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 가족들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을 그린다. <장화, 홍련> <형사>의 미술감독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소 민감한 소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출연을 결심한 배우들은 진구, 한혜진, 배수빈, 이경영, 장광, 임슬옹 등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인 제작두레 참여회원들. <26년>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엔딩크레딧에 제작두레에 참여한 1만 5,000여 명의 이름이 11분간 올라간다. 개봉은 11월 29일.
● 한마디
어떻게 만들어도 관객의 만족을 100% 충족시키기 어려운 영화인 동시에 어떻게 만들어도 비판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동거할 수 없는 두 가지 태도가 기이하게 뒤섞인 <26년>은 영화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분명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예술적인 성취 이전에 목적을 살핀다면? 적어도 그 의미에는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조근현 감독은 “정치가 아니라 상식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상식을 얘기하는데 까지 무려 2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상식이 모두에게 통하는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그 날의 기억에 대해서 아직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미안하다 말해줘.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이 영화를 기다렸던 건 비단 제작자나 배우 뿐만은 아니다. 1만 5,000명의 소액 투자자와 35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26년>의 완성을 열망했다는 걸로 관심도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가수 이승환과 방송인 김제동 역시 이름을 걸고 투자를 했다. 그래서 <26년>은 반드시 ‘잘’ 만들어져야 했고, 그만큼 조근현 감독이나 스태프들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미술감독 출신의 데뷔작이라는 모험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잠시 접어두자.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 이야기의 흐름은 두 번째로 논하자. 이미 만들어졌어야 했던 영화가 왜 이제 나오게 됐는지, 점점 희미해져가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왜 하필 ‘복수’라는 키워드로 정리해야 했는지를 우선 생각했으면 한다. 일단 한번은 보고, 그 이후 술자리든 가족과 함께든 곱씹어 보길 추천한다. <26년>이 제작되던 과정 자체가 이미 영화 한 편이다.
(오마이스타 이선필 기자)
<26년>은 투박한 영화다. 이야기 구성과 편집은 때때로 거칠고 캐릭터 묘사도 허투루 지나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밖 우리의 현실에 있는 ‘누군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마침내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극 후반부는 감정적 신파로 치닫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당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그러나 그 해소감을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은 커다란 안타까움이다. <26년>을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강풀 작가의 <26년>은 사연이 많은 소재를 장르적인 그릇에 담아서 그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서 호흡은 짧게 가져가야 하니 각색은 불가피하고, 실사화라는 표현적인 제한도 존재한다. 특별한 재해석 능력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원작의 의미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본전 찾기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26년>은 그런 제약들을 뛰어넘은 영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긴 어렵다. 압축된 초반 서사는 성기고, 변주된 일부 캐릭터는 비효율적인 경우가 발견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뜨거운 감정이 차고 넘친다. 어떤 식으로든 1980년 5월 18일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자유롭기 힘든 탓이다. 어떤 식으로든 냉정하게 보기 힘들다. 보는 내내 울화가 치민다. 미치도록 죽이고 싶어진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기 힘들게 만드는 이 놈의 현실이 문제다. 영화 하나가 짊어진 사연이 뭐 이리 무겁고 언제까지 애달파야 하냔 말이냐.
(ELLE KOREA 민용준 기자)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