 설화의 재현이란 측면을 강조한다. 신비로운 영물 '대호'가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CG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칫 수십 년 전 공포드라마 '전설의 고향'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래픽에 대한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키며 초반부터 호랑이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덕분에 <대호>의 호랑이는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속 리처드 파커 부럽지 않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대호>는 다양한 상징과 장치들이 촘촘히 쌓이며 여러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한국의 멋을 살리는 수작이다. <신세계>(2013)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21세기의 기술로 만든 '오래된 신세계', <대호>는 그런 영화다.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히말라야' 오르듯 지리산 오르는 최민식 아재 보고 싶다면.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리처드 파커의 호랑이 그래픽이 부러웠다면.
-영화판 진경산수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최민식 아재가 호랑이 타고 왜구 무찌르는 장면 기대했다면.
-호랑이 나오는 블록버스터 기대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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