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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가 되지 못한 ‘간첩’들 (오락성 4 작품성 4)
간첩 |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충무로다. <쉬리>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이 분단의 상황을 스크린으로 끌어안으며 흥행에서 단맛을 봤다. 시대가 변하면서 분단을 대하는 영화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과거 이념 대립에 맞춰졌던 초점은, 분단이라는 물리적 제약에 영향 받는 ‘개인’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변화를 잘 캐치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바로 <의형제>다. <간첩>은 <의형제>가 걸어간 노선을 고스란히 따른다. 영화는 쓸모 없는 신세로 전락한 후 밥벌이에 고심하는 남파간첩들을 생활고에 허덕이는 소시민에게 대입해 공감을 끌어내려 한다. <간첩> 속의 간첩들은 테러리스트보다 생활인에 가깝다.

불법 비아그라를 팔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남파 22년차 간첩 김과장(김명민). 그의 신경은 온통 먹고 사는 문제에 쏠려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물가 상승과 아내의 잔소리일 뿐이다. 그런 김과장의 삶이 북한 최고 암살자 최부장(유해진)의 등장과 함께 흔들린다. 최부장의 목표는 한국으로 망명한 리용성 외무성 부상 암살! 임무 완수를 위해서는 암살을 도울 요원들이 필요하다. 최부장의 명령을 하사 받은 김과장은 멤버 규합에 나선다. 이때부터 영화는 잠시 케이퍼 무비로 빠진다. 부인과 사별한 후 다방에서 시간을 때우는 윤 고문(변희봉), 부동산 중개를 하며 혼자 애를 키우고 있는 강대리(염정아), 농촌 총각으로 살고 있는 우대리(정겨운) 등 남한에 침투해 있는 간첩들이 속속 소개되며 하나의 팀을 이룬다.

코미디와 액션과 퀴어 멜로 등이 뒤섞였던 <의형제>처럼 <간첩>에도 온갖 장르가 동거한다. 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케이퍼 무비와 액션을 거쳐 가족드라마로 선회했다가 다시 코미디로 회귀한다. 하지만 장르 배합 능력에서 두 영화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의형제>가 다양한 장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숙함을 보였다면, <간첩>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일을 도리어 그르친 경우다. 특히 전후반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통에 영화 전체가 산만한 인상을 남긴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생계형)간첩을 보여주겠다”는 초반 목표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좋을 뻔했다. 생활고에 처한 간첩들의 실상을 보여주려면 지금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생활상이 나와야 했다.

김명민, 유해진, 염정아, 변희봉, 정겨운. 개성 강한 배우들의 조합은 흥미로운 편이다. 이들 사이에서 파생될 강력한 에너지가 상상된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초심이 흔들리는 와중에, 인물들의 관계도 설득력을 잃고 우왕좌왕한다. 장르의 난립만큼이나, 캐릭터간의 겉도는 분위기가 문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최부장이 첩보드라마에서 뚝 떼어 온 인물같다면, 남한 간첩들은 영락없이 코믹드라마에서 걸어 나온 인물들이다. 캐릭터 사이의 이질감 탓에 이들이 함께 암살계획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뭔가 엉성한 느낌을 준다. 피해는 고스란히 배우들에게 돌아간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 온 염정아도,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하는 정겨운도, 이미지 변신을 꽤한 유해진도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코믹함을 빼고 근엄한 이미지로 변신한 유해진의 도전은 보상 받을 길이 없어 보인다. 유해진이 맡은 최부장은 <쉬리>의 최무영(최민식)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다. 새로운 옷을 입은 유해진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의 변신을 받쳐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혼자 겉도는 이미지가 돼 버렸다.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생계형 간첩이라는 소재 자체는 끌린다.
-너무 많은 장르를 담으려다 체한 꼴
-이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렇게 밖에?
-흔들리는 초심
8 )
agg68
코믹하고 재미있게 봤지만 김명민씨의 가장으로써 한 가정을 이끌어가야하는 현실과 생활고 정말 먹고 사는데는 어쩔수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유해진씨의 연기 멋지게 봤습니다.   
2012-10-06 18:23
bariba
저는 이 영화 재미있던데요. 재미 없는 영화를 보면 아무리 작품성이 좋더라도 배우가 연기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지루해서 끝까지 보기가 어려운데, 간첩은 영화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김명민씨 캐릭터가 불쌍해서 몰두하게 되고 유해진씨의 너무 멋있는 면에 감탄하며 봤어요.   
2012-10-06 17:18
wina6700
어릴적 북한하면 공산당 생각나는데 그때 봤던 간첩 영화와 비교하고 싶네요...   
2012-10-05 12:35
lilium100
너무 많은 장르를 담으려다 체한 꼴. 딱 맞는 표현인듯. 저렇게 좋은 배우들로 너무 많은 걸 표현할려다 체한거 같아요.   
2012-10-04 18:05
slrkrkf
간첩의 한계가 드러나네요 ㅠ   
2012-10-03 16:25
siwoorain
hiro1983 님. 지적해 주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2012-09-26 19:11
hiro1983
뭔 리뷰가 이 모냥이냐. 김과장 배우 이름이 김과장이고, 왜 갑자기 최부장은 어디가고 김부장이 또 나타나냐   
2012-09-26 15:14
movistar0802
간첩이라는 단어는 친숙하지만 왠지 두려운 단어인데 영화로 재미있게 표현해서 극에 몰입하는데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12-09-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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