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시실리 2km>), 삼매리(<차우>)에 이어 신정원 월드가 구축되는 공간은 울진리라는 시골 마을이다. 실제 지도에는 없는, 토착적 지방색을 지닌 그런 가상의 공간 말이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이 공간에 전국의 내로라하는 능력을 가진 점쟁이들이 모인다. 이 중엔 신문기자 찬영(강예원)도 있다. 점쟁이들이 울진리에 모인 목적은 노한 영혼들을 달래는 천도재를 지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마을의 악귀를 쫓아내주고자 귀한 발걸음을 한 점쟁이들을, 마을 사람들은 불청객 보듯 적대시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천도재 뒤에 검은 돈거래가 있었음이 발각되면서 대부분의 점쟁이들은 자신 퇴사를 결정한다. 이제 마을에 남은 점쟁이는 다섯 명. 귀신 쫓는 대한민국 최고의 점쟁이 박선생(김수로), ‘점도 과학입니다’를 외치는 석현(이제훈),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심인 스님(곽도원), 과거를 보는 미녀 점쟁이 승희(김윤혜), 미래를 보는 꼬마 점쟁이 월광(양경모)이 그들이다. 이들은 신문기자 찬영과 함께 마을의 은밀한 비밀에 다가선다.
감독은 많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인정받은 감독이 드물 뿐이다. 신정원의 영화가 작품성과는 별개로 대우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영화엔 엉뚱한 엇박자 유머, 만화적 상상력, NG를 의심케 하는 애드리브, B급 정서 등으로 불리는 신정원표 스타일들이 있다. 개연성 떨어지는 스토리상의 약점은 이러한 스타일을 향유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일종의 세금이다. <점쟁이들> 역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동력으로, 밑도 끝도 없는 유머들을 선보인다. 대한민국 최고 퇴마사 박선생은 초코파이 하나를 위해 온몸개그를 불사하고, 악귀가 씌인 마을청년(김태훈)은 무섭기는커녕 허술한 매력을 풍긴다. 찬영을 제거하러 온 킬러(이준혁)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뜬금없는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물론 전작이 그랬듯, 이러한 유머는 관객 취향에 따라 최고 아니면 최악으로 나뉠 공산이 크다. 감독의 유머감각에 동의하는 관객들에겐 <점쟁이들>은 더없이 좋은 소동극이겠으나, 반대의 이들에겐 견디기 힘든 시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쉬움이 있다면, <점쟁이들>이 대중의 시선을 많은 부분 의식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신정원 특유의 탈관습적이고 저돌적이며 파격적인 면모가 전보다 약해진 기운이랄까. 신정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특징들이 견고해졌다기보다는 ‘전작대비’ 평범해진 느낌이다.(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다.) 신정원의 마니아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질서의 향연이다. 그로 인해 일부에게 공격을 받기는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충무로에 이런 감독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점쟁이들> 이후의 신정원 감독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