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진중하다가도 코믹하다. 영화는 ‘진정한 왕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하다가도,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웃음을 전한다. 이 둘의 조합은 맥을 끊어 놓기보다 이야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준다. 첫 사극 도전에다가 1인 2역까지 소화한 이병헌의 존재감 또한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두기에 충분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광해였다가도 순수함을 간직한 하선이 된 그의 연기는 영화의 동력이자 백미다. 류승룡을 비롯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일품이다. 이병헌의 매력에 취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이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비운의 폭군일까 아니면 개혁 군주일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후대에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광해군을 스크린에 슬기롭게 옮겨 놨다. 왕 노릇을 하는 천민 하선에게 보이는 성군의 모습은 잠시 잊고 있었던 군주로서의 이상을 되찾은 광해로 오버랩 된다. 광해와 천민 하선, 분명히 1인 2역이지만 결국은 한 사람이다. 그 과정을 원활하고, 탄탄하게 구성했다. 묵직한 울림은 그 과정에 대한 결과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웃음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지함 속에 꼭 맞는 코믹한 상황들은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병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광해와 천민 하선, 1인 2역을 소화했다. 류승룡, 김인권, 장광 등 천민 하선을 보좌하는 인물들도 뛰어나다. 다만 <도둑들>처럼 마냥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와는 그 길이 다르다. 관객들이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 궁금하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팩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 집권 당대의 아슬아슬한 정치적 조형을 창작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구중궁궐 내의 정치적 모략의 중심으로 떠밀리며 엄격한 궁의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왕의 남자’의 일상은 코믹한 광경을 이끌어낸다. 이 아이러니한 유머가 칼을 품은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아슬아슬한 정치적 조형을 창작적으로 잘 안착시킨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때때로 그 합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순간도 존재하나 전반적으로 거슬리지 않는 흐름을 지녔으며 그 틈새를 메우는 건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다. 이병헌은 서까래처럼 영화의 지붕을 받치고, 류승룡은 주춧돌처럼 영화를 떠받든다. 김인권과 장광의 연기에는 마음이 간다. 교과서적인 웅변조차 절절하게 소화하는 <광해>는 ‘정치하는 사람’보다도 ‘사람이 하는 정치’가 18세기 조선이나 21세기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절실함임을 잘 알고 있다. 달다가 맵다가 끝내 콧날이 시큰해진다.
(ELLE KOREA 민용준 기자)
2012년 9월 4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