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키이라 나이틀리)는 러시아 정계 정치가인 카레닌(주드 로)과 결혼해 8살 난 아들과 살고 있다. 어느 날 안나는 친오빠(매튜 맥퍼딘)의 외도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새언니(켈리 맥도널드)를 위로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매력적이 젊은 장교 브론스키(애런 존스)를 만난다. 안나는 브론스키가 새언니의 동생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와 사랑에 빠진다.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욕망에 빠진 안나는 브론스키와 위험한 관계를 지속한다. 이들의 관계가 사교계에 퍼지자 안나는 절망에 빠진다.
<안나 카레니나>의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연극적인 요소다.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허문 영화는 인물의 동선이나 감정에 따라 무대 배경이 절묘하게 교체된다. 카메라는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포착한다. 보다 인물에 집중된 미장센과 카메라 워킹은 이를 돋보이게 만든다. 특히 대사 없이 안나와 브론스키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무도회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또한 안나의 집, 역 플랫폼, 스케이트 장, 경마장, 무도회장 등 무대 세트 변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에 이어 음악을 담당한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리듬감 넘치는 선율도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한다.
연극적인 요소는 안나 카레니나의 심적 위축감을 대변한다. 사회적인 제도에 갇혀 버린 그는 연극 무대 세트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답답함은 그녀가 가부장적인 사회적 제도 안에서 숨 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불륜을 저지를 안나에게 무조건적인 질타와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영화는 안나를 통해 자유의 본질을 되묻는다. 감독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남편의 수발을 드는 사람이 아닌 사랑이란 욕망을 느끼는 주체라는 걸 말한다. <안나 카레니나>가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는 동시에 한 여성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슬픈 여정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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