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느껴지듯 <전설의 주먹>은 그들이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전설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거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강우석 감독은 과거사를 호기심 충족 수단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실의 상황을 유기적인 구조로 놓고 인물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쌓아올린다.
<전설의 주먹>의 감정의 울림은 꿈을 얻고자하는 세 인물의 열망이 드러나는 순간에 터진다. 강우석 감독은 임덕규를 제외한 이상훈과 신재석의 사연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열망의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달린다. 열망이 터지는 장은 돈과 권력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꿨던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링이다. 링은 헤어졌던 친구들과 조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남루한 인생을 살던 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살아보겠다고 링 위에 서는 모습은 상대를 쓰러뜨려야 이길 수 있는 격투기와 맞물리면서 묵직한 쾌감을 전한다. 이는 격투기를 인물들의 성장 매개체로 사용하면서 힘을 얻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주먹을 날리는 임덕규의 모습 또한 진한 울림을 전한다.
격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액션에 중점을 둔다. 링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인물들의 감정이 살아 숨 쉰다. 인물들은 왜 링 위에 섰으며, 무엇을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지 온몸으로 표현한다. 임덕규는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펀치를 날리고, 이상훈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킥을 찬다. 신재석은 우정을 위해 상대를 압박한다. 강우석 감독은 투박하지만 절박함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액션 합을 적절히 배합하고, 이들의 육체적 충돌을 통해 가장들의 고단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강우석 감독은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주인공들처럼 자신도 링 위에 섰다고 말했다. <전설의 주먹>은 감독이 영화판이란 링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다. 어디서 날아올지 알고 있어도 기어이 맞게 되는 펀치처럼 투박하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감독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강우석 감독의 묵직한 한 방은 살아있다.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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