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은 거의 나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을 경험한 내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말처럼 <멜랑콜리아>는 마음의 감기라 칭하는 우울증이 중요한 소재다. 영화는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때까지 두 자매를 쫓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습을 담는다. 행성과 행성이 부딪히면 폭발하듯이 사람과 사람도 부딪히면 폭발하긴 마찬가지다. 서로간의 지켜야 할 거리감을 망각한 채 각자의 이익에만 눈이 먼 하객들의 추태는 결국 저스틴을 우울의 세계로 인도한다. 클레어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 대신 저스틴을 돌봐야 하는 상황, 지구의 멸망을 마냥 지켜봐야 하는 것처럼 저스틴의 행복한 결혼식 날 가족이 와해되는 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그녀 역시 우울의 늪에 빠진다. 감독은 이들을 통해 사람들의 우울함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일축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의 전작처럼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 인물 내면의 감정 변화를 온전히 담아낸다. 쉴 새 없이 변모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포착,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장의 생동감을 전한다. 이는 우울과 무기력으로 점철되는 인간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 주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영화의 서막을 장식하는 오버추어(overture: 오페라, 조곡, 뮤지컬 등의 오프닝 부분에 연주되는 서곡) 장면은 회화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거친 화면과 어디로 튈지 몰랐던 감독의 초기 작품들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한층 부드러워진 이번 영화를 그리 반기지는 않을 것 같다. 극중 주요 배경이 되는 스웨덴의 고저택과 그 주변 경관, 그리고 CGI로 작업한 행성장면은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화려한 영상미가 도리어 감독의 장점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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