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와 톱스타라는 조합이 이색적이다. <자칼이 온다>는 이들의 조합에 무게중심을 두며 극을 진행시킨다. 영화의 힘은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나온다. 초보 킬러인 봉민정은 돈을 받기 위해 전설의 킬러행세를 하고, 톱스타 최현은 살기 위해 짝퉁 가수 연기를 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진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감독은 거짓말 퍼레이드 외에 의뢰인과 최현의 숨겨진 과거, 사생팬과 스폰서 이야기 등을 촉매제로 쓰며 극의 응집력을 키우려 한다.
문제는 이 촉매제들의 쓰임이 아닌 깊이감이다. 스타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기 위한 용도로 삽입한 건 좋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다뤄지다 보니 영화가 번잡한 소동극으로만 비춰진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셈이다. 봉민정, 최현과 병렬구조를 이루는 신팀장, 마반장의 이야기도 영화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웃음전담반인 이들은 킬러와 톱스타의 이야기와의 연결지점을 찾지 못하고 따로 놀기 바쁘다. 두 형사가 벌이는 잦은 신경전은 도리어 영화의 집중도를 저해한다. 웃음 또한 확실하게 전하지 못한다. <그녀를 믿지마세요>에서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잘 살렸던 배형준 감독의 장점은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빡빡한 러닝타임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집어넣으려 했던 과욕만 보인다. 절제의 미덕이 아쉽다.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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