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최다니엘)와 채희(정지윤)는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중국행 여객선에 오른다. 기쁨도 잠시. 상호가 자리를 비우 사이, 채희가 사라진다. 상호는 애타는 마음으로 아내를 찾아 헤맨다. 아내는 어디에 있을까. 같은 시간 채희를 납치한 장기밀매 현장총책 영규(임창정)와 동료들은 사우나 실에서 장기적출 작업을 준비한다. 그런데 ‘물건’으로 불리는 작업 대상의 얼굴을 확인한 영규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포부가 큰 영화다. “불법 장기밀매 실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공모자들>은 장기밀매가 필요악인지 패악인지를 묻는다. 하드 고어적인 참혹한 장면들은 이러한 주제를 보다 날서게 까발리려는 감독의 의지로 읽힌다. 제한상영가 논란을 겪은 <악마를 보았다>까지는 아니지만, 시각적 수위가 상당히 세다. 특히 납치된 여인이 습기 찬 사우나 실에서 손과 발이 묶인 채 장기 적출의 위기에 놓인 장면은 편한 마음으로 마주하기 힘들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차갑고 우울하며 비관적이다.
<공모자들>의 약점이라면 감독의 그러한 포부가 영화적 재미를 일정 부분 갉아먹는다는데 있다. 장르영화로 봤을 때 <공모자들>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현실의 무게와 이를 바라보는 감독의 주관적인 분노에 잠식당한 느낌이 없지 않다. 유머 한 조각 쉽게 허용되지 않은 음습한 공기와 답답함을 느낄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후반에 심어 놓은 반전 또한 ‘놀랍다’와 ‘뜬금없다’ 사이에서 배회한다. 반전의 목표가 ‘의외성’이었다면, 그 부분은 성공했다. 문제는 그것이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후 터뜨리는 반전이 아닌, 다소 뜬금없는 부분에서 튀어나온 반전이라는 점이다. 지능적인 반전이라 부르기엔, 인위적이다. 때문에 반전의 충격은 있지만 그 효과가 오래 가지는 않는다. 첫 번째 반전 이후에 나오는 또 다른 반전들은 ‘얻는 것 보다 잃을 게 많은 선택’이다.
배우들의 에너지는 불필요해 보이는 몇몇 아쉬운 장면에도 불구하고 <공모자들>을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다. 투박하긴 하지만 연출에서 느껴지는 뚝심도 신인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임창정의 변신은 특히나 반갑다. 그는 이 영화로 기존 이미지와의 거리두기에 성공한다. 조금 더 다양한 임창정의 연기를 앞으로 볼 수 있을 게 분명하다.
2012년 8월 3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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