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이 경기가 영화화 될 줄 알았다”는 현정화 감독의 말처럼,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코리아’팀의 실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코리아>는 탁구장면을 통해 그날의 영광과 환희를 고스란히 전한다. 당시 선수들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가늠하게 하듯 감독은 강 스매싱으로 랠리를 펼치는 장면을 임팩트 있게 담아낸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치르는 실제 탁구 경기보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우승을 하려는 선수들의 강한 집념은 확실하게 드러난다. 결승전 복식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과 랠리를 펼치는 현정화, 리분희의 모습이 이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다.
허나 문제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눈물어린 감동 순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영화 공식에 너무 안주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공식에 부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북한 선수들, 그리고 이들과 경기장을 가기 위해 비를 맞고 기다리는 남한 선수들의 모습은 눈물짓기엔 억지스럽다. 눈물을 흘리게 만들려는 설정은 감동을 저해한다. 흥행에 대한 안전한 선택이 오히려 영화에 해를 입히는 꼴이 됐다. 폐색이 짙은 경기를 듀스까지 끌어올리듯 영화를 살리는 건 배우들의 몫. 감정을 절제하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두나와 독립영화에서 쌓아왔던 감성 연기를 마음껏 발휘한 한예리가 두각을 나타낸다. 배우들의 호연이 그나마 영화의 감동을 이끈다.
2012년 5월 3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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